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혐오가 개인에게 닿지 않길 바라며 - 혼마라비해? [공연]

글 입력 2019.09.2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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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라비해?>를 보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 모두 서로를 혐오하는 감정에 치우쳐 그 사이에 존재하는 재일동포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도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과 일본인 그 사이에서 존재하고 있는 그들은 어느 한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였다.


사실 재일동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나 또한 재일동포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지 못했고 이번 연극을 보며 그들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게 되었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가 한국 사회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극 속에서 우진이가 한국인으로 사는 것을 고민 할 때 그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찬성한 영주에 대해 그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차별을 간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인이 국적을 고민하는 재일동포에게 ‘무조건 한국을 선택해야지!’ 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한국 문화에 서툰 재일동포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인 한국인이 더 많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고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했던 우진이가 결국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한국 사회가 재일동포를 그만큼 외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재일동포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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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보며 새삼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생각보다 일본의 혐한 감정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인 만큼 일본의 혐한 시위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복의 소매를 찢고 한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욕을 거리에서 하는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일본이 한국을 싫어하는 정도보다 한국이 일본을 싫어하는 감정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일본의 혐한 감정이 상당하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한국인도 북한인도 아닌 조선인이라고 주장하는 지숙의 말에 한반도의 근 현대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 한반도로 돌아오려던 재일동포는 분단된 한민족의 현실에 방황해야 했다.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지 않았다면 그들이 돌아오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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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감정이 있더라도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그에 대해 지적하고 화를 낼지라도 그 집단의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 감정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내 주변에도 일본의 문화를 좋아하여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있는 친구가 있다. 한국과 일본 간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요즈음 혐오 감정으로 힘든 일이 생기지는 않는지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다시 한번 혐오 감정이 각 개인에게 겨냥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자이니치의 국적은 일본인 외국인 등록 법에 따라 '한국' '조선'으로 표기 됩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 일본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조선적'을 주어줬습니다. 해방 직전의 우리나라의 국호는 '조선'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내 자이니치들은 한국국적을 선택하는게 가능해지게 된 것입니다. 일본에서 그들은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으로 분류됩니다. 선거권도 없고 시민권의 일부인 참정권을 갖지도 못합니다. 권리가 필요하면 일본인으로 귀화하거나, 일본인이 되기 싫으면 외국인 거주자로 살아가거나 본인의 나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는 거죠.


자이니치들은 평생 동안 어떤 한 나라의 소속이 되는 자격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선택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적이었던 저는 그들의 고민과 그들의 아픔에 대해 몰랐습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영주'처럼 말이죠.


이건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저의 이야기기도 합니다. 또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저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자이니치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이야기.


- 연출 신명민 (창작집단 LAS 연출가)






혼마라비해?
- 극단 실한의 2019 두 번째 프로젝트 -


일자 : 2019.09.20 ~ 2019.09.29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실한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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