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짧아서 강력한 아름다움 - 제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글 입력 2019.10.1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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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꽤 좋아했었는데."


 

여러 사람들 만나다 보면, 짧은 만남에도 이상할 만큼 끌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생각한 그들의 공통점은 대개 다음과 같다. 자신을 구태여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 사이 공백에 개연성이 보인다는 것. 나와의 만남 이후에도 그들의 생은 충만하리라고 기대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짧은 만남을 두고두고 되새기며 아쉬워 한다는 것.

 

스스로를 잘 돌보는 매력적인 사람이 그렇듯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야자를 마치고 11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면 긴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서둘러 잠은 자야 하는데 뭐든 느끼고 싶어서 찾은 절충안은 단편소설과 단편영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잘 만들어진 단편의 여운은 짧은 러닝타임이 무색하게 다음 날의 기상을 어렵게 만들곤 했다.

 

성인이 된 후 누리는 자유 중 하나는 하루 종일 누워서 영화만 보고, 몇날며칠 밤을 새가며 드라마를 정주행해도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몇 년 새 식어버린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에 다시 불을 붙여보려 한다.

 

 

 

전세계의 함축미를 그러모아 서울 광화문에


 

제 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오는 10월 31일 목요일부터 11월 5일 화요일까지 6일에 걸쳐 씨네큐브 광화문과 복화문화공간 에무에서 개최된다. 본 영화제는 기업메세나 운동의 일환인 아시아나항공의 순수문화 예술지원사업으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국제경쟁단편영화제이다. 프로그램에는 국제경쟁부문, 국내경쟁부문, 뉴필름메이커부문, 특별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국제경쟁부문에는 총 118개국의 5,752편이 출품되었으며 총 35개국 53편이 선정되어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올해 선정작들은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을 시도한 작품, 고정관념을 벗어난 LGBT 작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서술한 작품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경쟁부문에는 총 975편이 출품되어 역다 최다를 기록했으며, 15편이 선정되었다. 올해의 키워드인 ‘여성’에 대해 여러 세대의 시선으로 다룬 작품부터, 공포, 뮤지컬, 실험 영화 등 장르적으로 과감한 시도를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뉴필름메이커부문은 작년에 신설된 부문으로, 국내단편을 대상으로 출품자의 공식적인 첫 번째 연출작 중 소재를 다루는 방식, 장르적 시도 등에 있어서 발전 가능성을 선정 기준으로 하여 6편을 선정했다고 한다.

 

비경쟁부문인 특별프로그램에는 5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시네마 올드 앤 뉴’에서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씨네필 문화의 역할을 긍정하고,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화감독들을 다룬 단편을 특별 초청하여 상영한다.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 미래의 거장을 만나다’에서는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이탈리아의 단편부터 최신 단편까지 만나볼 수 있다. ‘오버하우젠 뮤비 프로그램’은 세계 3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의 뮤직비디오 프로그램 선정작 중 그해 가장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작품들을 엄선하는데, 올해는 14편의 뮤직비디오가 선정되었다.

 

특히 선정작 중 하나인 <엘비스: 스트렁 아웃>은 로큰롤의 왕이라 불렸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상 기록과 음악을 결합하여, 그의 성공 이면에 마약과 편집증으로 고통 받았던 단면들을 보여준다.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은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에서 올해 주목 받았던 일본 단편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특별상영: 캐스팅 마켓 매칭작’은 국내 단편 감독들과 배우들 사이에 활발한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매칭 프로그램인 ‘아시프 캐스팅 마켓’을 통해 캐스팅을 완료하고, 제작을 마친 작품들을 특별 초청 상영한다.

 

  

 

기생충과 조커가 슬픈 이유


 

올 상반기에는 서울의 <기생충>이, 하반기에는 고담의 <조커>가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두 영화는 각각 반지하(혹은 그보다 더 완전한 지하) 일가족의 삶, 병과 가난으로 소외된 삶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또한 인물들이 계단의 오르내리는 이미지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주변화된 인물들의 욕구가 어떻게 좌절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나와 타인과 사회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대화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영화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호평을 얻는 것은 모든 사회에 기택 가족과 아서 플렉이 존재함을 반증한다.

 

본 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인만큼, 한국과 미국을 넘어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묘사하는 방식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경쟁부문뿐만 아니라 특별프로그램도 눈여겨볼만 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이탈리아 영화에 입문한 늦깎이 입문자로서,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 미래의 거장을 만나다’에서 이탈리아의 단편 명작들을 관람할 생각에 신이 나는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다.

 

 

[최희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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