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순함을 지향하게 하는 책 – "심플하게 산다" & "조그맣게 살 거야" [도서]

글 입력 2019.09.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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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



고등학교 시절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가득했던 언니의 책장에는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이 꽂혀있었다. 이렇다 할 나만의 삶이 방식이 없던 어린 나는, 언니가 읽는 그 책에 꽤 많은 관심을 보이곤 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읽고 있으면 혼란스러운 나를 잠재우는 듯 묘약 같은 힘이 생겨났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을 책을 통해 접하게 되고, 수능이 끝나 나만의 시간이 생기자 책을 필사하며 꾹꾹 마음에 새겼다.


그렇게 나는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미니멀리즘’을 끌어들인다.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함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하나의 대세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순함을 외치는 가운데, 내가 읽은 두 권의 책, 두 명의 작가에게서 느낀 감정을 토대로 단순한 삶에 대해서 나만의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단히 단순한 삶을 살고 있지도, 사람들이 보여주는 미니멀 라이프 형태로 살고 있지도 않은 나지만 이 책들이 내게 주는 영감이나 깨달음은 대단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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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가꾸며 성장하는 삶 - 『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로로 저



20살 무렵, 나는 그다지 나 자신을 좋아하지 못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남을 위해서 웃고, 남을 위해 꾸미는 어리고 여렸던 20살 새내기 여학생이었다. 그렇게 공허함과 매일을 마주하며 대학교를 다니던 나는 집에 돌아와 깊은 우울에 자주 빠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서, 내면의 평화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찾은 결론은 ‘나만의 타고난 성향’을 존중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과의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고, 정갈하게 먹는 식사에 마음의 풍요를 느끼며, 차 한 잔과 함께 혼자 명상을 즐기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런 나의 면모들을 차근차근 알게 되며 주위를 둘러싼 끊임없는 관계들로부터 나를 지킬 단단한 방패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삶은 이 책에서 말하는 생활과 대단히 비슷했다. 그렇게 사회 속에 내던져져 스스로를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조언과 교훈을 주듯, 『심플하게 산다』는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


나의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을 버릴 줄 알고, 내면의 평화와 즐거움을 위해 전력투구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단순하게 사는 삶의 시작이었다. 오로지 외부로 초점이 맞춰져있던 나에게 그것은 고요하지만 큰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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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산다는 저자 도미니크 로로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1970년대 말부터 일본에 살기 시작했고, 서구적인 방식과는 다른 생활에서 ‘심플하게 사는 것’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녀는 단순하게 살수록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단순함을 주제로 삶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크게 <물건>, <몸>, <마음>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물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심플하게 사는 법을 모른다.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이 주어져 있다. 선택할 것도 많고 욕망도 유혹도 많다. 우리는 뭐든지 쓰고 뭐든지 버린다. 일회용 식기, 일회용 볼펜, 일회용 라이터, 일회용 사진기 등, 이 모든 낭비를 멈춰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하는 날이 오기 전에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양적으로만 풍족한 삶은 은혜롭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그런 삶은 영혼을 망가뜨리고 옥죌 뿐이다.


심플한 삶, 바로 이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너무 많이 소유하려는 것을 멈추자. 그러면 자신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몸이 편안하면 정신을 가꾸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의미로 충만한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심플한 삶이란 적게 소유하는 대신 사물의 본질과 핵심으로 통하는 것을 말한다. 심플한 삶은 아름답다. 그 안에는 실로 수많은 경이로움이 숨어 있다.




인격적으로 지적이고 아름답고 고상한 사람이 되려면 몸도 지성과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지녀야 한다. 우아함, 맑은 피부, 건강한 몸, 유연한 몸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설까? 그것은 바로 우둔함, 게으름, 방관,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다.


먹고 즐기느라 자신의 몸과 건강을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는 게 말이 되는가? 왜 과체중과 콜레스테롤, 고혈압, 칙칙한 피부, 둔해진 관절을 용납하는가? 왜 생활방식과 습관, 식생활을 바꾸지 못하고 늙으면 병드는 게 당연하다고만 여기는가? 움직일 때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몸으로 사는 것은 휴식과 자유, 존엄성,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은 노예와 다름없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게 속박된 노예다! 아무도 당신에게 강요한 적이 없는데 당신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게 사는 것이다. 자기 몸을 돌보는 것은 곧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제대로 살려면 몸부터 돌볼 필요가 있다.



마음


몸의 병은 마음의 병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이는 인간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기도 하다. 마음의 병을 없애려면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을 첫 번째 의무로 여겨야 한다.


예로부터 많은 사상가와 현인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면 자연이나 인간에 관해 아무리 많은 사색을 해봤자 쓸모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지켜야 할 단 한 가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스리고, 바로잡고, 더 완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자기 자신을 돌보는 행위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물건, 몸, 마음을 단순한 생활과 연관시켜 책을 엮었다. 실제로 나는 책 속의 지침들을 마음속에 새기고 나를 위해 물건을 정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음식으로 한 끼를 먹고,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마음을 돌보고 정리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빛나는 일상을 발견했다.


