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치 넘치는 클래식 입문 공연,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

상상과 일상의 클래식
글 입력 2019.09.0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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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재미있는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클래식이 가진 길고 긴 역사를 과연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쌓아놓은 높은 향유의 벽을 멀뚱히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 벽을 견고히 쌓았던 것은 작년 봄이었다. 모교의 교수님과 함께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평소 클래식같이 정적인 공연보다는 뮤지컬, 연극과 같은 역동적인 무대 공연을 좋아했기에 '과연 재미가 있을까?'라는 걱정을 가득 품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그 날 봤던 공연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공연 중 가장 어려웠던 공연이었고, 클래식 공연을 다시 찾게 되지 않았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는 견고한 편견의 벽에 미세한 금을 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천천히 부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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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나웅준 콘서트 가이드가 나와서 천천히 공연장 에티켓을 설명해주었다. 청소년과 클래식 입문자의 눈에 맞추어 공연 에티켓을 천천히,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에서 공연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 '세상이 변해도 클래식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클래식은 영원히 클래식으로서의 가치를 품고있다.'고 했던 부분도 참으로 인상 깊었다. 그저 과거에 머물러있는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클래식을 바라볼 수 있었던 강력한 문장이었다.


그렇게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오프닝이 끝나고 1부가 바로 시작되었다.

 



유쾌한 동물들의 이야기,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1부는 동물의 사육제를 시작한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열두마리의 동물 소개를 포함한 생상스의 음악을 들려줬다. 곡과 곡 사이에는 계속해서 귀여운 나레이션들이 삽입되었다. 아이들은 눈을 똘망거리며, 입문자들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나레이션으로 자칫 약해질 수 있는 집중력을 잡아주었다.

 

1부는 악기를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난 경험을 가능케했다. 나레이션이 제시해준 가상의 상황에 대입하여 동물의 형상을 그려보는 체험은 어린이와 어른 구분 없이 유쾌한 상상 체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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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번 곡의 수족관을 가장 흥미롭게 들었다. 평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나는 이 곡을 인어공주가 사는 신비로운 바다를 표현할 때 쓰이기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함께 있었던 내 친구는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노래라고 인터미션 시간에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눈길이 갔던 것은 건반 위에서 파도 타듯 자유롭게 움직이는 피아니스트의 손이었다. 어렸을 때 몽상가처럼 사랑했던 피아노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의자에 앉아 이리저리 건반 위에서 춤추는 손을 보니, 피아노를 그만두었던 그 날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공부를 위해 가장 사랑했던 피아노를 놓았던 그 날이 떠오른 것이다.


그때 내게는 폭풍우의 구름 색처럼 짙었던 기억이었는데. 그날들에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꼭 다시 피아노를 배워야지'라는 생각도 따라왔다. 미적지근한 내게 뜨거웠던 과거를 되살려준, 그리고 숨죽이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일깨워준 이 공연에게 고마웠다.

 



재치 있는 일상 속 클래식 사용법



그에 반해 2부는 별다른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일상생활 그 자체만을 떠올리며 클래식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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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 폴카'가 가장 인상깊었다. 공연에서는 아침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라며 다소 재치 있고 가볍게 음악을 소개했지만, 음악이 시작하자마자 놀랐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공연장을 감싸는 타악기의 강렬한 소리는 청중의 귀와 시선을 장악하기에 충분했다. 천둥과 번개 폴카는 천둥과 번개가 친 뒤 맑게 갠 하늘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인데, 이번 여름에 내렸던 소나기, 금방 개이고 느꼈던 상쾌한 기분, 저 멀리 보일듯한 무지개의 잔상이 떠올라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공연은 '일상으로서의 클래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평소 배경으로 듣는 음악이 유명한 팝이 아니라 클래식일 수 있음을, 또한 그것이 그렇게 진부하고 어려운 일이 아님을 이 공연은 계속해서 청중들에게 상기시켜주었다.


클래식에 대한 애정과 편견의 벽을 부수기 위한 깊은 생각과 고민이 잘 묻어났던 공연이었다. 머릿속에 오랫동안 좋은 공연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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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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