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숙해진 그들의 깊어진 이야기, 악동뮤지션 3집 - ‘항해’ [음악]

글 입력 2019.09.30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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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선택한 노래



이용하는 음악 사이트에서 ‘최신 음악’ 칸을 자주 들여다본다. 매일 반복되는 플레이리스트에 불어넣는 새로운 음악의 분위기는 오늘 하루를 다시금 즐겁게 만든다. 며칠 전 악동뮤지션의 음악이 ‘최신 음악’ 칸에 등장했다. 아직 차트에 올라오기도 전인 그때의 시각, 눌러보고 깜짝 놀라 환호성을 질렀다. 유튜브에서 즐겨 들었지만 정식 음원이 아니었던 노래가 타이틀곡으로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커버곡이나 미발매곡으로 남아있는 노래의 경우,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그런 노래 중 하나였던 곡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나왔다니! 지난 며칠을 악동뮤지션의 노래로 몇 번이고 재생했다. 올가을 악동 뮤지션은 대중에게 듀오의 목소리로 다시 돌아왔다.


오랜만에 대중에게 찾아온 악동뮤지션의 앨범 ‘항해’는 멤버 이찬혁이 제대를 한 뒤 남매 듀오로 돌아온 앨범이다. 새내기 시절, 벚꽃과 함께 신나는 기분으로 악동뮤지션의 경쾌한 곡들을 자주 듣곤 했기에 그들의 이름이 더욱 반갑다. 그들의 음악성은 다른 가수와의 비교가 불가능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남매 듀오라는 점, 작사 작곡을 모두 한다는 점, 음악의 분위기 역시 뻔하지 않고 다채롭다는 점이 그들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가을이면 괜히 쓸쓸한 음악을 찾아 듣게 된다. 한 해의 가운데를 지나 뜨거운 여름과 함께 일 년의 정점을 찍고 날씨가 점차 선선해진다. 이때쯤이면 올해를 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마음이 한 바퀴 정리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이럴 땐 신나는 노래보다는 씁쓸하지만 잔잔하고 가사를 읊조리게 되는 음악이 어울린다. 나의 가을 선곡에 딱 맞는 음악이 이번 악동뮤지션의 앨범 수록곡들이다.




악동뮤지션 정규 앨범 3집 -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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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항해’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타이틀곡으로 두고 있다. 이찬혁이 입대 전 잠시 선보인 적이 있던 곡으로 유튜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익히 받고 있던 곡이었다. 유튜브에 알려진 버전은 기타의 울림이 강했다면, 이번 정식 음원에서는 가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편곡한 잔잔한 선율이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 역시 이찬혁이 작사와 작곡을 맡고, 이수현이 편곡에 참여한 곡이 함께 수록되어있다.


이번 앨범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앨범 전체의 음악적 색채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가을과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이었기도 했지만 지난 악동뮤지션의 앨범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년이 넘는 공백기만큼 성숙함을 함께 녹여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앨범이다.


‘K팝 스타’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톡톡 튀고 재미있는 가사와 매력적인 음색으로 그저 발랄하기만 했던 남매 듀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와 같은 면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곡들이 가득하다. 수록된 10곡 모두에서 그들의 성장이 느껴졌다.


 


아티스트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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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과 별개의 이야기지만, 노래를 듣는 대중의 입장에서 곡을 통해 가수의 성장을 체감한다는 것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예술을 즐기는 입장으로서 꽤나 뭉클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가수 아이유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악동뮤지션에게도 이번 앨범을 통해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람의 생각, 시각의 변화는 분명히 존재하고 감정선 역시 농후해진다. 그런 성장의 깊이를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음악’을 통해 직접 만들고 가사로 풀어냄으로써 사랑과 이별과 삶을 느끼게 하는 능력이 있는 그들이 놀랍고, 성장의 모습을 볼 때마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배우의 깊어진 연기나, 감독의 새로워진 시각이나, 화가의 더욱 아름다워진 작품들을 보는 마음처럼 말이다.


새로운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찬혁이 밝힌 생각들이 인상 깊다. ‘항해’라는 앨범의 이름은 군 생활 중 배를 타며 느꼈던 감정들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오랫동안 이 앨범과 맞는 서로가 되기 위해 가꾸고 연구했다고 말하며, 철학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자유와 환경, 한국 가요에는 자주 쓰이지 않지만 일상적 소재가 되는 이야기들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번 앨범 발매와 함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여 노래를 선보였는데, 유희열은 인터뷰 중 그들에게 '한국의 카펜터스'라고 불렀다. 카펜터스(The carpenters)는 미국의 팝 그룹 남매 듀오로 70년 대에 큰 인기를 누렸다. 'Top Of The World'의 경우 지금까지도 익숙한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이름은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곡이다. 이렇게 전설로 남아있는 미국 팝 그룹 카펜터스와 20대 초반의 한국의 남매 듀오가 겹쳐져 보임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으니 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이수현의 발랄한 이미지가 악동뮤지션의 시너지를 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이찬혁의 생각을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하는데, 녹음 과정에서 이수현의 것이 되어갔다는 말도 덧붙이며 남매가 음악을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기존 가수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라 새롭고 참 예쁘게 보인다. 또한 단순히 일주일 히트하고 대중에게 잠깐 ‘사랑을 받기 위한’ 곡이 아니라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 그들의 행보에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을 팬의 입장으로서 전하고 싶다.




앨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두 곡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앨범의 색채를 잘 보여주는 두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음원 차트에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곡들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널 바라본다

옆자리 허전한 너의 풍경

흑백 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본다

그때 알게 되었어

난 널 떠날 수 없단 걸

우리 사이에 그 어떤 힘든 일도

이별보단 버틸 수 있는 것들이었죠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같이 아파할 수 없어 난

두세 번 더 길을 돌아갈까

적막 짙은 도로 위에 걸음을 포갠다

아무 말 없는 대화 나누며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본다

그때 알게 되었어

난 더 갈 수 없단 걸

한 발 한 발 이별에 가까워질수록

너와 맞잡은 손이 사라지는 것 같죠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같이 아파할 수 없어 난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뱃노래>



귓가에 넘치는 바다

눈을 감고 느낀다

난 자리에 가만히 앉아

항해하는 법을 알아

뱃노래 뱃노래

외로움을 던지는 노래

몇 고개 몇 고개의

파도를 넘어야 하나

소금기 머금은 바람

입술 겉을 적신다

난 손발이 모두 묶여도

자유하는 법을 알아

뱃노래 뱃노래

외로움을 던지는 노래

몇 고개 몇 고개의

파도를 넘어야 하나


*


이렇게 두 곡은 이번 앨범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인 성장과 깊이가 잘 담겨있는 노래라고 생각된다. 멜로디와 음색 또한 훌륭하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아직은 어린 20대인 악동뮤지션, 한국의 카펜터스를 넘어 언젠가는 아름다운 예술인이 되진 않을까. 앨범에 인생과 생각을 담아내겠다는 그들의 신념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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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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