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모지상주의는 옛말입니다. 당연한 말 입니다. [문화전반]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할 만큼 무던해져 버린 지금
글 입력 2019.09.0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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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툰을 보다가 느낀 거지만, 특유의 얼굴 느낌이 비슷한 그림체의 웹툰이 많아지고, 그 웹툰의 상당수가 주인공의 얼굴, 예쁘고 잘생긴 주인공들의 외형을 메인 테마로 가져가는 콘텐츠들이 많아진 것 같다.

문득 아무렇지 않게 봐온 그 웹툰들의 내용이, 그리고 대사가 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어떤 캐릭터의 성격은 단순히 예쁘거나 잘생긴 것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댓글만 봐도 주인공의 얼굴이 달라졌다고 한다거나, 외모가 좋아서 설렌다는 식의 의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문제는, 단순 소재의 획일화, 참신함의 결여로만 볼 수 없는 것이, 그런 식의 콘텐츠가 많아지고, 또 상위 랭크에 올라간다는 것은 우리가 그런 식의 외적 가치 매김에 인식하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식의 가치판단이 틀렸다, 아예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름다움이란 미적 가치에 민감해 왔고 숭배해왔으며, 이는 아주 오래된 인간의 역사이다. 인간의 미적 추구가 생존과 관련된 것도 역사적 배경의 일부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있어, 보이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인플루언서들을 비롯해 연예인들의 사진에 달린 댓글엔 잘생겼다, 예쁘다 등의 외모를 언급하는 댓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엔 그런 태도를 소위 ‘주접을 떤다’ 라고 말하며 소통한다. 물론 소위 '주접을 떠는’ 팬심 자체를 부정하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나 역시 누군가의 팬이고, 팬들의 주접 문화를 재미있게 바라보긴 하지만, 그 주접이 외모와 관련된 말들로만 점철될 땐 조금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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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주접짤'의 일부


조금 다른 예시긴 하지만, 배우 중에는 과거 젊은 시절 자신의 외모만 언급되고, 연기는 주목받지 못해 아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이크 질렌할 등) 오로지 자신의 본업인 연기만으로 평가받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외모에 대한 칭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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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물론,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개성이 존재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이들도 많다. 또 그런 개성 넘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을 볼 때면, 이제야 좀 더 많은 이들이, 그들이 가진 또 다른 가치로 인정을 받는다 싶어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외모로 평가하고 있는 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들의 행동에 엄마의 재미있는 반응을 담은 콘텐츠로 흥행한 인기 유튜버 정선호씨는 홀연 영상제작을 그만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욕설과 외모 비하등에 대한 악성 댓글 때문이었다고 한다.

100개의 건전한 댓글보다 1개의 악성 댓글을 무시할 수 없었다던 그의 말을, 우리는 그가 나약하다거나, 돈을 그만큼 버는데 그 자리에 오르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말로 절대 넘겨서는 안 된다. 그 한마디의 평가가 한 사람의 행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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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정선호씨


이렇듯, 외모라는 것이 특정한 형상이 주류가 되어버리면, 그 주류가 아닌 외모는 모두 보잘것없어지고, 평가절하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 기준을 세우는 것도 우리고, 그 기준을 무너뜨리는 것도 우리지만, 그 기준의 가치가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다면, 결국 그로 인해 피곤해지는 것도 우리 자신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이렇게 외모로 모든 가치를 평가내리는 태도가 많은 대중의 기저에 깔려 의식조차 못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미 외모로 가치를 매기는 나 자신이 잘못된 지 모른 채, ‘잘생긴 게 최고', ‘예쁜 게 다야’ 라는 우스갯소리가 담긴 짤들이 우습지 않은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불과 1-2년 전 까지만 해도, 외모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외모지상주의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서일까? 하지만 그런 문제들의 단편엔 역시 외모지상주의가 어찌 됐든 조금씩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슈들만 해도 생긴 것과는 다른 일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고, 얼굴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에도 얼굴을 논하며 왈가왈부하는 그 태도가 이젠, 잘못 된 지도 모르는 것만 같아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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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문제의식이 뿌리 깊게 박히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담은 SF에서나 등장할 법한 유전자 조작 아기의 탄생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외국 기술과학 유명 매거진 WIRED에 따르면, 의료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임산부와 태아의 유전자 조직 정보 수집과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생물 윤리학자 벤 버크먼이 500명 이상의 여성과 함께한 연구에서, 여성들은 자녀 자폐 여부를 확인한 후, 여가 활동의 특성 (눈 색깔, 키, 운동능력)부터 출생 직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조건에 이르는 8가지 범주의 결과를 모두 선택하고 유전자 내에서 열람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이 여성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원했던 주요 이유는 임신을 종료하는 가능성에 관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미 태아의 유전자 정보를 열람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점, 유전자의 상태에 따라 생명의 존엄이 결정되는 지금, 한 단계 나아간 미래가 왔을 땐, 어떨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진다.

물론, 모든 이들이 외모지상주의에 무던해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무뎌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외모지상주의가 언젠가 전혀 문제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당연한 사회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 그러니 많은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외모 지상주의는 안녕하신지.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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