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의 제인 [영화]

글 입력 2019.10.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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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지인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영화.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좀 넘었을까. 지금이 아니면 더 정신 없어질 것 같아 생각난 김에 바로 구매를 해서 보았다. 나는 넷플릭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구매해서 본다. 이 영화는 1200원에 대여, 구매 모두 가능해서 구매를 했다.

 

 

줄거리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 주의

그리고 주관 주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위의 줄거리를 다시 읽어보며 눈에 띄었던 것은 마지막 줄.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꿈의 제인>인 이유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1. <꿈의 제인>이라는 영화의 제목.

 

이 영화는 시간 진행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중간 즈음에서 아 역순인건가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해석은 제인과 대포, 지수, 쫑구와 함께 지냈던 것부터 제인의 죽음까지 모두 환상이거나 소현이 상상을 통해 그려낸 꿈같은 이야기라는 것. 이 영화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의 경계가 매우 희미하다는 것. 서술 자체가 시간의 흐름도 아닐뿐더러 어느 것이 맞는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꿈에서 정호랑 난 항상 연인이야. 그럼 됐어. 내가 그렇게 믿으면."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 월드에서."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기억에 남는 제인의 대사 몇 개. 이 대사가 담고 있는 의미가 꽤 크다고 생각한다. 제인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을 통해 투영하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느낌을 표현한다. 또 믿는 것 그 자체로의 만족을 표현하기도 하고. 영화 곳곳에서 삶 자체를 불행의 연속으로 보는 제인의 가치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아리송하게도 이러한 삶 가운데서 제인이 정호가 가게를 떠난 뒤따라 가게를 그만두고 죽음을 선택했는지. 그 상실감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죽음을 선택한 제인의 모습 자체도 소현이 그려낸 것일 가능성이 크지만.

 

 

2. 소현과 제인, 그리고 투사.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개 같은 인생 혼자 살아서 뭐 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이 대사는 제인의 자살과 상실감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기에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같이'라는 범주 안에 정호만 있었다고는 할 수 없기에 제인의 상실감과 죽음은 소현의 상실감과 죽음 그 자체일 거라고 생각한다. 미러볼이 빛나는 방 안에서 소현이 했던 대사들의 일부는 사실 제인의 말들이었다는 것 또한 이러한 투사를 보여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3. 소현의 편지와 이방인

 

소현은 끝없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데, 이 편지의 수신인이 정말 궁금했다. 끝까지 편지의 수신인은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편지를 쓰는 목적 또한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이건 세상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소현의 일종의 감정 표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정호가 남기고 간 명함에는 이방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 글자가 몇 번 등장하는 것 또한 어디를 가도 혼자가 되고 마는 소현의 외로움과 연대를 갈구하는 소현의 심리상태를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4. 제인의 동그라미

 

제인은 영화에서 동그란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미러볼, 비치볼, 달 등 동그란 물건들을 가지고 싶어 한다. 이러한 미장센들이 존재가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그라미가 가지는 의미는 보통 점의 집합, 공동체이다. 점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소현과 마찬가지로) 제인이 바랬던 것 또한 좋아하는 사람들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것, 공동체에 대한 열망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5.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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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구교환

 

이 영화를 통해 구교환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던 도중 실제 트랜스젠더를 배우로 캐스팅한 걸까라는 생각에 검색창을 켤 만큼 그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목소리도 튠조절을 해서 높게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후에 메기라는 영화를 본 후에도 느낀 것이 이 배우는 여전히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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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이민지

 

이민지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건 응답하라 시리즈 덕분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매력 있는 배우인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그 답답함에 짜증이 솟구칠 만큼 소현이라는 인물을 너무 잘 소화한 것 같고 자잘한 감정 표현부터 양 볼에 동그란 초콜릿을 넣고 웃는 장면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주연을 한다는 것이 어쩌면 그 배우에게 영화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루함도 없었고 오히려 차분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 나는 영화나 책을 볼 때 사실 집중이 안 된다거나, 큰 흥미가 없어도 재생을 하고 책을 펼친 이상 끝까지 본다. 잠깐 멈췄다가 SNS를 하던 그림을 그리다가 다시 보던 어쨌든 끝까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 영화는 영화 중간에 잠깐 개인사정으로 나갔다 온 것 빼고는 자의로 영화를 정지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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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이주영

 

사실 영화를 봤던 이유 중 하나는 이주영 배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주영 배우의 목소리와 연기는 정말 흡입력 있었고, 지수라는 인물의 연기를 하기에 그 목소리 톤이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이주영 배우도 메기를 통해 구교환 배우와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는데, 그것 또한 너무 색다르면서 흥미로웠다. 아마 앞으로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그냥 믿고 볼 것 같다.

 

 

6. 영상 그리고 음악

 

영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화면의 톤이라던가 전환 효과 등에 관심이 가더라. 이런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이런 색감은 어떻게 낸 걸까? 궁금한 게 많았다.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톤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어서 색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고 음악 또한 색감만큼이나 이 분위기를 담아내는데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영상미를 중요시하는 나에게도 꽤나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7. 그냥 내 생각 몇 자

 

정말 큰 선입견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지만, 한국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된다.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가 많이 없을뿐더러 일반적으로 뻔한 주제로 뻔한 진행을 한다.라고 느껴지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 거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줄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해당 영화는 그래도 이러한 선입견들을 조금 흔들어줄 수 있었던 영화였던 것 같다. 흥행을 목표로 제작된 상업 영화의 단순하고 뻔한 감각적 자극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억지로 내 감정을 상기시키지 않아도 잔잔하게 영화에 물들었다. 몇몇 후기를 보니 '영화의 영화'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수식이 모자라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영화였다.

 

+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보니 더 좋았다. 영화를 보고 우울감이 들거나 저기압이 될까 걱정했으나, 다행히 그렇지 않았음. 이러한 부분에서도 느끼는 것은 꿈의 제인이 단순한 감정 팔이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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