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의 힘 - 라메르에릴 제14회 정기연주회

라메르에릴의 아름다운 향연
글 입력 2019.08.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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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예술의전당은 늘 붐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즐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얼마 전 다녀왔던 에릭 요한슨 사진전도 그랬고, 라메르에릴 공연을 보러 갔던 날도 예술의전당은 발 디딜 틈 없이 가족단위의 사람들과 연인,친구 등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광복절날, 드디어 라메르에릴의 공연을 마주하게 되었다. 공연장에 입장을 하고 나서도 신기했던 건 대체 이러한 공연은 어떻게 알고 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울까라는 생각이 들어 새삼 놀랍기도 했고, 의아했다.


뜨거운 박수 소리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1-예술의전당(2018.9.12).jpg
 



Performance



일제에 맞서 싸운 한국의 '잔다르크' 故 정정화 여사를 기리는 연극 <달의 목소리>에 출연했던 연극배우 원영애님의 해설로 연주회는 시작한다. 첫곡은 자신들의 민족성을 음악으로 널리 알리고자 했던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가 글라주노프의 곡을 현악4중주로 연주한다. 스페인의 잔상을 보며 악상을 만들었다던 이 곡은 첼로의 연주로 시작하여 스페인의 리듬으로 연주하다 다른 현악 파트와 함께 더욱 경쾌하고 희망차게 연주한다.

 

두 번째 곡은 해금과 현악 4중주가 함께 한 목포의 눈물이었다. 평소 익숙했던 제목이기에 오래된 가요 정도로만 생각했던 이 곡은 원영애님의 해설을 들으며 제목 그 자체가 일제치하 당시 우리의 뼈아픈 자화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저항하고자 했던 백성의 원한과 뼈에 사무치는 나라 잃은 설움을 노래로 표현하고자 했던 이 곡은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전광판에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띄운다.


나보다도 어린 나이의 한복을 입은 소년소녀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깡마른 사람들이 굳건한 표정으로 서 있다. 함께 연주되는 곡과 사진이 오버랩되며 나라 잃은 슬픔의 처연함이 느껴져 더더욱 슬프다. 큰 태극기 앞에서 조국의 앞날의 기약 없음에도 사진으로 보이는 열사들의 결의가 애달프게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의 우리네 젊은이들이 언제고 사진 속 고마운 분들을 꼭 한 번씩 살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다음으로는 독도환타지를 3악장으로 구성한 연주이다. 대금과 현악 3중주로 시작되는 [독도지킴이]라는 곡의 1악장은 나라의 평화를 염원하고자 하는 대금의 연주가 주를 이룬다. 파란을 바라고 독도를 수호하자는 대금의 깊이 있는 울림의 소리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2악장은 [몽돌의 춤]이라는 곡으로 해금과 현악 3중주가 함께한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몽돌이 평화를 노래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몽돌이라는 것은 둥글고 단단한 돌이라는 뜻으로서 역사의 사령 앞 혼자서 우뚝 서 있는 든든한 우리나라의 독도를 뜻한다고 한다.


독도환타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악장은 [스스로 오롯이]라는 최정례시인의 시에 음을 붙여 소프라노와 대금, 해금과 현악 3중주의 연주로 새로이 구성한 곡이다. 우리 민족의 꿈과 독립의 상징인 독도를 반드시 지켜나가자는 라메르에릴의 정신이 깃든 곡이기도 하다. 후반부에 더해진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마치 한 맺힌 우리 민족의 목소리처럼 애달프고 슬프다. 한음한음 꾹꾹 눌러서 얘기하는 듯한 노랫말이 그 뜻을 더욱 짙게 만든다. 스스로 오롯이 그곳에서 파도와 맞서며 바다를 지키는 독도는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쭉 우리가 지켜낼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독도환타지 이후, 소프라노, 피아노와 현악기의 연주가 이어진다. 이는 [이 섬에서]라는 독도와 동해에 대한 사랑과 피아노 5중주를 통하여 아름다운 선율과 풍성한 하모니로 희망적인 결론을 도출해낸다. 우리의 역사와 정신은 반드시 우리가 지켜나갈 것이라는 결의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힘 있는 연주의 향연이었다. 그 누구도 우리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호연지기의 의지를 드러내며 과거의 힘들었던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우리나라를 희망차게 응원하며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로 멋지게 연주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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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나름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내 나라에 관한 관심과 사랑은 이보다 더 차고 넘쳐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공연장 곳곳에 흰색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어린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919년 목포 4.8만세운동을 이야기할 때 이름에 맞추어 일어나는 학생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그들의 모습과 화면 속 앳돼 보이던 어린 소녀들의 모습이 겹쳐져 코가 시큰하다.

 

생각지도 못한 큰 감동이다. 라메르에릴, 우리의 민족성을 예술로 표현하고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공간과 국경을 뛰어넘어 역사와 민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문화예술의 힘이라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알게 된 점이다. 나의 조국에 대한 민족성을 가지고 음악, 그림, 문학 등의 다양한 문화를 만듦으로써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 또한 라메르에릴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해설가 원영애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국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 오늘 이 공연으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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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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