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오페라와 친해지기 대작전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9"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향해서.
글 입력 2019.09.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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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한국에서 익숙한 장르는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오페라를 4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고전 음악의 총 집합체라고 하지만, 언어의 장벽 등 때문에 매력을 알아보기 힘든 장르다. 나 역시도 끊임없이 친해지기 위해 다가갔지만, 항상 실패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숙제를 위해 오페라 갈라쇼를 관람했는데, 이탈리아어인 줄 알았던 노래가 잘 들어보니 한국어였던 기억이 난다.


한국어가 어쩜 이렇게 외국어처럼 들릴 수 있을까. 반대로 민요를 외국어로 부른다면 한국어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뒤로는 엄마가 즐겨 듣는 오페라 음악을 같이 듣길 시도했다. 높은음이나 커다란 성량으로 노래를 부를 때면 일자무식이라도 소름이 돋곤 했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면 어디서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다. 나는 오페라를 즐길 줄 모르는 생초보다. 하지만 어색하다고 언제까지 멀찍이서 그 이름만 바라보고 있다면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법이다. 느꼈겠지만 마침 엄마는 오페라를 즐기는 편이셔서 효도도 할 겸 다시 오페라와 친해지기 대작전을 펼쳐보기로 한다.



(10.1)그랜드오페라 갈라쇼.jpg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9”는 그런 이유에서 가장 적합한 축제다. 들어보면 다 아는 참 쉬운 오페라가 이번 축제의 모토인 만큼 초보도 즐길 수 있는 오페라 공연을 선보인다. 오페라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내 최고의 성악가가 비록 제목은 모르지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친근한 곡을 부르며 환상적인 시간을 선보인다.


오페라가 낯선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야외 공연인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는 물론이고, 대중적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레미제라블>은 물론이고 <이순신>, <영웅> 속의 넘버와 오페라의 아리아, 팝송을 함께 들려주는 “오페라 & 뮤지컬 BIG SHOW”도 준비되어있다. “영화 속의 오페라”는 영화 속 명장면에서 장면을 더욱 부각하는 음악을 오페라로 만들어 경쾌하고 명확한 해설과 함께 공연한다. 과거 사랑하던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전율, 슬픔, 행복과 즐거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축제의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마다 진행되는 “오페라 100% 즐기기”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이중섭>의 공연 전 해설가 및 음악 평론가, 작곡가가 함께 재미있는 강의와 영상으로 거리감이 느껴졌던 오페라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연주되어 내용의 이해가 다소 어려운 오페라의 내용을 미리 설명해주면서 오페라의 제목도 낯선 나 같은 사람이 미리 최소한의 지식을 익히고 보면서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오페라 100% 즐기기” 이후에 진행되는 가족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부유한 집 자녀 아디나를 짝사랑하는 네모리노의 이야기를 빠른 전개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랑스럽게 묘사한다. 톡톡 튀며 유쾌한 공연 내용은 누구라도 재미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공연 속에 나오는 오페라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오페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곡이다. 아직 어색한 기분이 든다면,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한국어 가사가 적혀있는 노래 영상을 한 번 듣고 가보자. 내가 오페라 노래를 안다고? 반신반의하며 틀었는데, 아는 노래가 맞았다. 잔잔한 전주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캐릭터의 슬픔까지 느껴진다. 오페라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아, 이거 어디서 들어봤다 하는 친근감에 괜히 노래에 집중한다. 들은 적은 꽤 있는 거 같은데 이제야 처음으로 의미를 이해했다. 다 듣고 나면 어쩐지 죽음도 무섭지 않은 사랑을 해본 것만 같은 착각이 들고 가슴이 절절하게 아파진다.


“오페라 100% 즐기기”에서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작품 한국 창작 오페라 “이중섭”은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화가 이중섭과 그 주변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슬픈 황소의 눈은 나라를 잃은 슬픔 때문이기에 순수한 조선의 냄새가 나는 그런 소를 그리겠다고 마음먹은 이중섭의 일생 속 조국과 그림에 대한 열정, 순수한 마음을 공연한다. 축제 중 10일 목요일부터 12일 토요일까지는 이중섭의 작품이 무료로 강동아트센터에 전시된다. 공연을 보고 나온 뒤, 혹은 그 전에 “이중섭 미술관 초청 전시”를 본다면 감동이 두 배 이상으로 부풀어 오를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라는 모토는 이제 막 문화예술을 처음 만나보는 어린아이들도 포함된다. 당연히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는데, 국립오페라단의 <헨젤과 그레텔>이다. 자극적일 수 있는 동화 원작을 순화하여 이야기 속 권선징악을 강조한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인만큼 공연 자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물론 대사와 노래를 한글로 번안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색색의 무대와 재미있는 안무로 60분의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10.9)헨젤과 그레텔.jpg
 


그런가 하면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에서는 카르멘처럼 불같은 사랑을 한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로 카르멘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샹송은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대중가요를 뜻하던 용어로 11~13세기 가곡의 형태로 시작하여 16세기에 이르러서는 대중가요로 자리 잡았다. 유일 샹송 가수 미선레나타가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사랑은 누가 소유할 수 있나요?> 등의 노래를 부르며 직접 작품 해설을 한다.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은 샹송의 예술적이고 대중적인 우아함과 오페라의 화려한 색채가 어우러져 프랑스의 예술 문화를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9”의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보았다. 과연 나의 칠기팔전 정신 오페라와 친해지기 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 오페라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색해서 서로 만나면 아무 말도 못 하는 ‘아는 사람’ 정도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페라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길을 걸어가는 내내 듣게 되는 가요나 디즈니 영화 등으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뮤지컬과 달리 찾아서 보지 않으면 크게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오페라 공연이 얼마나 많이 올라오느냐와 다르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없다. 민요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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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무언가를 자주 접한 만큼 알게 된다. 한국에 밀크티가 처음 나왔을 때, 나를 포함해 주변 몇 사람들은 타피오카 펄을 어색해했다. 개구리알 같고 식감이 이상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얼결에, 혹은 도전정신으로 몇 번 먹다 보면 매력을 알게 된다. 음료인데 든든하다는 것이 매력 있고, 쫄깃하며 달곰한 맛에 반하게 된다.


오페라도 비슷하다. 잘 접하지 않았기에 어색하고 낯설지만 자주 보고 접하게 된다면 분명 그 특유의 매력에 반하게 될 것이다. 만일 오랫동안 봤음에도 취향이 아니라면, 밀크티가 취향이 아닌 사람처럼 주변의 다른 공연을 보면 되는 일이다.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9”는 타피오카 펄을 처음 먹었던 카페처럼 새로운 세계로 걸어가는 길을 터주고 나아가 낯선 장르가 친숙한 장르가 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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