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햄릿이다,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연극]

글 입력 2019.10.0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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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장 포스터.jpg

 

 


Prologue.


 

햄릿은 원작에서 모든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우유뷰단한 인물로 등장한다.

 

누군가는 그가 마주한 선택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내가 햄릿이라 외쳤고, 또 다른 이들은 그가 처한 상황의 중대함이나 사회적 위치에 비해 햄릿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어쨌거나 햄릿은 다양한 이들의 평가 속에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 지금까지 절대적인 고전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햄릿의 현대적 해석이라기에 사실 원작의 스토리를 일부분 요즈음에 맞게 수정한 것이 아닐까 했지만, 열 몇 평 남짓한 소극장에서 마주한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나의 생각과 아주 다른 결의 연극이었다.

 

 


인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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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을 들고 있다기보다는 거의 부여잡다시피한 채, 대사를 읊기 시작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햄릿이 환생이라도 한 듯, 내면의 불안과 의심을 토로하며 선뜻 행동하지는 못하는 인간이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부터 시작해 사회적 변혁과 4차 산업혁명의 도래까지, 걱정하지 않는 것이 없어 괴로운 이였다. 그의 고민하는 자세와 집념에 가까운 의심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순 없으나, 결정하지 못하고 서성이기만 하는 모습에 연민이나 동정 섞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현재의 젊은 세대와 그가 너무나 닮아있어, 환생한 햄릿을 무의식 중에 타자화 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인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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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어는 햄릿의 여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극의 전개상 중요하지 않은 조연으로 등장해 왔다. 오필리어의 역할과 고민에 귀를 기울이기란 그녀의 비중이 적고 존재감이 크지 않아 어렵다.

 

공연 내내 관객의 관심과 집중은 모두 우유부단한 햄릿을 향해 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오필리어 역의 배우는 있는 힘껏 역할을 부정하고 거부한다. 그 많은 장면 중 자신이 나오는 고작 다섯 막을 연기해보이며, 오필리어가 할 수 있는 것은 드레스로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뿐이라 외친다.

 

무대 밖에서도 오필리어가 되지 않으려 스스로 만든 강물에 몸을 누이며 눈을 감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면 아래서 물 밖을 바라보며 자매들의 울음을 듣고 삶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이 왜 가장 사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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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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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사는 앞의 두 막에서 인물들의 대사를 받아주며 관객들에게 그의 역할을 계속 암시한다. 나는 분장사이고 이 자리에서 배우들의 푸념을 들어주고 분장을 한다.

 

그 역할이 익숙하지만 도무지 의미를 찾기 어려웠던 그는 무대 밖에서 햄릿의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본다. 내가 만든 얼굴로 연기를 하고 있는 그들이 자신과 너무 다른 것 같다가도, 이내 자신이 없었다면 무대의 완성도는 떨어졌을 것이라며 위로도 해본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 조연인가.

 

모두 한번쯤 해보았을 고민에 분장사가 성의있는 변명을 하는 동안 공연은 끝나간다. 고된 노동 후 화려한 마지막을 배우들처럼 자신있게 맞이하고 싶었던 분장사의 진심은 진정성이 있었다.

 

삶이 먼지같이 허망할지라도(quintessence of dust) 무언가 명분을 찾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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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뻔한 그림이 아니라 좋았다. 관극 직후에는 어려웠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세 인물의 말과 행동의 의미가 분명하고 명료해졌다. 나에겐 세 인물의 모습이 모두 있었고 그들에게도 나의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모두 자신이 햄릿이라고 외쳤던 것일까?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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