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고보면 인간적인 써브웨이에서의 주문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8.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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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써브웨이를 자주 가기 시작했다. 가게가 집 주변에 없어서 조금 걸어가야 함을 감수하고도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위해 원정을 다녀온다.


거의 매번 그곳을 찾을 때마다 메뉴 고르는 것에서부터 헤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써브웨이를 처음 가보았을 때, 원하는 재료를 고객이 자유롭게 추가하거나 빼는 시스템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이런 독특한 주문 방식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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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햄버거 보다 건강하다는

느낌이 강해 자주 먹는 편이다.

 


다른 시(市)로 볼일을 보러 다녀오신 아버지가 써브웨이를 사 오셨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에는 써브웨이가 없어 부모님이 브랜드의 존재를 아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연세가 좀 있으셔서 주문하실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골라야 할 빵, 야채, 소스 등이 너무 많아 주문을 받는 점원이 애를 먹을 것 같았다. 메뉴를 정하려고 5분 넘게 카운터 앞에서 고민하는 고객들을 적지 않게 봐왔다.

 

언젠가 처음으로 써브웨이에 다녀왔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것이 신기해 주문이 어렵지 않으냐고 여쭤보았다. 예상외로 전혀 어렵지 않다고 답하셨다. 못 먹는 재료는 골라서 뺄 수 있고 선택하기 어려우면 점원의 추천을 받으니 가끔 사 온다고 하셨다.

 

부모님은 여전히 문화의 흐름에 편승하고 계셨다. 고객의 요구를 세심하게 들어야 하는 써브웨이의 특성상 점원이 쉽게 녹초가 될 수 있다. 써브웨이에 가지 않는 사람 중 일부는 피로가 누적된 점원의 불친절한 응대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부모님을 상대했던 점원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부모님에게는 불쾌했던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요리하기 귀찮을 때 사 올 메뉴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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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을 누르고 결제를 하면 끝나니

주문이 간소해졌다. 한국전자금융



학교 구내식당의 주문방식은 전부 키오스크이다. 가끔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 앞사람이 주문에 쩔쩔매 줄서기에 실패하기도 한다. 이제는 일반 식당에서도 입구 앞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놓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문 기계 앞에서 작아지는 부류는 크게 외국인과 중장년층이다. 외국인의 경우 대부분 메뉴 목록이 외국어로 병기되지 않았거나 번역 오류로 원하는 품목을 찾기 어려워한다. 이와 다르게 중장년층은 글씨가 작아 보기 힘들거나 기계로 주문하는 체계 자체를 생경해 하는 경우가 많다. 글자 크기는 따로 확대할 수 있는 설정을 만들면 해결된다. 그러나 아직 이런 기능이 추가된 사례는 보지 못했다.

 

키오스크 주문을 뒷사람에게 도움받는 어르신을 보면서 써브웨이에 가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주문이 복잡해도 주문받는 대상이 사람인 게 아직은 더 익숙하다. 기계는 베이컨 추가를 귀가 아닌 스크린 터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셀프주유소와 같은 ‘알아서’ 제품을 가져가고 구매하는 서비스가 증가한다고 해도 이를 관리하거나 보조하는 인력은 필요하다.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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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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