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 ‘읽기’가 힘들다면 [도서]

책 ‘읽기’가 힘들다면 '듣자'
글 입력 2019.09.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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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완독을 도전 중인 책이 있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이다. 책 소개에서는 이 책을 세계적으로 ‘하루키 붐’을 일으킨 현대 일본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설명한다. 2016년에 출간된 30주년 기념 한정판을 샀으니, 올해로 이 책을 완독하지 못한 지 3년 정도 된 것이다. 항상 책의 반절쯤 읽으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다시 책상 구석에 던져두게 되었다. ‘하루키 작가와 성향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곱씹어 보면 당장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추리소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책이 그렇다. 물론 두세 번 정도 더 시도해서 완독에 성공하여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유독 ‘텍스트’를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이제는 스스로 난독을 의심 중이다.


네이버 메인에 뜬 노르웨이의 숲 오디오북 OPEN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이거라면 완독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 대여에 1,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과자 한 번 안 사 먹으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즉시 결제했다.

세 달 동안 이용한 오디오북은 나름의 장단점이 공존했다. 대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것에 대해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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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듣다


최근 세 달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주 지하철을 이용한 시간이었다. 유독 서울 갈 일이 많았는데, 그 말인즉슨 지하철에서 매번 두 시간 이상 보냈다는 것이다. 오디오북을 이용하기 좋은 기회였다.

내가 느낀 오디오북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이었다. 성우가 정확한 발음과 생생한 연기력으로 낭독해 주는 책은 오디오북이 처음인 내가 금방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보통 책을 읽을 때 소리내어 '읽는다'. 눈으로만 읽다 보면 한두 문장 정도를 읽지 않고 그냥 지나쳐 자칫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생긴 습관이다. 책을 '읽는' 습관은 카페나 지하철같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데, 오디오북이 나 대신 책을 읽어주니 공공장소에서도 책을 들을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

눈으로 책을 읽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눈이 정면을 향하게 되는데, 이때 내가 앉은 맞은편에 사람이 있지 않다면 나는 지하철 창문 너머의 풍경을 감상하는 편이다.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과  오디오북의 소리가 어우러져, 내가 마치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맞은편에 사람이 앉아있어 시선 둘 곳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눈동자가 자칫 다른 사람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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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꼽는 장점은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종이 책의 단점과 대조되는 점이기도 한데, 오디오북은 직접 책을 들고 페이지를 넘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손이 굉장히 자유로워진다.

휴대폰으로 결제가 가능해 지갑도 두고 다니는 요즘의 현대인이 독서를 위해 굳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감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휴대폰만 있으면 된다. 오디오북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챙겨야 하지만 무거운 책과 비교해본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디오북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백그라운드 재생이 가능하다. 때문에 휴대폰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춰서 이야기하자면, 동시에 다른 일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자칫 내용의 흐름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청각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디오북이 가진 단점을 꼽아보자면 재생시간을 들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을 눈으로 읽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대여한 '노르웨이의 숲'의 전체 재생 시간은 15시간 19분이다. 배속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1배속으로 듣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든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낭독해주는 오디오북을 듣다 보면 깜빡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읽는 책과 마찬가지로 완독을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다. 좋게 생각해보자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좋은 자장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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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힘들다면 '듣자'


만약 누군가 나에게 '거두절미하고 노르웨이의 숲, 완독에 성공했나?' 라고 묻는다면 '아직' 이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오디오북으로 완독에 성공한 것 처럼 굴어놓고 왜 아직이냐고 반문한다면 이에 대한 내 입장은 이렇다.

노르웨이의 숲을 완독했는지 주기적으로 나에게 물어보는 친구가 있다. 진지하게 내가 완독하기를 바라서가 아니고, 나를 놀리려는 의도로 묻는 것이다. 도전 중이라고 대답하던 나는 얼마 가지 못해 결국 도입부에서 했던 말을 했다. ‘하루키 작가와 성향이 맞지 않나 봐'. 돌려 말한 포기 선언이었다. 그 뒤로 친구는 나에게 책에 대해 묻지 않는다. 만약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재도전 중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아직 다 듣지 못했지만 몇 챕터 남지 않았다. 완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 달 동안 한 권이라니, 시간 대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나처럼 꼭 완독하고 싶지만 계속 포기하게 되는 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제각각 다양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디오북을 들어 볼 것을 권한다. 다른 감각으로 다시 느껴본다면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책이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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