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세기 가까이 살아있는 곰, 안녕 푸 展 [전시]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글 입력 2019.09.06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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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은 올림픽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데스크에 입장권을 내고, 천장에 달린 파란 풍선들과 위니 더 푸 친구들이 "hallo" 하고 반겨주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난 뒤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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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걸까 하며 감탄했다. 전시관마다 벽의 색이 다 달랐는데, 1전시관은 우리가 현재 잘 아는 곰돌이 푸의 시그니처 색인 노란색이 벽에 칠해져 있었다.

푸가 상업화되고 나서 다양한 회사와 콜라보 한 상품들(푸 테디베어, 푸 원피스, 푸 그림책, 푸 컵 세트, 푸 요리책등)과 실제 밀른의 아들이 갖고 놀았던 푸, 피글렛, 이요르, 티거, 캉가 인형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와 함께 한 시간만큼 마냥 인형들은 꼬질꼬질하고 많이 닳아있었다.

곰돌이 푸는 영국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Ernest Howard Shepard)에 의해 1926년에 태어났다. 동화에 등장하는 남자아이 크리스토퍼 로빈은 A.A 밀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동화의 주인공 위니 더 푸(Winnie-the-Pooh)는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가지고 있던 곰인형의 이름이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은 봉제 곰인형 위니를 지극히 사랑했고 아들의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A.A 밀른은 글을 쓰고 친구인 E.H 셰퍼드에게 삽화를 맡긴다.

전시는 밀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쉐퍼드가 그것을 상상하고 표현했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약 200개 정도의 오리지널 드로잉, 쉐퍼드와 밀른의 주 의사소통 방법인 자필 편지까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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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와 친구들이 사는 곳인 100에이커 숲은 밀른 가족이 주말에 가던 별장 근처 애쉬다운 숲을 모토로 한다. 쉐퍼드는 애쉬다운 숲을 방문해 밀른과 함께 숲의 지도를 완성했고, 그를 토대로 이야기를 붙여 푸와 친구들이 사는 100에이커 숲을 새롭게 재조성했다.

3등신으로 표현된 단순해 보이는 캐릭터와 달리 배경이 상당히 디테일해서 놀랐는데, 특히 나무가 그랬다. 언뜻 보기에 러프한 스케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무의 결이라던가 밟으면 바스러질 것 같은 낙엽의 느낌 그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는 정도를 보여줌에 따라 계절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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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의 벽면에 큼직하게 프린트되어 있는 드로잉과 드로잉을 기반으로 만든 구조물 덕에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 꽤 많았다. 억지스럽고 덕지덕지 남발한 SNS 감성보다는 몽환적이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공간이 꽤 컸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쾌적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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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은 푸가 토끼 구멍에 끼었을 때의 스토리를 감안하여 구성해 놓은 곳이었다. 얼굴을 내민 채 사진을 찍은 아이와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 아이의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전시는 여유로운 마음을 줬고, 덕분에 일상에서의 아름다움까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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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간에 굿즈샵이 있다. 인형, 엽서, 핸드폰 케이스, 필기구, 우산, 컵, 꿀 등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공룡인 척하는 곰돌이 푸우를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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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시실에서는 밀른이 셰퍼드에게 작업과 관련하여 보낸 자필 편지와 초판을 어떻게 인쇄했는지, 또 그림을 찍어내는 방법 등을 볼 수 있었다. 자필 편지의 경우 영어로 흘려 쓴 글씨라 잘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작업과정을 엿본 것 같아서 재밌고 신기했다.

흑백의 드로잉을 보았을 때는 실제 인형을 사생한 것임을 확인하고, 실제 숲을 배경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푸우가 정말 그 숲에 살았던 것 같이 어딘가 진짜 같았다면, 색이 입혀진 것을 보니까 오히려 가짜 같고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 같은 느낌이라 신기했다. 오리지널 특유의 펜과 연필로만 그린 그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곰돌이 푸는 처음 봤는데, 내가 느끼기에 밀런과 셰퍼드는 애초에 푸에게만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러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 피글렛, 티거, 이요르, 아울, 티거, 캉가, 로빈 모두가 갖고 있는 생명력에 집중했다.

전시 중간에 캐릭터 소개가 나오는데, 이 캐릭터들은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소심하고 겁 많은 돼지, 항상 우울한 당나귀, 자신감은 충만하지만 말썽쟁이 호랑이, 허세 뒤 무지함을 숨기고 있는 부엉이, 루가 걱정인 엄마 캉가 등 90년이 지나도 위니 더 푸가 사랑받는 것은 인간의 다양한 본질 속 자연스러운 어울림과 우정을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밀런과 셰퍼드가 편지로 우정을 나누고 이어 온 작업들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채웠다. 그 속에서 푸는 한 세기 가까이 살아있는 영원불멸의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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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끝나고 아쉽게 현실로 돌아왔지만, 내 곁에 나의 푸, 피글렛, 티거, 이요르, 아울, 캉가는 누가 있을까 하나 둘 곱씹어가며 따뜻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푸, 언제고 내가... 넌 알잖니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너는 가끔씩 여기에 올라올 거지?"

"나만?"

"응, 푸"

"너도 여기에 있을 거야?"

"그럼 푸, 난 정말 여기에 있을 거야.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할게. 푸."

"그럼. 좋아."





안녕, 푸 展
- Winnie the Pooh : Exploring a Classic -


일자 : 2019.08.22 ~ 2020.01.05

시간
08.22 ~ 11.30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12.01 ~ 01.05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5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2,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만12세) : 9,000원

주최
국민체육진흥공단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주관
소마미술관
바이스, 디커뮤니케이션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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