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명료한 국적과 복잡한 정체성, 그 사이 어딘가에서 - "혼마라비해?" [공연]

우리가 간과했던 재일교포의 삶을 뼈 있게 다룰 연극, <혼마라비해?>
글 입력 2019.09.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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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루는 거대한 한 부분, 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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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중 나의 국적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까? 내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가치관들까지 포함한다면 최소한 절반 이상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쓰는 언어, 먹는 음식, 입는 옷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생활 방식들이 우리나라에 산다는 이유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스스로의 행동들에 대해 별다른 위화감을 품지 않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우리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국적이 부여되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절대 다수의 우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재외동포들의 삶일 것이다. 재외동포란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을 뜻한다. 그리고 재외동포는 다시 재외국민과 한국계 외국인으로 나뉘는데, 재외국민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외국에 거주하거나 영주권을 갖고 있는 자를 말하고 한국계 외국인이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을 말한다. (참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재일교포? 일본 거주 한인? 일본 국적?



그런데 그중에서도 재일교포는 우리가 쉬이 파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요인들을 지닌다. 재일교포는 단순히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칭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재일교포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향한 우리 동포들과 그 후손들을 뜻한다.


그들은 당시 일제의 가혹한 경제수탈, 중일전쟁 발발 이후의 강제 징병, 혹은 강제 연행 등을 통해 일본에 건너갔다. 그리고 광복 이후 일본에 잔류한 60만여 명의 한인들이 현재의 재일교포가 되었다. 즉 그들은 일제의 잔인한 식민 통치로 인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의 산증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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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재일한인들의 지문날인거부운동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을 뿐더러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일본 안에서 재일교포들, 이른바 자이니치들은 항상 혐한의 대상, 차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는 흔히 재일동포들이 핍박받은 사례를 1923년 일본 관동대학살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끔찍한 사건이 지난 지 벌써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 이후에도 재일교포들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은 항상 존재해 왔다. 그들은 취업, 진학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으며 재일교포들을 감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일본이 의무화했던 자이니치 지문날인제도는 1993년에 들어서서야 폐지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제도적 차별은 객관적인 수치로 명료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들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 차원의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의 정체성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욱 모호해졌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말만 할 줄 알고 일본인과 어울려 살지만,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이라 말하기도 모호한 그들은 우리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느끼며 살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 국적을 취득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자신들을 타자화했던 일본인들과 똑같은 정체성을 갖는 것, 나의 핏줄과는 별개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한국적을 갖는 것, 나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워 줄 <혼마라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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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재일교포를 ‘일본에 사는 한국인’ 정도로만 생각해 그들의 삶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혹은 관심을 가졌지만 그들의 일상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면 오는 9월 말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혼마라비해?>에 주목해 보자.



[시놉시스]


대학로에서 연극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영주'. 2009년 여름, 영주는 일본 극단 '마사루'의 작업을 돕기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하게 된다. 외로운 타지 생활이 될 뻔 했으나, 거기서 알게 된 재일동포 ‘지숙’의 도움을 받아 순탄하게 적응해 간다.


작품 번역 일을 위해 지숙의 도움을 받기로 한 영주는,하루 날을 잡고 연극연습이 끝난 후, 지숙이 하숙하고 있는 츠루하시 시장골목 잡화점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김일성, 김정일 사진. 영주는 곧바로 얼어붙고 만다.


'혹시 이들은 간첩?'



<혼마라비해?>는 토종 한국인 ‘신영주’가 재일동포 ‘지숙’의 집에 걸린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같은 핏줄, 같은 나라의 이름을 지녔지만 전혀 다른 장소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둘. 이들 사이의 간극과 공유지점을 유쾌하면서도 뼈 있게 다룰 <혼마라비해?>를 기대해 보자. 지숙의 집에 걸린 사진과 요상한 제목, 우리가 몰랐던 자이니치의 삶 등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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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은 극단 실한에서 맡았다. 말 그대로 ‘실한’ 공연을 위해 모인 극단 실한은 우리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현대 사회 속 소외 계층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들은 <혼마라비해?> 이외에도 성소수자들의 사회적인 소외와 차별에 대해 다룬 <레라미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우리들 주변의 구석구석에 위치한 어두운 실상을 다루는 극단 실한의 연극은 다수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자들의 삶을 세상 밖으로 꺼내 보여준다.


극단 실한의 <혼마라비해?>는 9월 20일 금요일부터 9월 29일 일요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상연된다. 시간대는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로 평일에는 퇴근, 하교 이후에도 방문할 수 있다. 다만 9월 23일 월요일은 쉬는 날이니 잊지 말자.



[공연개요]


▷ 공연명 : 연극 <혼마라비해?>

▷ 공연날짜 : 2019년 9월 20일(금) ~ 9월 29(일)

▷ 공연시간 : 평일8시, 주말 3시 (월 쉼)

▷ 러닝타임 : 100분

▷ 관람연령 : 만 13세 이상 (중학생 이상)

▷ 공연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티켓가 : 전석 삼만원



제작 : 극단 실한


창작진


원안 | 김연미

각색 | 극단 실한
연출 | 신명민
무대 | 김다정
조명 | 정하영
음악 | 조라승
의상 | 김경아
분장 | 이지연
음향 | 이예은
조연출 | 김서연
인쇄물 디자인 | EASThug
사진 | 보통현상 (박태양, 김솔)

프로듀서 | 임예지
제작 총괄 | 정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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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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