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들에게 ‘변하지 아니하는’ 것은 무엇일까 : 혼마라비해? [공연]

‘자이니치’에 대한 한국인의 오해와 편견
글 입력 2019.09.1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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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해외여행지는 일본이었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이다. 입시 공부에 말라갔던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했고, 이유 모를 우울감에 나를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방학 내내 집 근처 작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고 내 손에는 100만 원이 안 되는 돈이 쥐어져있었다. 최대한 길게,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은 조금 두려웠으므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그렇게 결정한 여행지가 일본이었다.


그 당시에는 한창 일본 여행 열풍이 불었고, 한국-일본 대학생 교류 같은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혼자 일본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염려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 ‘혐한 시위 못 봤어?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야.’ 사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친절했다. 너무 상냥해서 다들 미소 버튼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머릿속의 이미지와 실제 맞닥뜨린 이미지의 차이와 충돌에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내가 처음 본 일본의 이미지는 그러했고, 재일교포, 헤이트 스피치, 오사카 조선학원 고교 무상화 차별 사건을 알게 된 건 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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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민족인가


재일교포. 한국에서는 그들을 ‘한국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같은 ‘민족’으로 바라보는가? 재외국민은 국외에 거주하고 있으나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와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동포를 재외 동포, 교포, 또는 해외 교포라고 한다. 우리는 이들을 같은 ‘민족’으로는 바라보지만 같은 ‘한국인’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한국 국민이 해외로 나가 교포가 되기 시작한 시점은 일제강점기 무렵이다. 팍팍하고 척박한 생활을 탈피하고자 중국, 만주, 러시아로 망명을 가기도 했으며,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리고 해방이 되어서는 가족을 꾸리는 등 여러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그곳에서 정착하여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북한인을 재일교포라고 부르며, ‘자이니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이니치’는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라는 유언비어로 학살을 당하는 등 많은 고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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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변하지 아니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대세 축구선수. 그가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대세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경상북도 의성군 출신이고, 어머니는 조선적 재일교포로 현재는 아버지를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정대세 선수가 ‘나는 김정일을 존경하고 믿고 따른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출신으로, 조총련은 해방 후 처음 생긴 재일동포 단체이다. 친북한계 재일본 단체로, 정대세 선수는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역사적 맥락과 그가 살아온 환경을 떠올려보면 단순히 비난만 할 문제는 아니다.

 


연극 <혼마라비해?>에서는 일본의 ‘자이니치’에 대한 한국인의 오해와 편견을 다룬다. 일본에서 실제 자이니치와 만나 겪었던 일화로부터 출발한 본 작품은 또한 ‘헤이트 스피치’, ‘오사카조선학원 고교 무상화 차별 사건’ 등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혐한 사건도 작품에 함께 녹아있다. 작품은 일본 오사카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가정에 방문한 ‘토종 한국인 작가 신영주’가 우연히 그 집에 걸린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욘사마, 2PM 열풍이 불고, 혐한 시위가 일어났던 2009년의 일본의 풍경과 자이니치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러하다.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그들에게 ‘변하지 아니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쪽에서도 이방인 취급 당하는 이들의 마음을 나는 어떻게 헤아려보고, 들여다볼 수 있을까.


‘적응은 폭력이다’ 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재일교포는 적응을 강요받으며, 일본 땅에 새로운 터전을 잡고, 매 순간순간마다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아왔을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번 <극단 실한>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특히 일본에서 실제로 자이니치를 만나 겪었던 일화로부터 출발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본 오사카 츠루와시 시장 한일타운에서 살아가는 자이니치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연극 <혼마라비해?>가 9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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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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