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수께끼 변주곡 _ 안드레 애치먼

글 입력 2019.08.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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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고 에드워드 엘가의 관현악, <수수께끼 변주곡>이 떠올랐다. 변주는 틀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른 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해진 틀은 벗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이 변주곡이라는 단어가 쓰였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다섯가지 단편 소설을 담고 있지만 변주곡처럼,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구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사물을 빗대어 말하며 알아맞추는 놀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것. 이런 아리송한 문제들이 변주된 모습, 그런 사랑의 모습을 <수수께끼 변주곡>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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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을 보고나서이다.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듯 영화 자체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내용도 너무 슬프고 아름다웠다. 원작 <그 해 여름 손님>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수수께끼 변주곡>을 읽고 나니, 소설도 영화가 줬던 특유의 감정은 그대로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첫사랑, 봄날의 열병, 만프레드, 별의 사랑, 애빙던광장 총 5가지 단편이다. 앞서 짐작했듯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럼에도 다 다른 사랑의 모습을 그린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부분은 “첫사랑”이다. 소설의 시작이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call me by your name>과 비슷하기도 한 것 같다.


특히 '첫'사랑은 그 어떤 이야기의 소재보다 강하고,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질 수도 있고 정반대로 그려질 수도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첫사랑>도 그렇고, <그 해 여름 손님>도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들이다.


하지만 <수수께끼 변주곡>의 첫사랑은 마치 짝사랑같았다. 사실, 짝사랑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내용이었다. 10대 소년이 모든 면에서 원했던 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에게 얽힌 몰랐던 이야기. 사실 주인공 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첫'사랑 보다는 '짝'사랑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첫사랑이라 이야기 한 것이 좋았다. 어쨌든 처음 느낀 감정, 처음 느낀 사랑이기에 첫사랑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인물의 시선, 행동, 대화까지. 마치 눈앞에서 그려지는듯이 애틋함이 보였다.

이 소설은 동성애를 다뤘다. 10대 '소년'이 사랑에 빠졌던 한 '남자'. 남자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던 이유는 굳이 성별에 따라 내가 느낀 소설에 대한 감정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애틋한 사랑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익숙할 뿐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멀고, 닯고,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모든 현실을, 이 모든 것이 한때 내 일부였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 p.21

단 한 번의 짧은 시선으로 마음이 심란해져 웃지도 못하고 무엇 하나 즐겁지도 않아서 차라리 그의 모든 걸 미워하고 싶어지던 마음. - p.23

내가 아는 한 내 인생이 시작된 곳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 - p.93



사랑에 대해서, 이토록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복잡함, 슬픔,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랑을 하지 않아도 사랑하게 만드는 소설인것 같다.

안드레 애치먼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나에게 그랬다. 솔직했고, 이토록 많은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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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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