[Opinion]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음악]

글 입력 2019.10.16 23:3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런날이 있어, 갑자기

 

 

“갑작스럽다.”

 

뜬금없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상상의 나래로 데리고 들어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나를 덮치거나 황당한 말이 튀어나올 때 하는 말이다. 그런 것들이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무섭고 우울한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만큼은 이 세상 제일 불쌍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라 생각이 든다. 그 감정에 닿는 속도는 순식간이다. 빠르고 깊다.

 

누군가 나를 데리고 가는 걸까 아니면 내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일까?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

 


작아진다. 내 자리는 없는 듯, 초라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생각이 든다. 이 기분을 ‘누구나 한 번 쯤 겪는다.’하는 데, 어떤 이는 그 ‘누구나’가 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허락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왔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달갑지 않은 그 감정은 나를 숨고 싶게 만들고, 마주하기 싫게 만들고, 의미를 잃게 만들며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날 부르는 네 목소리'의 정체


 

꼭 소리이지 않아도 괜찮고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01. 시간

 

갑자기 삶이 버겁다 느낄 때에도 얄미운 시간은 흐르며 현재를 과거로 만든다.  ‘그런 날’, ‘그럴 때’는 시간에 묶이고 이내 과거가 된다. 과거는 인생의 일부이지 전체는 아니다.

 

세상 제일가는 불쌍한 존재가 나였고, 그게 내 인생의 전부라고 느끼게 만든 지배적인 감정은 과거가 된다. 그를 깨닫는 순간, 단순히 시간의 자연스런 흐름이 내겐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미 과거가 되었다는 것, 이겨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매일 해가 뜨고 밤이 낮이 되는 시간의 매력은, 나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이다.



02. 사물, 자연, 사람, 동물

 

어린 아들이 아빠에게 준 자신이 가장 아끼던 반창고, 집안에서 달려 나와 날 반기는 반려동물, 시원한 바람, 막힘없이 달리는 버스, 가족, 친구, 자기 자신, 어딘가에 핀 꽃들, 눈이 달린 것 같은 사물, 그림자 등 나에게 위로 혹은 잔잔한 웃음을 건네는 것들 또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된다.

 

애증의 관계인 사람이라는 존재. 우리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를 받는다. 때로는 사람에게 상처주기도 하며 사람을 치유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내가 될 수 있고, 내가 상대방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안다. 크고 작은 사회 속에서 내 목소리로 상대방‘을’ 부를 수도, 상대방‘이’ 날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 그를 대변해 준다.



03. 그 외의 것들

 

이 글에 소개한 트와이스의 feel speical, 이 노래 또한 누군가의 밤을 낮으로 만들 수 있다. 노래, 향기, 감정, 행동, 표현, 글, 공기, 숨, 분위기 역시 햇살 한 줌 없는 날의 빛이 된다.

 

뮤직비디오 속 채영과 미나가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 장면엔 알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들어왔다. 때론 백 마디 말보다 한 템포 숨 고르기, 눈 맞춤이 더 위대할 수 있다.

 

참 매력적이다. 말없이 분위기, 토닥임 등으로도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초라한 Nobody에서 다시 Somebody,

특별한 나로 변해

 


무언가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nobody)에서 누군가(somebody)가 되었다. 용기를 얻고 힘을 얻는 것 그 이상으로 살아내고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일이기도하다.

 

세상에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은 없다. 내가 나이고, 내가 하나이고, 그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존재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나’인 존재는 없다. 아무나가 아니기에 특별하고, 특별하기에 누군가(somebody)가 된다.

 

날 부르는 목소리는 이에 더해서, 불러주고 손길을 내어주는 잠깐의 행동만으로 누군가(somebody)로 변하게 해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 라는 시가 생각난다.

 

위로와 사랑받음은 아무나가 아닌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힘을 주는 한편 상대로부터 힘을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위로와 감동은 결국 서로를 향해있고, 이는 다시, 또 다시, 계속해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again I feel special)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은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 가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멜로디와 가사 그 자체로도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머글인 나로서는 어떤 노래도 좋지만, 사랑노래, 이별노래가 아닌 위로와 힘이 되는 노래가 나온 것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나 최정상 아이돌 그룹으로써 그 파급력이나 메시지 전달에서의 접근성이 쉬운 만큼, 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현대인에게는 응원이 필요하다. 사람을 해치는 정보나 댓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의 지침, 일, 감정, 관계, 사회, 자신 스스로 등 가만히 있어도 기가 빠지는 나날에  무의식 속 어두운 감정에 삼킴을 당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한마디의 말, 한마디의 숨, 한마디의 공기. 그 찰나의 채워짐이 누군가를 설 수 있게 한다는 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자신에게 손길을 내미는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서로의 응원에 힘입어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날들이 많아지길, 웃음 짓는 일들 또한 계속 되길, 나는 고대한다.

 


[서휘명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