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 그대를 바쁘게 할지라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8.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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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가장 급박했던 8월이 끝나간다.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조금씩 적응하나 싶더니 곧바로 다른 회사의 인턴 일정이 잡혔다. 연이어 터지는 일복에 얼떨떨함과 혼란스러움과 행복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그 모든 감정을 진한 피로감이 뒤덮는다. 체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아침 6시 반에 눈을 뜨고 허겁지겁 준비해 출근하면 6시 퇴근시간까지는 개인 시간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점심시간이 사실상 자유시간이 아닌, 현 직장의 독특한 조직 문화 덕분이다. 그렇게 퇴근하고 나면 언제나 다른 스케줄을 연달아 소화해야 했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기절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6시 반인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 정신없는 일과 속에서, 나는 또 내 임무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창피하게도 마감 기한을 오래 넘겨서 작성하고 있다. 그간 문화생활 한 번 제대로 누릴 여력이 없었으니 불가피했던 실수라고 변명해 본다. 그래봤자 비겁한 변명이고, 무책임한 행동임에는 변함이 없다.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게 되면서 그간 고정적으로 유지해 왔던 일들을 어떻게 감당할지 감을 잃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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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열대야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주문한 판타지 소설책이 다섯 권이 넘는다. 당연히 한 권도 펴들지 못했다. 그 좋아하는 독서도 체력이 존재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퇴근해 책을 집어들면 같은 문장만 눈앞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그 뿐인가. 영화도 드라마도 연극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내 이야기도 아닌 남의 이야기를 소화하는 일은 체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모든 걸 소진하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그런 것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사실 바쁠수록 중요한 게 문화생활이다. 문화생활은 현실과 잠시 떨어져 즐거움을 누리거나, 객관적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만든다. 내가 일상으로 다시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유가 있어서 문화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여유를 만드는 일이 바로 문화생활이다.

그렇지만 말이야 쉽지, 삶에 치이다 보면 도무지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누우면 다시 일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한 건 손가락으로 SNS 피드를 내리거나, 유튜브를 뒤적거리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 보면 진한 허무감이 밀려오고, 숙면을 취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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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으로 9월부터의 내 일상은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업무와 겹쳐 있던 개인적인 일정이 다 정리되고, 나는 6시 칼퇴를 얻어낼 수 있다. 집으로 곧장 오게 되면 휴식을 취할 시간이 매우 충분하다. 에너지 게이지가 충전되면 문화생활도 다시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빡빡한 일상에 익숙한 나답게, 매일 '칼귀가'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헬스도 새롭게 끊었고, 가볍지만 자격증 준비도 함께 하려고 한다. 별 것 아닌 일정이지만 분명 퇴근 후 여유시간과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일은 맞다. 그간 쌓인 피로 때문에 집에 오면 바로 꿀잠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화생활이 다시 꽃필 여력은 남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 잠들기 전에 책 한 권 펴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한달에 한두 번 정도는 최신 영화를 보러 가고, 세간에 화제가 되는 드라마도 한 번 점검해 보고, 문화초대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숨구멍은 존재하기를 빈다.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모두 누리기에는 하루가 너무나 짧고, 체력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여유를 되찾으려면 시간을 확보하거나 체력을 길러야 한다. 아무래도 시간을 늘릴 수는 없다면, 체력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아마 다음 글의 주제는 운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삶의 기반은 문화생활이고, 문화생활의 기반은 체력이기에.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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