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Winnie the Pooh, We need the Pooh - 안녕, 푸展

글 입력 2019.09.0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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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와의 첫 만남을 기대하며 <안녕, 푸展>이 열리고 있는 소마미술관을 방문했다. 푸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미술관답게 입구부터 푸와 친구들이 반갑게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시는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푸가 아니라 원작인 책 ‘Winnie the Pooh’의 오리지널 드로잉과 사진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이에 맞춰 전시의 테마도 ‘책을 전시하다’, ‘책을 여행하다’로 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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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춰 전시가 시작되는 1관부터 동화책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토퍼의 방으로 꾸며진 1전시관은 초창기의 스케치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곰돌이 푸’의 글로벌 버전,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실물 인형 등 푸를 주제로 제작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1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곰돌이 푸’의 러시아버전과 푸와 친구들의 모티브가 되었던 인형들이었다. 러시아버전의 곰돌이 푸는 캐릭터만 봤을 때는 노란 곰의 푸를 전혀 연상할 수 없는 갈색의 곰이었다.


전시장 한 켠에서는 러시아버전 곰돌이 푸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캐릭터와 더불어 목소리도 전혀 예상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처럼 원작과는 전혀 다른 곰돌이 푸를 보고 있자니 ‘원작자는 이렇게 변형된 곰돌이 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하는 생각을 들었다. 이에 대한 답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러시아 곰돌이 푸는 생김새는 전혀 달랐지만,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나라의 문화를 입혀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끼는 곰돌이 푸 중 하나였다고 한다.


푸, 피글렛, 이요르, 티거 등 평소 알던 캐릭터들과 닮은 듯 안 닮은 인형들을 보고 있자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인형들에게는 각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이요르의 경우 유일하게 이웃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선물받았는데, 이러한 이유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우울한 분위기의 인형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푸에 등장하는 토끼와 부엉이 캐릭터의 실제 모델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 두 캐릭터는 글작가의 사상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두 캐릭터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스케치를 하여 그려졌으며 그래서인지 책에서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어른스러운 이미지로 나온다고 한다.


크리스토퍼의 방으로 이루어진 1관과 책 속의 이야기를 재현해 놓은 2관을 지나 3관으로 들어갔다. 미술관의 동선 상 바로 이어지지 않아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 3관은 곰돌이 푸의 영상실이다. ‘위니 더 푸’와 ‘푸 코너에 있는 집’에 수록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곳이었는데, 필자처럼 곰돌이 푸에 대해 캐릭터를 제외한 지식이 없다면 꼭 들르기를 추천한다. 영상을 통해 캐릭터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고, 스토리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전체적인 전시를 관람하는데 있어 흥미를 돋우는 등의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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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전부 관람한 후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점은 두 가지였다. 곰돌이 푸를 향한 원작자들의 사랑과 책의 스토리와는 달리 실제로는 행복하지 못했던 크리스토퍼의 이야기였다.

 

