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맨 정신에 꾸는 꿈, 오페라 '사랑의 묘약'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나의 첫 오페라 관람기
글 입력 2019.10.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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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빠르게 돌아간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새로운 것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과거에 비해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지루할 틈 없이 오락거리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변화의 속도들 때문인지 고작 몇 년 전 예능이나 개그프로를 보면 이질감이 들 때도 있다. 지나간 유행어, 한물간 설정, 지금과는 다른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예전에는 미친 듯이 웃으며 봤음에도 이제 와 다시 보면 같은 프로그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루한 경우가 많다. 불과 몇 년 사이의 프로그램들도 재미가 반감되는데, 과연 한 세기도 훨씬 전의 공연을 과연 얼마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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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은 1832년에 만들어진 도니체티의 오페라이다. 21세기인 지금 무려 19세기의 공연을 본다는 것이 의문스럽기도 했고 반대로 흥미롭기도 했다. 물론 재미보다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일명 ‘고전’이라는 범주 안에서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전을 지금의 시대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로써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의 오페라 관람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고전은 지루하다’라는 생각에 쐐기를 박은 뒤 다시는 비슷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고,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관람객의 수는 줄어들어가고 결국에 오페라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오페라’라는 공연이 아직도 열리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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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을 관람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미있다’였다. 이제까지 살면서 오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 가능한 자막과 함께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잠깐씩 틀어주던 오페라는 아주 잘 알려진 곡이 아닌 이상 앞 뒤 맥락을 모른 채 듣곤 했다. 클래식 연주에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에 가요처럼 극적이거나 신나지 않았다. 그렇게 오페라에 대한 편견들만 쌓여갔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오페라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탈리아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대 양 옆에 달린 스크린에서 나오는 한국어 자막을 통해 내용을 이해했다. 대사는 오직 자막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했기에 자막에 꽤나 집중하였는데, 진지한 장면에서는 진지하게 재치 있는 장면에서는 재치 있는 자막을 보여주는 등 상황에 맞게 센스 있는 해석 덕분에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오페라라고 해서 격식만 차리는 것이 아님을 주최측에서 직접 깨부수려는 듯 보여 더욱 친밀감이 느껴졌다.

오페라는 마치 어렸을 적 읽던 전래동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사랑의 묘약 때문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사로잡기 충분했다. 실제로 내가 앉아있던 관람석 앞쪽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 분이 앉아있었고 뒤쪽에서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연 내내 앞뒤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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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모든 것들을 떠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공연을 현장에서 볼 때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었다. 세심하게 꾸며진 무대를 보며 성악가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정말 현장에 들어와 함께하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무대를 보다 보니 성악가들은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역시나 얼굴 옆에 마이크 없이 맨 목으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성량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바로 앞에서 연주되던 클래식 연주에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계의 도움 없이 표현되는 정말 맨 목소리를 들으니 감정이 더욱 와 닿았다. 거기다 자유자재로 높낮이를 오가며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인간의 목의 한계란 어디일지 놀라웠다.

그렇게 마지막 커튼 콜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니 하나의 긴 꿈을 꾼 듯 했다. 단지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었을 뿐임에도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난 듯한 느낌에 공연이 끝나고 퇴장을 할 때에는 어쩐지 아쉽기도 했다. 스스로도 놀랍도록 몰입했었다.

나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 다른 오페라가 열린다면 꼭 직접 관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즐기지 못했지만 앞으로라도 이런 현실 속의 꿈을 자주 꾸어보리라. 만약 오페라가 궁금하지만 영화관람처럼 저렴하지만은 않은 가격에 지루하면 어쩔까 하는 마음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딱 한번만 용기를 내어보라 권하고 싶다. 깨어있는 채로 꿈을 꾼다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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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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