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음악의 유쾌한 진입장벽 낮추기 -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

글 입력 2019.08.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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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인 8월 24일 토요일, 예술의전당에서는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연주회를 앞두고 콘서트홀 로비에는 평소와 달리 어린 손님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편안한 복장으로 연주회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얼굴에서는 막바지 여름방학과 주말의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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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앞서 콘서트가이드이자 트럼펫 연주자 나웅준 씨가 클래식 음악 공연 감상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클래식 공연에는 많은 암묵적인 룰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박수치기이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악장이 끝난 것인지 곡이 모두 끝난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많은 관객이 헷갈려 할 수 있는 "박수는 과연 언제 쳐야 할까?" 등의 질문에 대해 나옹준 씨는 친절하면서도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서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 곡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 곡이 완전히 끝나고 치기 시작하는 '안다 박수'가 나올 때 따라 치면 된다. 물론 이번 공연에서는 친절하게도 지휘자가 곡이 끝나면 지휘봉을 내리고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박수 타이밍 맞추기는 이렇게 해결했다!



1부. 축제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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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 감상에 대한 기본적인 룰을 배웠으니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을 차례이다. 1부에서는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연주되었다. 학창시절 음악 교과서 혹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한 번쯤은 접했을 <동물의 사육제>는 총 열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네 곡이나 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짧고, 익숙한 곡이라 술술 듣다 보면 벌써 마지막 곡을 듣고 있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씨가 내레이션을 맡아 각 곡에 앞서 간단하고 재치 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두 번째 곡 '사자왕의 행진'에서 "사자왕은 위풍당당하지만 내성적이라서 아주 작은 일에도 아이처럼 얼굴이 빨개진다."는 설명은 관객들이 미소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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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사육제>에는 연주자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곡이 있다. 대표적으로 열한 번째 곡 '피아니스트'가 그렇다. 피아노를 배운 사람이라면 <하농>과 같은 애증의 음계 연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에서는 바로 이 <하농>을 연상시키는 음계 연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곡에서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왠지 이상하다. 연주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은지 지켜보고 있던 오케스트라는 마치 꾸중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내레이터는 이렇게 말한다. "피아니스트는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어요. 여러분, 이 피아니스트에게 악플을 달지 말아 주세요." 작곡가 생상스도 이 곡을 쓸 때 음악인의 고충을 담고 싶었을까? 귀엽고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설명과 함께 피아니스트의 연기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피아니스트'


<동물의 사육제> 마지막 곡인 '피날레'에서는 내레이터, 피아니스트, 지휘자가 고깔모자를 쓰고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딱딱하고 무겁게 느끼기 쉬운 클래식 음악 공연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부. 그래서 이 곡을 언제 들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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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여섯 곡이 연주되는 2부에서는 콘서트가이드 나웅준 씨가 각각의 곡이 어떤 상황에 쓰면 좋은지 안내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도, 때때로 웃음이 터진 2부 '클래식 사용법'.에서는 언제,  어떤 곡을 들으라고 추천했을까?

첫 번째는 아침을 여는 알람으로 제격인 곡이다. 바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이다. 관악기의 선율로 시작되는 '아침의 기분'은 제목처럼 상쾌하고도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는 데 제격이다. 물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너무 아름다운 곡이라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나머지, 일어날 시점을 놓치면 다시 잠들어버릴 수 있다. 곡이 시작되면 바로 벌떡 일어나길 추천한다.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


두 번째는 많은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의 폴카>였다. 콘서트가이드는 기상 후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이 곡을 들으면 딱이라고 추천했다. 우르릉 쾅쾅 번쩍번쩍하는 곡의 분위기는 장 속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생리 작용의 배경음악으로 딱이다. 물론 천중과 번개 소리가 생각보다 강해 볼일 보는 데 역으로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천둥과 번개 폴카>


이후에도 콘서트가이드 나웅준 씨의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연주는 계속된다. 마지막 곡인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 곡이 일종의 '도레미 송'이라는 사실이다. 곡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보면 '도시라솔파미레도'와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반복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의 주제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도레미 송'이 있다면 클래식 음악에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이 있는 것이다. 직접 곡을 들어보고 어디에서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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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클래식 음악은 어려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클래식 음악이 쉽다.'라고 선뜻 말하긴 어렵다. 길고 헷갈리는 외국 작곡가들의 이름, 마찬가지로 길고 어려운 곡의 제목, 상대적으로 긴 음악 등 클래식 음악에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는 이 진입장벽에 과감하고 재치 있게 도전하는 공연이었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길고 길다. 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는 것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나 신기한 일이다. 분명히 클래식 음악에는 시간과 국경을 초월해 인간의 귀뿐만 아니라 마음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향유하는 차원을 넘어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간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공유하는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것을 노리고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음악은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클래식 음악이 너무 길다고? 그럼 2~3분 정도 되는 쉬운 곡부터 듣기 시작하면 된다. 작곡가의 이름이 길고 헷갈린다고? 굳이 처음부터 다 알고 시작할 필요는 없다. 많이 듣고 익숙해지면 좋아하게 된다. 그때 하나씩 더 알아가도 늦지 않는다. 클래식 음악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함께 했으니까.


[홍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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