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직장인의 월요일을 위하여 [사람]

일주일의 불청객, 월요일
글 입력 2019.10.16 13: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올해는 두 달 반이나 남았는데 공휴일은 겨우 하나 남았다. 앞으로 두 달 넘게 짤없이 주어진 주말에만 휴식하라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했다. 2주 연속 주 4일제로 살다가 주5일 삶으로 돌아가려니 몸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꽉 찬 한 주의 시작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유난히 막힌다. 와중에 매주 월요일 주간 회의가 있어 빠른 출근은 필수다. 알람을 끄고 ‘5분만 더, 10분만…’이 통하지 않는 날이다. 평소보다 이르게 일어나서 빠르게 준비한다. 몽롱한 정신을 두고 빠르게 몸을 움직인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날 옷을 다리고 코디를 끝내고 신발을 꺼내둔다. 그런데도 월요일 아침은 늘 시간이 촉박하게 흘러간다.

 

어제(14일)는 버스가 적막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조용해서 공기가 무거웠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공휴일에 심란해진 직장인들이 버스를 채웠기 때문인 걸까. 조용한 버스 안, 평소라면 들리지 않을 기사님의 라디오 소리가 새어 나왔다. 누군가가 월요일 아침 힘내기 위해 신청했을 노래가 귀를 사로잡았다.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oh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2e6eca8acbaf4ebfaa7.jpg

 

 

월요병이 심하면 일요일에 출근해 잠깐 일하라는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지는 알지만, 누구의 공감도 살 수가 없다. 월요병 피하자고 일요병에 도전하는 참신한 시각. 해당 사진의 뉴스Y 경제팀 김지수 기자는 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1. '월요병'을 겪는 사람들은 '주중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를 주말에 풀겠다'는 과도한 보상심리 때문. 주말에 잠을 많이 자고 누워만 있고 '난 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며 억지로 휴식을 많이 취하는 심리가 '월요병'을 악화.

 

2. 월요병'의 기폭제가 되는 일요일을 '한 주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한 주의 시작'으로 봐야. 일요일 저녁에 새로운 주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준비.

 

3. 주말 약속 대신 주중 저녁 약속으로 그 약속을 기다리는 것

 

4. 평소와 기상 시간만 비슷하게 지켜줘도 몸이 가벼움. 대신 일요일 밤에는 한두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월요일에는 평일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면 여유가 생김.

 

5. 월요일 아침에 식사를 하고 아침 햇볕을 받으며 20분 정도 걸어서 출근하는 것도 도움.

 

 

주중에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주말에 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는다. 문제는 회사이지 잘 쉬고 싶은 내가 아니다. 잠이라도 자고 누워라도 있어야 부족한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체력이 없어서 나가 놀지도 못한다. 휴식은 필수다.

 

일요일을 한 주의 시작으로 보기 위해 일요일에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주중의 나는 회사의 것이니 주말의 나라도 온전히 내 것이고 싶다.

 

주중 저녁에 퇴근하고 약속을 만들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는가. 주중에 약속을 잡고 다음 날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지난주에 n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시퇴근을 했는데 그다음 날은 9시 넘어서 퇴근했다. 퐁당퐁당 직장인 퇴근 생활에 주중 약속은 사치다.

 

한두 시간 일찍 자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면 여유가 생긴다니 조삼모사다. 내 주말은 한 시간도 손해 보기 싫은 게 직장인의 마음인데 주말을 줄여 월요일 출근 시간을 확보하란 말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그렇게까지 하면 월요일이 정말 낫지 않을 것 같다.

 

원래도 아침을 먹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니라면 식사만큼 부담되는 과정도 없다. 밥보다 잠을 택하는 직장인들이 차고 넘친다. 서둘러서 회사로 발걸음을 향하는 것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출근길을 환기시키면 좋겠지만,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밥도 챙겨먹고 20분 산책하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하게 되는 게 월요일 출근길이다. 월요일을 10 to 6으로 만들어주면 해결될 거 같은데 왜 내가 바빠야 하나.

 

규칙적인 생활만큼 몸에도 정신에도 건강한 게 없다지만 자고 싶을 때 자고, 누워있고 싶을 때 누워있는 여유로움도 사람에게 필요하다.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생활도 중요하지만, 그때그때 욕구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월요병을 피하자고 교과서적인 생활을 하자니, 회사생활은 전혀 교과서적이지 않아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다. 대표는 노무사를 끼고 어떻게든 덜 손해 볼 방법을 찾는데, 나는 월요일 업무 무사하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니 억울하다.

 

 

mondayy.jpg

 

 

내가 찾은 방법은 ‘스위치 끄기’이다. 출근하면서 생긴 직장인인 나는 퇴근과 동시에 로그아웃. 가볍지만 확실하게 집중할만한 콘텐츠를 찾아보면서 회사 일에서 나를 빼낸다. 집중할 일이 없으면 자꾸 업무 관련된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퇴근 후 전화가 오기도 하고, 늦은 시간 메일을 확인해봐야 할 때도 있다. 그 시간이 잠시 스쳐 지나가기 위해서는 나의 내가 잘살아있어야 한다.

 

아침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출근하기 위해 일어났지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내 삶은 존재한다. 의도적으로 회사를 배제하고 내가 할 일을 생각한다. 오늘은 뭘 해야 하는지, 이번 주에는 누구를 만날지, 사야 할 건 있는지, 내가 관심을 두던 게 어떻게 되고 있는지. 철저히 나 중심으로 생각한다.

 

직장인의 월요병을 줄이려면 나 자신의 삶이 잘 돌아가야 한다. 일에 휘둘려 일 중심의 생활이 시작되면 발을 빼기 어렵다. 선을 긋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출근길은 예열, 퇴근길은 로그아웃. 내 삶의 패턴을 지키기 위한 방어선을 긋는다. 내가 흔들리지 않게.

 

방어선을 긋자. 내가 흔들리지 않게.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