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하지 않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 제 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이번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서울아트시네마,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교예술실험센터, 아트스페이스오 중 영상을 관람하기 위해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을 방문했다.
과연 뉴미디어의 주인은 ‘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축제의 장은 어떠한 모습일까. 과연 모든 사람이 뉴미디어로 놀이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놀이의 장은 어떠한 모습일까. 과연 다양성의 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성의 장은 어떠한 모습일까.
페스티벌에 방문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들이다. 그리고 페스티벌을 방문하고 난 지금의 생각은 다양성만큼은 보장된 페스티벌이라는 점이다. 뉴미디어대안영상의 미션에는 세 가지의 감수성이 있다. 여기에는 인권감수성, 젠더감수성, 예술감수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번 문화초대에서는 인권감수성과 예술감수성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관람하고 왔다. 그리고 이 감수성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뉴-장르II
가장 먼저 감상했던 영상은 ‘글로컬 단편: 뉴-장르 II’였다. 이 영상들은 글로컬구애전에 출품된 작품들로 40여개국에서 약 300편이 출품되어 장편 1펴과 단편 20여편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뉴-장르II’에서는 총 4개의 영상을 시청했다. ‘아득한 회귀선’, ‘오르타’, ‘까마귀들’, ‘고바다스’. 이름만큼이나 내용도 어려운 영상들이었다.
잠수함에 고립된 남자가 유일한 세상과의 연결인 잠만경을 통해 세상을 보고, 까마귀들이 공원을 날아다니고, 한 사람의 집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계속하여 나오는 등 앉아서 영상을 보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하기가 어려운 영상들이었다. 그럼에도 개인의 사적인 일상과 어려움을 보여주는 작품부터 다양한 양식을 차용하여 매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며 ‘작품의 폭이 굉장히 넓고 다양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도 위의 여성들
이번에 관람했던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파도 위의 여성들’은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이자 영상이다. 낙태가 불법인 현실에 충격을 받은 레베카 곰퍼츠는 자신의 방법으로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낙태가 불법인 나라에서 낙태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영해를 벗어나 국제 수역에서 약을 통한 낙태를 진행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파도 위의 여성들’은 각종 단체와 정부, 언론으로부터 압박과 비난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당신은 낙태 경험자입니까? 그래서 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거죠?"
"그건 부적절한 질문입니다. 고문희생자들을 돕는 활동가들에게 고문을 당해보았느냐 물어보나요??"
그들의 프로젝트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질문에 레베카는 자신의 이처럼 답한다. 고문희생자들을 돕는 활동가들에게도 이러한 질문을 하느냐고. 레베카의 대답에 듣고 나서야 언론의 질문의 모순을 알게 되었다. 왜 낙태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낙태가 자격인 것처럼 물어보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왜 기정사실화하듯 말하는지 말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파도 위의 여성들에게 씌우고자 한 것이 아닐까.
영상을 보고난 후 여성 스스로 몸에 대한 권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과 여성들이 온전한 주체로 선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당사자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법과 여성이 자기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것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과연 파도 위의 여성들은 땅 위의 여성들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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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상의 문제로 페스티벌이 열리는 다섯 곳을 전부 방문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다양한 영상작품을 감상한 것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페스티벌은 모든 사람이 뉴미디어로 놀이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하며 각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세계를 꿈꾸며 획일적인 예술보다 다양성의 예술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페스티벌은 이에 부합한 축제의 장이었다. 모든 영상은 수많은 개성과 취향이 들어가 있었고, 콘텐츠들은 예술가들의 놀이였으며 작품들은 같은 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성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생각과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영상이라는 형태의 콘텐츠와 뉴미디어의 다양한 가능성과 기능을 알게 해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그들의 콘텐츠로 편견으로 차별받는 세상을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으로 바꾸어나가고자 노력하는 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