곰돌이 푸가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데에는 글작가 앨런 밀른과 그림작가 쉐퍼드의 공이 큰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글작가 앨런 밀른이 곰돌이 푸 이야기를 세상에 탄생시켰고, 이 이야기에 쉐퍼드가 삽화를 그림으로써 지금의 곰돌이 푸 캐릭터가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곰돌이 푸 이야기는 1926년에 세상에 나왔다. 이 시기는 세계1차대전이 끝난 시기로, 당시 사람들은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밀른은 런던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동했는데, 그 곳에는 숲이 있었다고 한다. 그 숲에서 아들과 놀아주던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그렇게 실화 바탕의 이야기인 곰돌이 푸가 책으로 나오게 된다. 작가는 곰돌이 푸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이는 푸가 당시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밀른의 가정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곰돌이 푸가 실제 이야기라는게 밝혀지면서 밀른의 아들 크리스토퍼는 세상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학창시절에는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곰돌이 푸라는 딱지를 그의 인생에서 떼어내지도 못했다. 더욱이 곰돌이 푸 이야기가 성공하면서 밀른이 바빠지게 되었고, 더 이상 과거처럼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내지도 못하게 되었다. 실제 크리스토퍼는 곰돌이 푸가 애증의 캐릭터이며 책이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곰돌이 푸를 통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었던 밀른의 가정이 정작 행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아이러니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푸의 이야기는 4년동안만 작성되었지만 이와 반대로 삽화작가인 쉐퍼드는 40년 동안 곰돌이 푸의 삽화를 그렸다고 한다. 밀른과 쉐퍼드 두 사람의 완성작은 ‘책’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전까지는 그림과 글이 완전 분리된 형태로 나온 반면 ‘위니 더 푸’는 글과 그림이 함께 온전히 섞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직도 푸가 두 사람 중 누구의 작품인가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40년 동안 푸의 삽화를 그린 쉐퍼드의 열정과 푸에 대한 사랑은 전시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은 어딘가 러프하면서도 세밀하다. 연필 선만 보고 있자면 편하게 몇 번 왔다갔다한 느낌을 주지만 스케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세밀히 작업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에 따라, 문구에 따라 그의 그림은 느낌을 달리했다. 꿀을 잔뜩먹고 토끼의 집으로 통하는 문에 낀 장면에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귀여움을, 피글렛과 함께 하염없이 눈이 덮힌 땅을 걷는 장면에서는 배경을 생략하며 겨울의 잔잔함과 두 캐릭터의 관계를 느끼게 했다.


뿐만 아니라 쉐퍼드의 그림에서는 캐릭터들의 자세와 표정에 집중하여 보게 된다. 마치 캐릭터들의 성격을 나타내듯 각자가 취하는 자세들이 달랐다. 항상 우울하고 자신이 없는 이요르의 경우 허리가 굽고 고개를 바닥으로 향하게 그려 그의 성격을 나타내었고, 항상 밝은 티거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쉐퍼드는 캐릭터들의 표정을 잘 표현하지 않았는데 밝은 티거만이 표정변화를 보이며 항상 온화한 셩격의 푸가 가장 표정변화가 없다고 한다.


초판이 나왔던 20년대 당시는 블록판으로 책이 인쇄되어 컬러 인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컬러링 작업이 진행된 것은 쉐퍼드의 나이갸 90대에 이르러서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신의 곰돌이 푸에게 색을 입혀주고 싶어 컬러링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곰돌이 푸를 사랑하고 애정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담이지만 지금 곰돌이 푸가 입고 있는 빨간 옷은 디즈니에서 입혀준 것으로 쉐퍼드는 푸에게 파란 조끼를 입혀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긴 고심 끝에 옷을 입히지 않고 노란 곰돌이 자체로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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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에서 푸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자연스러운 행동과 걱정하지 않는 성향에 있을것이란 예측을 했었다. 항상 해맑으면서도 명쾌한 푸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전시를 통해 만난 밀른과 쉐퍼드의 푸는 달랐다. 자연스럽고 걱정하지 않는 성향은 함께했지만 해맑고 명쾌하기 보다는 온화했다. 어떠한 길을 걷고 있어도 뒤를 돌아보면 온화한 미소로 나를 보고 있을 것만 같은 따스함이 함께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푸를 예상하고 전시를 온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평소 우리가 알던 푸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곰돌이 푸와 사랑에 빠졌다. 디즈니의 푸가 아니라 밀른과 쉐퍼드의 푸와 함께 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언제나 같은 온화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줄 것만 같은 곰돌이 푸를 만났다. 전시를 본 날이 푸와 만난 첫 번째 날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잊을 수 없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되었다.


푸와 친구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와 위로를 받고자 했지만, 그보단 따스함을 많이 얻어왔다. 이제는 항상 나와 함께하기를 바랄만큼의 따스함이었다. 전쟁의 상처를 다독였던 20년대의 푸처럼, 푸는 지금도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다독인다. 사람들에게는 이렇듯 존재만으로도 따스한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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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끝으로 작품들은 향후 최소 10년간 수장고와 주인들의 품을 돌아갈 예정이다. 2년 간의 투어로 인해 많은 빛을 받아 손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평소 곰돌이 푸를 좋아한다면, 혹은 아직 푸를 만나보지 못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고도 온화한 푸를 만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당신에게 필요했던 따스함과 위로, 동심과 같은 감정을 선물해 줄 것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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