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으로 재탄생한,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19.09.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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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뭐에요? 인생 드라마 추천 좀 해주세요. 가장 좋았던 소설은? 위로를 주는 노래는요? 지친 하루를 마치는 라디오가 있나요. 우리는 꾸준히 이런 질문을 던져왔다. 알지 못했던 작품을 새롭게 얻어가기 위해. 혹은 서로의 취향을 유추하기 위해. 그런데 요즘에는(어쩌면 꽤 오래전부터) 항목이 더 늘어났다. ‘좋아하는 웹툰 있어요?’ ‘웹툰 추천해주세요.’ 아주 새로운 질문은 아니다. 이미 다른 이름과 다른 형태로 존재했었다.


중학생이었을 시절, 학교가 끝나고 학원이 시작되기 전 그 짧은 시간을 저녁식사도 포기하고 만화방에 바쳤었다. 책가방을 학원에 내려놓고 만화책만 달랑달랑 들어 만화방으로 뛰어갔다. 문을 열면, 왼쪽엔 DVD, 오른쪽에는 만화책이 한가득 꽂혀 있는 풍경. 만화책을 반납하고 다음엔 무엇을 빌릴지 한참을 고민한다. 재밌는 거 추천 좀 해줘. 나 이거 읽었는데 재밌었어. 만화방을 나설 때는 한 두권이 손에 새롭게 들려있었다. 서로가 추천해준 것들로. 그 때 서로 만화책을 추천해주던 것이, 어느 순간 컴퓨터로 보는 웹툰으로 바뀌었다. 매일 만화방으로 뛰어가 3,400원짜리 한 권을 빌리던 습관은 매일 밤 자기 전 요일 웹툰을 챙겨보고 자는 습관으로 굳었다.


만화방에서 물었던 그 느낌 그대로, 하지만 조금은 다른 이름으로. 새롭지만 결코 새롭지 않은 이 질문을 1년 전즈음 친구에게 건넸었다. 친구는 몇 가지를 들어 얘기하다가, 한 웹툰 이름을 대며 혹시 보고 있냐고 물었다. 보고 있지 않다고 하자, 친구는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할 거라고 했다. 기껏 추천을 받았건만, 나는 그 작품을 한동안 보지 않았다. 쌓여있는 여러 편을 보는 것은 큰 다짐이 필요하니까.


그러던 어느 주말, 침대에 앉아 한두 편을 읽기 시작했다. 참, 상대의 취향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치트키다. 앉은 자리에서 나와 있는 편을 다 읽었다. 매주 챙겨봤고, 가끔 누군가가 내게 웹툰을 추천해달라고하면 이 작품을 꼭 포함해 추천했다. 모두가 눈치챘을 테지만, 그 웹툰이 바로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다. 지난 3월, 작품은 완결이 났고, 단행본이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많이도 아쉬워했다. 그래도 10월 초쯤 연극으로 나온다는 작가의 말에 꼭 보러가야지, 혼자만의 작은 약속을 했더랬다. 아주 먼 미래같아보였는데, 벌써 반 년이 지나 9월 말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약속을 이룰 소식이 들려왔다.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가 곧 개막한다.



/시놉시스/


이름 이찬란, 나이 23세.


엄마는 내가 한 평생 찬란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내 이름을 ‘찬란’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평범한 외모, 평범한 속도, 평범한 욕심을 가진 나는 특.별.히 가난한 관계로 일주일 내내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바쁜 스케줄로 가끔 비굴하게, 또 가끔은 고립된 느낌으로 대학 4년을 버티고 있다.


일찍 수업이 끝난 어느 날, 잘못 들어선 학교 건물에서 우연히 도래선배와 얽히게 되었다. 있는지도 몰랐던, 심지어 폐부위기에 놓인 연극부에 얼떨결에 가입하게 되었고, 또 다른 연극부원인 유, 시온선배, 혁진 언니와 함께 연극부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연극부는.. 아니 우리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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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제목 그대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웹툰이다. 하지만 마냥 가볍고 쉽게 ‘힐링’을 얘기하는 작품은 아니다. 개인의 상처를 사회의 문제로 확대해 보기도 하고, 구조 속 억압과 폭력을 다루기도 한다. 지나친 자기연민을 조심하고, 용서의 본질적인 면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평범’하다는 말을 곱씹어보기도 하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극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 질문과 답이 백퍼센트 옳아서, 캐릭터의 말과 행동이 너무나 감명 깊어서 이 작품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연극’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나아가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독자인 나는 부지런히 깨닫고, 위로 받고, 때로는 화를 냈다. 찬란이라는 인물이 본인의 이름 속 ‘찬란’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적극적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취향이라는 것은 여기에 숨어있었다. 한 여성캐릭터의 성장. 그리고 연극이라는 요소가 내 경험에 묘하게 겹쳐졌던 것도 있었다.


“그래, 약속할게. 꼭, 네가 말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글을 쓸게.”
“이 대화가 헛되지 않도록, 사람들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 글을 쓸게.”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38화 - 괜찮지 않아도 돼.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가 영화, 드라마도 아닌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점이 참, 묘하다. 웹툰 속 캐릭터들은 하나의 공통된 목표, ‘폐부 직전 연극부의 마지막 연극’을 하며 서로를 들여다보고 함께 성장한다. 물론 그들이 연극을 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연극에 임하는 자세만은 같다.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전하고자 하는 태도. 연극의 힘, 연극의 본질에 대한 믿음. 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 연극의 힘을 믿던 웹툰이 연극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원작을 아끼고 좋아했던 만큼, 연극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원작을 백퍼센트 재현하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백퍼센트 재현할 수도, 재현할 필요도 없다.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웹툰으로 전할 수 있는 것들을 전했다. 연극 역시 연극으로 전할 수 있는 것들을 전해야 한다. 연극의 힘을 믿던 작품이었던 만큼, 연극만의 힘을 이용한, 연극이 표현할 수 있는 무대로 구현해낸, ‘연극’ ‘찬란한지 않아도 괜찮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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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내 스스로 위로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작품 -


일자 : 2019.10.05 ~ 2019.11.10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주최/기획
콘티(Con.T)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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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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