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특별한 여행 산문집을 소개합니다 "끌림" [도서]

이 책 표지에 ‘Travel Notes’가 쓰여 있어 참 다행이다.
글 입력 2019.08.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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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굉장히 특별하게 여긴다. 그들은 여행의 특별함을 위하여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며, 어디를 갈 것인지 미리 계획을 짠다.


그리고 현지에서는 그 철저한 계획 속에서 그들의 여행을 누린다. 나도 이들 중 하나였다. 여행지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드넓은 미국 대륙을 여행하며 어쩌면 여행지에서‘조차’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의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뭐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고 발버둥 치듯.

     

여행에 대한 인식이 바뀌자, 평소에 즐겨 읽는 여행 에세이의 취향도 바뀌었다. 전에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형식의 여행 에세이를 좋아했다. 언젠가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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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연히 이병률 시인의 여행 산문집 <끌림>을 접했다. <끌림>은 여행을 관광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일상’이라고 보며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긴 산문집이다. 즉, 여행 산문집이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사실, 이전의 나는 첫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 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에 홀린 듯, 나는 <끌림>을 끝까지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끌림>은 예순 일곱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이 예순 일곱 개의 이야기들은 이병률 시인의 여행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 외에는 서로 간에 연결고리가 없다. 심지어 서로 소재도, 길이도, 청자도, 어투도 모두 다르다. 다만, 각 이야기에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하나씩 담겨 있다는 공통점만 지닌다. 그래서 어느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모두 이 책이 주는 잔잔한 위로의 일부가 될 뿐이다.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 이야기. 하나


 

가장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작가가 생각하는 열정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여행 산문집을 읽고 있는 것이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여행 산문집, 맞다. 그런데 여행 에피소드, 없다. 여행지 맛집, 없다. 추천 관광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난 항상 강을 건너는 성취에만 집착했는데, 작가는 강을 건너는것이 아닌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을 열정이라고 칭하며 주목하고 있었다. 짧은 문구였지만, 난 궁금해졌다. 강을 건너야할 대상이 아니라 몸을 맡길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여행은 어떤 여행일까.

 


“나는 그곳을 떠나오면서 다음 사람이 나처럼 굶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스타 한 묶음을 올려놓고 왔다. 그리고 잊지 않고 메모지 위에다 ‘다음 사람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계속해서 감사는 박자를 맞춰 감사를 부를 것이다.”


- 이야기. 스물


 

<끌림>의 스무 번째 이야기는 베니스의 한 숙소에서 항상 다음 사람을 위해 사람들이 작은 선물을 남기고 간다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 강을 건너야할 대상이 아니라 몸을 맡길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여행은 따뜻함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30분 동안 차를 마시고, 40분 동안 관광지를 둘러보고, 1시간 동안 전망대에 올라갔다 오자’ 철저한 계획 속에서 내가 보고자 했던 것들만을 보고 왔던, 차가울 정도로 철저한 계획 속에서 이루어졌던 내 여행과는 다른 여행. 일상 속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던 것들에 고마워하게 되는 여행. 누군가에게 작은 베풂을 주고, 세상의 따뜻함에 감사하며 즐기는 여행.

 

『끌림』 제목 옆에 ‘Travel Notes’라고 쓰여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끝까지 이 책이 여행 산문집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지나쳤을 테지.

 

이 책 표지에 ‘Travel Notes’가 쓰여 있어 참 다행이다.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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