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중요한 건 진심, 그리고 나 -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자신의 모든 경험을 총망라한 가이드북
글 입력 2019.09.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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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

 

익숙한 음성이 내 핸드폰 액정에서 흘러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의 책 얘기, 나는 오늘도 유튜브 ‘겨울서점’을 본다.

 

나는 유튜브를 몹시 애용한다. 유튜브 속 짧고 빠른 호흡의 영상들은 나의 바쁜 일상에 적절한 휴식을 제공해준다. 유튜브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이제는 드라마는커녕 영화도 호흡이 길어서 잘 안 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책은 오죽하겠는가. 앉아서 바라보기만 해도 온갖 화려한 시각 매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굳이 힘주어 생각해야 하는 활자매체에 마음이 갈 리가 없다. 지하철, 버스, 자기 전 등등 수시로 핸드폰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내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 틈틈이 새로 올라온 SNS 게시물은 빠지지 않고 챙겨보면서 책은 한 장도 열어보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책을 사랑했던 학창 시절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는 완전히 책을 잊었었다. 그렇게 책의 가치를 잊은 채 스마트폰의 늪에 빠져있던 나는 몇 개월 전, 다시 독서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것은 가장 빠른 매체에서 가장 느린 매체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겨울서점의 영상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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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서점은 김겨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으로, 책 소개가 겨울서점의 주된 콘텐츠다. 그 책 소개가 단순히 홍보를 위한 정보 전달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겨울서점의 영상에는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책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김겨울만의 통찰력이 담겨 있다. 나를 다시 읽는 사람으로 바꾼 겨울서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진심이다.


영상에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당기기 위한 자극적인 홍보가 아닌, 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애정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많은 책으로 빼곡한 책장, 그리고 책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과 쏟아내는 말들이 그녀가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증명한다. 그래서 영상을 다 보고 나면 나 역시 그녀처럼 책을 사랑하고 싶게 된다.

 

좋아하는 것에 관해 말하는 사람의 눈빛은 이렇게 빛나는구나. 겨울서점을 보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그 생각은 곧 이렇게 발전되었다. ‘나도 많은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겨울서점 영상을 보면 본인 집에서 이야기만 하는 형식인데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수히 많은 다짐이 그러하듯이 그 생각은 ‘언젠가’의 미로에 빠져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내 생각은 이렇게 변했다. ‘아직은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언젠가 시작해야지’ ‘시작만 하면 쉽게 채널을 유지할 수 있을 거야’라고. 그런 나에게 김겨울은 정반대의 말을 했다. 자신은 쉽게 시작해서 어렵게 유지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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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은 김겨울이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법을 전달하는 설명서다. 유튜브의 인기에 따라 유튜버라는 직업을 꿈꾸는 자들이 많아졌고 그들을 위한 가이드북 역시 많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튜브 왕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런 세상에서 이 가이드북이 내게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또 진심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유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많은 조회 수,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비법 같은 것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그 대신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근거 삼아 전달할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김겨울이 전해주는 경험의 상세함에 놀랐다. 제목과 내용을 정하는 굵직한 부분들만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책에는 채널 이미지와 영상의 썸네일 정하기, 장비 마련하기, 악플러 상대하기 등 본인이 유튜버로 지내면서 겪은 모든 경험을 총망라하여 이 책에 쏟아 부은 느낌이 강력했다. 물론 김겨울의 경험이 모두에게 똑같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김겨울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이는 자신의 경험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지만 내겐 그래서 더 실용적인 가이드북이었다. 김겨울이 쏟아부은 경험담엔 자신을 모델 삼아 유튜버를 시작할 이들이 최대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묻어있었다. 이런 진심을 가진 사람이 쓴 가이드북이라면 최소한 희망고문이나 날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진심이 또 느껴지는 부분은 유튜버로서 유튜브를 대하는 김겨울의 태도였다. 유튜브의 세계에서 모든 가치는 숫자를 통해 매겨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회 수와 구독자 수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와 구독자 수는 곧 유튜버의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극적으로 조회 수만 높이려는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김겨울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려면 그 둘에 대해 신경을 꺼야 한다고, 숫자가 절대 가치인 유튜브의 세계에 살아남기 위해선 나라는 인간은 숫자로 이루어지 않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김겨울의 말에 따라 조회 수, 구독자 수에 거둔 시선이 향할 곳은 곧 나 자신이다.

 

나라는 인간은 유튜브의 숫자로 대표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직업은 유튜버지만 어딘가에선 작가이자 뮤지션이고, 어딘가에선 소중한 가족구성원이거나 친한 친구다. 김겨울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여러 갈래로 분리한다. 유튜버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만드는 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코 나를 잃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김겨울의 태도는 모든 유튜버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별생각 없이 봤던 겨울서점 영상이 다르게 느껴졌다. 이 한 편의 영상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있었던 걸까.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게 김겨울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였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본 겨울서점 속 김겨울은 이 땅의 수많은 직업인 중 한 명이었다. 프리랜서인 김겨울은 오늘도 치열하게 자신의 앞날을 고민한다. 그러나 그 치열한 고민에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책에 대한 그녀의 애정만큼은 굳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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