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쟁의 목격자 Witnes to War

글 입력 2019.10.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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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 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요즈음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조선 시대 붕당정치朋黨政治가 떠오른다. 이미 역사에서 바라본 치열했던 당쟁의 끝처럼 대한민국의 미래가 혼란의 도가니로 빠지는 건 아닐지 염려가 된다. 조선 시대를 지나 일제 강점기, 그리고 625 한국전쟁, 그리고 근현대사를 겪은 대한민국의 성장통이 아직도 멈추지 않았던 걸까? 제 3자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2년 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취재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웠던 택시 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영화다. 대한민국의 작은 지방 도시에서 일어난 일을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본 진심은 오로지 ‘진실을 전하고’ 하는 바람이었다.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 운전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 2003년 제 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소감 중


최근 개봉한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또한 영화 <택시운전사>처럼 제 3자의 눈, 외국인 기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 전쟁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실제 한국전쟁 종군 기자 중 하나인 ‘마거리트 히긴스’에서 영감을 받은 메기 역을 연기한 메간 폭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일어났던 장사상륙작전을 목격한 종군 기자의 일화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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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던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 때의 혼란과 변화를 체감할 순 없지만, 외국인 그것도 여성 종군 기자가 그 현장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당시 종군 기자 중 유일한 여성 기자였다는 사실부터 시작하여, 유명 미디어 트리뷴이 마거리트 히긴스를 파견한 점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맥아더 총사령관과 함께 급박했던 한국전쟁을 전 세계에 보도했던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자인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 <전쟁의 목격자 Witness to War>에서는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사와 더불어 당시 한국전쟁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앙투아네트 메이Antoinette May는 마거리트 히긴스의 주변 인물들을 직접 조사하고 인터뷰하여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 냈다. 지금껏 전기라 하면, 좋은 에피소드 혹은 추억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전쟁의 목격자>는 당시 여성으로서 맞서야 했던 사회 현실과 더불어 시대를 앞서간 여성인 마거리트 히긴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선에서 쫓겨 나거나, 불순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거나, 미모의 여기자로만 기억되거나 혹은 남자의 도움으로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는 등 본심과 다르게 엇갈리는 무수한 시선들 사이에서 있는 그대로의 그녀의 다이나믹했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여섯 챕터 <매기를 달리게 하는 것>, <여기자>, <종군기자>, <전선에서 홀로>, <천국에서 겪은 곤경>, <세계적인 칼럼니스트> 나뉘어 마거리트 히긴스가 기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유년 시절부터 종군 기자로 지내며 겪은 다양한 일화들, 그녀의 결혼과 유산까지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까지, 기자이자 한 여성으로서의 인간애를 모두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그중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구절들은 보면 한국전쟁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없는 공감하는 문구들이 많았다. 사회가 변화하고 의식이 깨어났다고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게 평등하고 모든 게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현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느꼈던 온갖 감정들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비극적인 전쟁에서도 희극이 살아 숨 쉬는 ‘진실을 전하고 싶은’ 그녀의 진심이, 사랑을 갈구하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의 진심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전해지는 듯 싶었다.

 

 

남자들은 보도를 자기들만의 특권적인 영역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영지인 전쟁에 침범한 여성이 남자와 동등한 재능을 갖추었고 때로 더욱 용감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건 품위 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죠. - 본문 254페이지

 


육군성의 정치역사학자 S.L.A 마셜은 이렇게 썼다. “한국의 정치 행위를 바라보는 매기의 견해는 그 솔직함, 우리 다수가 강하게 느끼면서도 잘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단순한 표현, 전장의 비극과 거기에 밀접히 관계된 사람들의 행태에서 관찰되는 희극 사이를 오가는 완급 조절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 그녀의 글은 짧은 문장에서도 상황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전투 중인 병사들에 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그녀는 풍자를 잊지 않고, 관찰한 것들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널리 인용될 만한 진실한 울림을 담고 있다. - 본문 290페이지

 

 

그녀는 개인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평범한 직업에 안주할 생각은 없었다. 언제나 마거리트는 성공을 이루면서도 사랑을 추구했고 그 동전의 뒷면에 시기심이 있다는 것을 잊었다. 회사에서 계속되는 마찰에 더해, 빌과는 불화가 잦아졌고 재정적 압박도 커졌다. 마거리트는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본문 333페이지

 

 

마거리트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오후에는 이렇게 말했어요. “훨씬 나아졌고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야. 이제는 내 삶이 명확하게 보여. 언제나 너무 몰아치기만 해 왔지.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나는 변할 거야. 이제는 언제나 외국에 나가 있지도 않을 거야. 빌이랑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래. 이제는 달라질 거야. 나는 달라질 거야.” -본문 426페이지

 


1966년 1월 3일,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힌 마거리트 히긴스의 묘비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다시 그녀의 병사들과 함께 있다.”

 

그녀가 다한 생애 19년 후가 바로 내가 태어난 날이다. 앞으로 나는 어떠한 삶을 사는 여성일 것인가? 곰곰이 되물어 보았다. 나만의 전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가? 두 달 후면 아기가 태어나고, 새로운 일인 서점을 시작한다. 한 여성이자 엄마로, 그리고 직원을 두고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로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삶 앞에서 두려움 보다는 희망과 용기로 미래를 바라보고자 한다. 살아온 날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다 간 그녀처럼.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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