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디'를 두려워 마세요, 인디애니페스트 [영화]

2019 인디애니페스트를 본 후
글 입력 2019.09.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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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문화생활에 또 다른 확장을 열어 줄 ‘인디애니페스트’를 기대하며 관람일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다가 온 관람일에 나는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에 내렸다. 평일이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 많은 관광객과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있었고, 바로 앞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영화관으로 올라오니 건물 밖 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다. 차분하지만 새로운 설렘이 공기 속에 어렴풋이 느껴졌다.

나의 직감에 방증이라도 하듯 잠시 기다리는 동안 엿들은 관객들의 대화에도 설렘이 묻어있었다. 예전에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만났던 애니메이션이 너무 재미있어서 올해 다시 찾아왔다는, 뭐 그런 이야기. 이번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나는 일반경쟁 부문의 ‘독립보행1’과 아시아경쟁 부문의 ‘아시아로2’를 관람하였다. 각각 9편, 13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다.

나는 이제껏 흔히들 ‘유명하다’고 일컫는 애니메이션들만 접해왔다. 그렇기에 이런 방식의 애니메이션은 거의 처음 접해보는 셈이다. 처음 접하는 인디 애니메이션들은 너무나 다채로웠다. 때로는 감성적이게 때로는 재치 있게, 또 때로는 생각이 깊어지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단 한 작품도 서로 겹친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독립보행 中, <파슬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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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슬리 소녀’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다. 수녀로 둔갑한 마녀들과 그 마녀들의 꾀임에 넘어가 딸을 넘겨버리는 엄마에게서 벗어나 스스로 사랑을 찾아내고 결혼을 하는 파슬리 소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저 평범한 전래동화 중 하나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특별한 점은 바로 이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들에 있다.

‘파슬리 소녀’는 오직 인터넷에서 떠도는 저작권이 자유로운 데이터로만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이 애니메이션이 저작권이 없거나 오래되어 소멸된 영상, 소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안내 자막이 나온다. 그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영상과 소리는 어딘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로 인해 조잡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치 있게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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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내용이 스스로 틀을 깨고 자유로워지는 한 소녀의 관한 이야기인 만큼 그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에 떠도는 ‘자유로운’ 데이터들만 이용하여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이제껏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그림을 직접 그리고 컴퓨터를 활용하거나 스톱모션처럼 인형을 사용하는 법만 상상해왔기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 새로움을 만들어낸 결과물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이처럼 인디애니페스트의 상영작들은 평소 접해오던 애니메이션들과는 조금 달랐다. 말 그대로 ‘인디’ 애니페스트인만큼 상업영화를 접하다가 독립영화를 접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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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이 끝난 후, 한 작품의 감독과 GV가 시작되었다. 그 때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받자 몇 가지의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그 때 든 생각은 질문들이 모두 전문적이라는 것이었다.

질문의 내용들은 대부분 애니메이션 관련 업종에 종사하거나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으면 쉽게 알기 힘든 용어들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애니메이션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 대다수였다. 일반 관객들의 유입이 많아져야 애니메이션 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이란 생각에 조금은 씁쓸했다.

아마 ‘인디’라는 단어를 보고 난해할 것이라는 생각에 관람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욱 일반 관객이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떤 작품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바로 와 닿지 않기도 했다. 그렇지만 난해함이 곧바로 재미없음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내용이 와 닿지 않아도 그림 체, 화면의 전환, 배경음악 등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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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인디애니페스트의 최대 장점은 한번에 여러 가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 작품이 유난히 나와 맞지 않아도 아무리 길어야 10분이내에 다른 작품이 상영된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많은 감독들의 스타일을 만나며 나의 애니메이션 취향에 대해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인디’들은 무섭고 미치도록 난해한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나조차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기도 한다. 만약 이런 이유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면 다음 페스티벌에는 망설이지 말고 꼭 참여해보길 바란다. 참여하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을 작품들을 편하게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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