남이 아닌 나 자신을 흡족하게 하는 것, 오염된 생활에 물들지 않고 활력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단순히 물건을 한가득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구별’하여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릴 수 있는 그 ‘능력’과 ‘의지’를 책에서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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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블로거의 작은 에세이집 -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김겨울) 저



이렇게 심플하게 산다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 뒤, 오래 지속하지는 못하더라도 생활의 정리가 필요하다 싶을 때 물건과 몸과 마음을 단순하게 정화시키곤 한다. 그리고 늘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단순한 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되자 그런 삶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는 블로거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었다. 꾸준히 글을 지켜보고 팬을 자처하게 된 분이 딱 한 명 있다. 그녀의 블로그 닉네임은 ‘김겨울’이다. 꾸준한 포스팅 이후 자신의 글과 꼭 닮은 작고 소박한 책 몇 권을 냈는데 그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조그맣게 살 거야』다.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생활을 오래도록 지켜본 만큼, 글이 믿음직스럽고 생각이 잘 묻어나있었다. 비우고 또 비우며 변한 그녀의 삶을 동경하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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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일을 한다. p122


오랜 시간 자아를 찾는 여정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내가 행복한 일을 하자’였다. 보편적인 즐길 거리에서 기쁨을 얻지 못할 때는 그 일이 제아무리 트랜디하고 대중적이어도 쫓지 않는다.


예전에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성공에 대한 집착도 많았고 인정받고 싶었고 늘 남과 비교하며 살았다. 항상 허전함을 무언가로 채우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나를 바꾼 것은 ‘비움’이었다. 허전함을 허전함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생각이 줄어들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도,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도, 뭔가를 갖고 싶다는 욕망도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졌다. 물건과 쇼핑이 사라진 자리는 성장과 배움으로 채워졌다.


트랜드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또래들 사이에서 느리게 걷는 삶이 좋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리고 그 당당함을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았다. 다르면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은 혼자만의 편견이었다. 나는 그렇게 관계 속에서도 내 자리를 찾아갔다.


사회를 만족시킨다고 내 행복의 부피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나의 힘으로 내 행복을 창조할 수 있는 삶이 그 어떤 삶보다 더 풍족하다고 확신한다. 사회로부터 성공의 징표를 수여받았지만 꽉 막힌 도로에 갇힌 한 사람, 차 없이 걸어 다녀도 자유와 시간을 얻는 또 한 사람,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으로 살면 된다. 선택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이렇게 그녀의 글을 술술 읽고 나면, 그녀의 굳센 선택들을 존경하게 된다. 사실 아무리 심플하게 살자 마음을 먹어도 사회 속에서, 관계 속에서 나를 굳게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 오늘 밤은 운동을 하고 소식을 하고 편안히 누워 잠들려 했지만 사람들과 술 한 잔 기울여야 할 것 같고, 사람들이 다 간다는 곳은 나도 꼭 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의 생활과 신념은 같은 대한민국에 사는 젊은이로서 꽤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나도, 내 마음을 따라서 용기 있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결국 내 마음의 목소리에 따라 살고 그로 인해 나 자신에 당당해진다면, 자연스러운 빛나는 모습에 사람들이 저절로 다가올 테니까.




단순한 삶의 본질



단순한 삶에 대해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한 가지로 요약이 된다. 보여주기 위한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라 뼛속 깊이 나를 위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끊임없는 접속의 시대다. 늘 어딘가 속해 있고, 로그인이 되어있고,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이렇게 편리하지만 혼란스러운 시대 안에 우리는 나 자신 하나를 지키기 쉽지 않다. 때론 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잠시 나의 속으로 들어가, 본질적인 것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물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관계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 몸과 마음에 진짜 활력은 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하나씩 스스로 정의를 내리다 보면 군더더기 같은 잡념과 관계 속에서 일상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각자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을 놔두고 나머지는 거둬내는 것이다. 아무리 버리고 단순한 삶을 살아도 결국 물건과 관계와 함께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미니멀 라이프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는 고독하게 홀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마다의 중요한 본질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 본질적인 것이 나에겐 아닐 수도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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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혼자 조용히 글을 쓰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노래를 듣는 것이 나의 마음의 평화다. 그것은 나에게 본질적으로 내면을 정리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음악을 위해서 CD를 사고, 질 좋은 공책을 사고, 커피를 다양하게 장만하는 행위는 나에게 군더더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외의 유행하는 물건, 불필요한 충동적 과소비 등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필요와 취향을 선별하여 물건에서도 군더더기를 없애고 나만의 생활 스타일을 굳혀가는 것은 단순한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또한 점점 나만의 분위기가 확고해지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유튜브에,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미니멀 라이프가 때론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런 물건으로 집을 꾸미고, 이런 분위기의 옷을 입고, 최소 몇 가지의 물건만 가져야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다!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무도 그렇게 강요를 하지는 않지만, 비슷해지는 이미지 속 풍경들을 보며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정의는 결국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본질적인 요소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차이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것을 단순하게 추리고 추려 늘 기쁨으로 누리고, 일상 속에서도 늘 잔잔한 행복이 솟아져 나오도록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큰 지침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준 두 책이, 또다시 누군가에게 잔잔한 기쁨을 선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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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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