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나는 종종 잡지를 읽었던 것 같다. 달마다 새로 나오면서 각자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한 권의 잡지. 문학지나 어린이용, 여성지 등등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잡지와 인연이 없던 내게 오랜만에 잡지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뉴필로소퍼>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자 생활철학 잡지로 해당 발행 호의 주제는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이다. 부동산이라. 어렸을 때 부동산은 어른들의 주제였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 "부동산"이라는 것은 흥미를 주는 주제라기보다는 이제는 좀 알아야 하는, 공부해야 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알고 싶은 것", "알고 있는 것"보다는 "알아야 할 것"에 더 가까운 부동산이라는 것을 생활철학 잡지에서 어떻게 다루었을까.

"지구의 열매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지구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순간 당신은 끝장이다."
- 장 자크 루소
<뉴필로소퍼>의 호주판 편집장인 잔 보그는 루소의 어록을 시작으로 정치인, 경제학자의 말을 통해 현대 부동산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후에 담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은 결국 부동산 관련 이슈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 양극화가 전 세계의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그려내며 부동산을 넘어 "소유"라는 개념에 대한 철학까지. 다양 분야의 인물들이 적어낸 다양한 글 가운데 인상 깊게 읽었던 글 하나를 소개한다.

당신은 집주인이 아니다
롭 셀저(정신과 전문의)는 주택 소유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 집을 소유한 게 아니며 결국 우리는 '금융 상품'에 저당 잡혀있다는 것이다.
엄연히 우리의 집은 은행 소유이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결국 이름뿐인 소유권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주택을 담보로 할 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저당을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온전히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현 상황으로 마음은 평화를 얻지 못하고 부수적인 걱정과 선망이 더해지며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집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는다.
갈망은 내적, 외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더 좋은 방을 가지려는 형제자매의 다툼에서 나라와 나라 간의 분쟁까지, 결국은 소유권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롭은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안정감을 언급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안정감,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소유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좋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 의미라는 것은 비싸고 큰 소유물보다 조그마하지만 가족과의 추억이나 어릴 적 기억이 담긴 물건에 있는 개념이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소유하려 하지만 진정한 안정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에서 얻을 수 있는 이 아이러니함을 언급하며 롭은 글 말미에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재산이 우리를 소유한다. 재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우리는 재산에 소유당하고 있다. 재산이 의미를 만들어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소유물의 가격과 우리가 얻는 가치 사이에는 역관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우리의 행위 중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집이 아니라 서로에게 했던 행위다. 집 열쇠 한 세트와 인생의 가치 한 세트 중에 당신이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뉴필로소퍼> 7호,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는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토대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재산", "소유"라는 개념에 대해 각 계층 인사들의 생각, 어렸을 때 읽은 후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는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와 주택의, 토지의 소유를 넘어 자기 소유권과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논의까지.
부동산이라는 것이 이렇게 철학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발견인 동시에 결과적으로 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경제적, 정치적인 이슈로서만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큰 주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상을 철학하는 <뉴필로소퍼>가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우리를 찾아올지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