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아도 재미있고 몰라도 재미있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나의 첫 번째 오페라 관람기
글 입력 2019.10.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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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오페라를 음악, 대사, 성악, 무대미술, 연극 등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중에서 나에게 익숙한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성악을 실제로 들어본 가장 최근의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의 노랫소리였던 것 같고, 뮤지컬과 같은 무대공연을 접해본 적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9의 일환으로 강동아트센터에서 관람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난생 처음 하는 경험들 투성이였다. 단순히 앞자리일수록 티켓 가격이 비쌀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성악가는 음향 장비 없이 생목으로 노래한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렇게 오페라를 아는 것 없이 관람했던 탓에 누군가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혀를 찰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으려고 고심한 끝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오페라만의 특성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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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오페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오페라 속 성악가들의 연기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 나뉘는데, 먼저 아리아는 멜로디로 이루어진 온전한 하나의 성악곡이다. <사랑의 묘약>의 주인공 네모리노가 아디나를 보며 부르는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와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를 원하면서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 등이 아리아이다.
 
그리고 레치타티보는 대사를 마치 노래하듯이 부르는 것이다. 아리아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동반되지만, 레치타티보에는 간단한 반주만 들어가 아리아에 비하면 연극적 특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레치타티보에 간단한 반주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반주만 들어가는 레치타티보는 ‘세코’, 관현악의 반주가 들어가는 레치타티보는 ‘아콤파냐토’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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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점은, 오페라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자신만의 생각과 비밀까지도 소리 내어 노래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물들의 모든 생각을 자막으로만 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진행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극의 유쾌한 맛을 더욱 끌어올려준다. 사실은 포도주일 뿐인 사랑의 묘약을 사고 기뻐하는 네모리노 앞에서 약장수 둘카마라가 내일이면 도망가야겠다고 것이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1막 9장에서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다음 날이면 아디나가 자신에게 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겨 아디나를 모르는 체 한다. 그리고 전에 없던 네모리노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아디나는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벨코레에게 청혼을 승낙한다고 말한다.
 
이때 자존심이 상한 아디나의 조급한 감정과 아디나와 결혼하게 되어 기쁘지만 네모리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벨코레의 언짢은 감정, 그리고 네모리노의 마냥 여유로운 감정 등은 하나의 음악에 맞춰 뒤섞인다. 어찌 보면 산만한 이 장면은 그럼에도 우스꽝스럽지 않다. 그들 제각기의 노래는 그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감정선을 치솟게 해 우리로 하여금 그 상황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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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클래식 음악회와는 달리 오페라 관객들은 감탄스럽거나 감동적인 아리아가 끝나면도 박수를 쳤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만 박수를 쳐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고 순간 박수를 마음대로 쳐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리아가 끝난 뒤에 사람들이 열렬히 박수를 치자 나도 덩달아 박수를 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페라는 보통 막 사이뿐만 아니라 아리아가 끝난 뒤에도 음악으로부터 받은 감흥을 박수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었다. 특히 오페라에서는 관객들이 극중의 인물들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연주자들과 성악가들에게 감동과 격려를 담아 박수를 보내는 관례는 한결 더 인간적인 문화로 다가왔다.
 

 

 네모리노는 둘카마라에게서 사실은 가짜인 사랑의 묘약을 사고 이렇게 말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참 복도 많아. 이렇게 좋은 묘약을 내게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반면 아디나는, 사랑의 묘약을 권하는 둘카마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박사님, 당신 약이 좋은 줄은 알지만, 그러나 내겐 소용없어요."

 

 
네모리노는 둘카마라에게 속아 사랑의 묘약을 먹었고 아디나는 거절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 나에게는 오페라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은 오페라를 관람하기 전에는 음악도 미리 들어 보고, 줄거리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으며 배경지식을 탄탄히 쌓아 가야 더 알차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 감상하는 오페라인 만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무지한 상태로 오페라를 감상했다. 그럼에도 공연장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다시 겪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결국 오페라는 알든 모르든 즐거운 것이지 않을까.

 

 



[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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