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말'없이 '말'하는 법 - 지금 여기, 마임 [공연]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 것을 배우고 싶어요
글 입력 2019.08.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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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이스트 최정산 씨



‘마임’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미모스에서 유래했다. 그 뜻은 ‘흉내’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으로만 하는 연기를 의미한다.


이렇게 연상해도 누군가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것도 마임 연극을 보기 전의 나의 선입견이니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연극을 보고 나서 이 글을 부끄러워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내 삶에 잊히지 않을 흔적을 남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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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동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성인이 되고부터 5년간 아르바이트를 꽤 많이 했기 때문에 외국인부터 시작해서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각각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일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이 오락가락하지 않게 거리를 두는 법도 능숙했다. 이를테면, 나는 여기의 한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타인의 무례함을 참아넘기기가 쉽다. 아니, 쉽다 어렵다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그 무례함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힘들다고 요령 피우는 것도 없어 에어컨 없는 35도의 무더위 속 물류센터에서 평균 할당량의 두 배 이상을 처리할 정도로, 근무 시간이 시작되면 오로지 일만 생각하는 기계가 된다. 무려 그 일이 난생처음이었어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일을 정말 빨리 배우는 편이라 고용주가 만족스러워하며,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를 잘 알고 있어서 어떤 일을 시작하든 큰 두려움은 없었다. 그것을 쉽게 말하자면 자존감, 아니면 자부심이라고 부르더라.


그런데 며칠 전 청각장애인 세 명의 방문은 모든 체계화된 매뉴얼이 엉망진창 되는 경험이었고, 어찌할지 모를 일이었다. 내가 알던, 그러니까 내가 조금 실수해도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안정된 삶이 전제된 어리광이었는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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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이스트 유진규 씨
 


청각장애인 세 명이 들어왔을 때부터 그들이 주고받는 손짓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명은 나에게 뭔가를 물어봤기 때문에, 그래도 의사소통은 가능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매장이 좁은 편이라 손님이 두세 명만 되도 북적거리는데, 다른 손님들까지 들어와서 약간 정신이 없었다.


앙버터를 하나 가져오시길래, 버터를 끼우고 커팅하고 포장해서 드리니 그제야 3조각으로 잘라달라는 말을 하시길래 빵을 새로 커팅했다. 봉투가 50원인데 필요하냐고 물어봤는데, 그분들은 자기들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나에게 애써 설명하셨다.


대체 어떻게 봉투에 관한 얘기를 말해야 하나 종이를 찾고 있던 사이에, 그분들 사이에서 무슨 분란이 있었는지 계산도 하지 않고 나가려다 다시 들어와서 계산하고 나갔다. 그분들이 보기에 나는 눈치코치도 하나도 없고, 판단력도 없는 아르바이트생이라 다시 오기 싫을 빵집으로 기억에 남아버렸을 것 같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외국인을 대할 때, 학교 앞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이 한두 명은 무리에 꼭 들어있었고, 터미널에서는 그래도 영어를 쓰면 의사소통할 수 있었지만 수화는 내가 전혀 모르는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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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앙버터를 무심하게 여러 조각으로 자르는 동안 그들은 3조각만 잘라달라고 얼마나 속으로 외쳤을지를 생각하니 너무 죄송했다. 혼자 앙버터를 다 자르고 포장한 뒤, 당당하게 봉투 50원인데 드릴까요? 라고 하는 내 말이 당연하게 그들에게 전해질 줄 알았다. 정작 그들의 요구는 전부 무시한 채.


그들은 가만히 의사소통해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그들에겐 익숙할지 모르지만, 계산대 앞에 손님을 오래 세워두는 것은 나에겐 능력 부족에 대한 일종의 지표가 된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때 내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는 당연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해서, 무심하고 매정한 아르바이트생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가고 난 자리는 허전했다. 식빵을 잘라달라고 말하는 손님과, 손을 잡고 있는 손자의 모습을 보며 격렬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생각나는 것을 재잘재잘 잘 떠들어대는 나지만, 이상하게 그 세 명의 이야기는 쉽게 하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영역, 그렇다면 나는 성실한 알바생이 되기 위해 수화를 배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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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임이라는 글자를 보고, 그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어느새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하는 일로 내 속에서 변환되었다. 기사 시험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해서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덜 받는 와중에도 ‘마임’이라는 글자 때문에 또 문화초대를 신청하고 말았다.


마임 공작소 판이 주최하는 <지금 여기, 마임>은 오는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의 마임계를 대표하는 마임이스트 유홍영, 고재경, 류성국, 최정산의 최신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5일간의 공연 중 마지막 24일과 25일에는 유진규 마임이스트의 특별출연도 마련되었다.


고재경 대표는 “지나쳐 온 세월과 다가올 시간 앞에 서서 마임이스트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무대를 준비하였다. 더불어 가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마임을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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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이스트 고재경 씨



고재경 대표의 <여정>, 빗자루질하다가 동전 한 잎을 주운 뒤 계속 쓸면 또 나올까 기대하는 이야기 최정산 씨의 <마당 쓸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지구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는 사람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 류성국 씨의 <사진>, 사오십대의 아버지들이 사회생활을 겪으며 짊어지는 책임감의 무게를 다룬, 유홍영 씨의 <2019 꿈에~>, 어둠 속에서 성냥불빛과 목소리만 사용하여 상상으로 존재의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유진규 씨의 <있다! 없다!> 마임이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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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이스트 유홍영 씨



내가 연상한 청각 장애인의 수화와 마임이 다른 것임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수화가 말과 비슷하다면, 마임은 춤과 더 닮은 느낌이라고 할까? 특정적인 다수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것은 확실히 다른 개념이다. 그래도 마임은 춤과는 또 다를 것이다. 내가 모르는 세계로 또 한 발짝 들어가, 안정적인 한구석에서만 안주하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안겨주는 발걸음을 하고자 한다.






지금 여기, 마임
- 몸으로 전하는 진심 -


일자 : 2019.08.21 ~ 2019.08.25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 동숭무대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주관
마임공작소 판

관람연령
7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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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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