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홉수 우리들: 여전히 불안한 스물아홉 [사람]

우리가 마주한 이야기들
글 입력 2019.09.2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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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문득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그린 적이 있다. 이러한 자아 성찰의 시간이 마련된 계기는 유명한 자기계발서도, 철학 서적도 아니었다. 그저 매주 토요일에 연재되는 ‘아홉수 우리들’이라는 웹툰이었다.


웹툰을 보는 시간은 단 5분, 그 짧은 시간 동안 세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의 삶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에 이번 오피니언에선 ‘아홉수 우리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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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우리들


 

‘아홉수 우리들’에는 세 명의 ‘우리’가 등장한다. 작은 잡지사의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는 봉우리, 항공사 승무원으로서 화려하고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지만 ‘집안의 가장’이라는 짐을 짊어지며 살아가는 차우리,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우리. 세 사람은 같은 이름에 같은 스물아홉이지만,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서른을 앞둔 그들이지만 결혼, 직장, 불안정한 미래 등 다양한 고민을 이어가며 머리 아픈 이십 대의 마지막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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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전히 불안한 나이


 

나의 열아홉은 그랬다. 대학교 입학을 위해 매일 밤까지 공부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스무 살을 준비했다. 십대의 마지막, 성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기에 앞서 왠지 어른이 돼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열아홉은 어른을 준비하기엔 너무 어렸고, 스무 살이 지나 스물세 살이 돼서야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되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다.


이십 대 중반에 들어서도 여전히 미숙하고 서투른 내게, 스물아홉은 거창하고도 불안한 미래였다. 스물아홉, 흔히들 든든한 직장과 적당한 돈을 준비하고 안정감 있는 서른을 맞이해야 하는 나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고 싶어도 되지 못했던 열아홉처럼, 나의 스물아홉 또한 여전히 불안하면 어떡하지?

 

‘아홉수 우리들’은 내 마음 속 불안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웹툰 속 김우리는 직장을 얻은 봉우리, 차우리와 달리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며 막막한 스물아홉을 보내고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은 그녀의 자존감을 짓눌렀고, 그녀는 결국 불안장애까지 겪는다. 그렇다면 직장을 얻은 김우리와 차우리는 아무런 걱정 없는 스물아홉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다. 두 사람 또한 연애에 대한 상처,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직장, 짊어져야 할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 등 내면에 수많은 불안을 안고 산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들은 전부 현재의 나였다. 그들과 나의 고민이 전부 똑같진 않더라도, 스물세 살의 나 또한 스물아홉의 세 여자만큼 비슷한 무게의 불안함을 겪고 있다. 결국 스물아홉이 되더라도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진 않을뿐더러, 풀지 못한 숙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즉, 스물아홉 또한 계속 성장하는 나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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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며 스물아홉을 꿈꾼다


 

스물아홉이 되려면 아직 6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 올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스물아홉은 예상보다 더 금방 찾아올 것 같다. ‘아홉수 우리들’은 멀고도 가까운 미래에 대한 일종의 지침서였다. 연애와 결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다는 점, 수입만큼 저축이 필요하다는 점,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꽤 고달프다는 점, 어느 나이 때보다 인생의 속도를 계산하게 된다는 점 등.


하지만 가장 많이 배웠던 점이 있다면, 스물아홉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때라는 것이다. 용기 내어 회사에 정규직 전환과 연봉 인상을 주장하는 봉우리, 열심히 일하면서 주어진 휴일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차우리, 지친 자신을 북돋우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는 김우리.


서로 다른 스물아홉이었지만, 그 시간의 주체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본인들의 것이었다. 이처럼 ‘아홉수 우리들’을 보며 세 명의 우리처럼 나 또한 오롯이 내가 중심인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마주하고 있는 지금 또한 나의 스물세 살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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