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서 불안하더라도 -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도서]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글 입력 2019.09.0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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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동안 유튜브에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쓴다. 물론 3시간 30분을 내리 휴대폰만 쳐다보는 것은 아니다. 잠들 때까지 틀어 놓는 ASMR 영상이나, 다른 것을 하며 귀로만 듣는 영상이 대부분이다.

현재 내가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은 158개인데, 각 채널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영화 리뷰, 먹방, 반려동물, ASMR, 자기개발, 게임, 시사, 예능, 영상편집, 브이로그, 요리.. 그리고 책! 책이 있다.

김겨울의 <겨울서점>은 내가 구독한 채널중 유일하게 책을 다루는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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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겨울서점> 채널에서 본 영상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


나는 평소 책과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채널을 구독한지 벌써 일 년이 다 돼간다. 어쩌다 이 채널을 구독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이 채널의 영상들은 평소 다른 일을 하면서 귀가 심심해 영상을 '듣는' 나에게 제격이었다.

딱히 화면을 볼 필요가 없는 영상들이었다. 잔잔하면서도 또랑또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시각 자료 없이 듣기에도 전달력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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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북튜브 채널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요즘,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 북튜브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이론적인 내용들을 소개한다.

채널을 개설하고, 채널 아트와 프로필을 제작한 뒤,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한다. 그리고 채널의 컨셉트를 정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북튜브의 다양한 컨셉트를 제시한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콘셉트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북튜브에는 '보여 줄 것이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책의 모든 장면을 영상화해서 촬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혹은 '부족한 화면을 무엇으로 보충할 것인가'가 다른 유튜브 채널과 구별되는 북튜브의 추가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4장. 북튜버의 업무들'에 이르기까지 북튜브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들을 쏟아낸 저자는 '5장. 북튜버가 되고 나니'서부터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혼자만의 속 사정을 하나둘 꺼낸다.


북튜버라는 직업 '만'으로는 돈을 벌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자가 유튜브 수익보다는 주로 강연료와 고료로 생활한다는 것도, 스스로도 북튜브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못했다. 또한 영상 조회수에 갇혀 당분간 숫자를 보지 않기로 했다는 솔직한 고백에는 유튜브 영상 속 덤덤하고 단단해 보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다시 상기한다. '책이라는 물건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데 주력하는 채널, 부담을 내려놓고 책의 즐거움을 느껴 보라고 권하는 채널'. 겨울서점이 꿋꿋이 책 이야기를 하는 곳, 사람들이 모여 책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곳, 독서에 관심이 없던 누군가에게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를 제공하는 곳. 저자는 그것에 만족한다.

비주류가 되어버린 '책'을 반대로 이제는 너무나 거대해진 플랫폼 '유튜브'에서 다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유튜브를 자주 이용해서 유튜브의 추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 유튜브라는 바다다. 비교적 잔잔한 콘텐츠는 자극적인 콘텐츠의 파도에 밀려 그렇게 어디론가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 '북튜브'도 마찬가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튜브가 무인도 같은 곳이 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라지리라고 예상한 수많은 매체가 오히려 살아남아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은 흔합니다.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았고 종이책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편지를 씁니다. 책을 읽는 마음을 나눌 이가 곳곳에 숨어 있기를 바랍니다.

저와 계속 나누어주세요. 책에 대한 그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는 글을 읽는 것에 흥미가 없다. 하지만 그런 내가 그녀의 콘텐츠를 접하고 영화로만 경험했던 <캐롤>의 원작 <소금의 값>을 읽고, 민음사의 <민음 북클럽>에 가입했다. 분명 이것은 그녀에게 나에게 이루어낸 업적이다. 또한 나에게도 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이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이 작은 변화가 그녀에게 보람을 준다면, 불안하더라도 계속 나아가 보고 싶다는 그 말에 작게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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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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