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라탕 유행으로 추억이 된 마라 체험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9.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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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열풍 중 지금까지 시들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는 음식은 ‘매운’ 음식인 것 같다. 당장 떠오르는 동대문엽기떡볶이, 불닭볶음면은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상품이며, 이것들을 따라잡기 위해 다른 회사에서는 경쟁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혀의 고통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신선한 매운맛을 찾고 있다. 마라탕은 한국식 매운맛과는 다른 얼얼함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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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마라탕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영상의 종류는 다양하다

 


필자가 마라탕을 처음 먹어본 때는 본격적인 유행이 되기 전인 2017년, 대학로의 어느 가게에서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으로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자고 함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물이 마라탕이었다. 당시 마라탕을 파는 가게는 혜화에서 몇 곳 되지 않았다.

 

주문 방식은 써브웨이에 처음 갔을 때처럼 새로웠다. 탕에 넣을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고, 그중에는 무엇인지 모를 중국 식자재도 있었다. 맵기 단계도 어느 정도일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중국인 직원은 서툰 한국어로 어느 정도가 매운 라면의 맛과 같은지 설명했다. 목욕탕 열쇠를 연상케 하는 주문 팻말이 당시에는 그 가게만의 컨셉으로 받아들였다. 작은 중국에는 약간의 아날로그 느낌과 투박함이 있었다.

 

그 가게에서는 손님이 직접 재료를 담는 마라탕 외에도 일정 가격을 지불하면 직원이 무작위로 골라 담아 나오는 마라탕이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담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각각 8,000원씩 내고 탕에서 무엇이 담겨 나올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체에 재료를 넣고 삶아 마라 육수에 담으면 끝나지만, 우리의 주문은 만드는 이가 일일이 재료를 담아야 하니 더 번거로웠고 남들보다 오래 걸렸다.

 

밀린 주문 끝에 나온 마라탕을 보며 우리는 약간의 짜증이 나 있었다. 탕 속 재료도 유난히 소시지가 많아 기대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특유의 얼얼함은 마라가 왜 중독성이 있는지 단번에 한 입으로 설명했다. 이후 한동안 마라탕 가게를 찾지 않았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먹었던 탕이 가장 본토 느낌과 가까웠던 마라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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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혜화역 주변에서는

마라탕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작년 텔레비전 맛집 및 여행 프로그램에 마라탕이 나오면서부터 마라를 찾는 손님과 가게가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택이 빽빽한 곳에도 마라탕 가게가 개업하는 것을 보면 열풍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몇 년 전 반짝 생겨난 대만 카스텔라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를 걷다 보면 마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다.

 

음식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향신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맛 또한 현지화한 곳이 늘어났다. 어떤 곳은 사골육수에 향신료를 넣어 알싸한 향보다 사골 냄새가 더 강하다. 그런 식당에서 주문하면 마라탕도 설렁탕도 아닌 국적불명의 탕을 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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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은 서서히 현지화를 거치는 중이다

 


지금까지 맛볼 수 없었던 특이한 중국 음식이 이제는 필자에게 단순한 해장음식이 되었다. 2년 전에 경험한 맛은 더 찾을 수 없었다. 중국에 온 것 같았던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도 찾기 힘들어졌다. 현재 마라탕 유행은 한풀 꺾였다.


새로운 음식 열풍이 그것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하지는 몰라도 맛의 변질을 피하기는 어렵다. 마라탕이라는 바람이 스쳐 지나간 지금, 다음에는 또 어떤 것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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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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