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How are you? [영화]

글 입력 2019.08.05 00: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즘 너무 우울하다. 무기력의 끝이랄까. 아무것도 안하고 있고 싶고, 누워만 있고싶은 기분. 번아웃 증후군일까?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아서, 우울함에 잠식되어있는 기분, 나는 그럴 때. 영화를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럴 때, 너무 어렵고 골치 아픈 영화를 보긴 싫고 해서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왜 인지는 모르게지만, 지금까지 봐야지.라고만 했던, 아껴놓은 이 영화를 보았다.



[꾸미기]1660D01C4B95135952.jpg
영화제목은 에브리바디스 파인
(정직하게 원음 그대로를 제목으로 썼다)


이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결혼생활 41년을 같이 했던 아내를 8개월 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홀아비 프랭크 굿은, 연휴 주말에 집으로 오기로 했던 아들, 딸들이 갑작스럽게 방문을 취소하자, 자신이 직접 네 아이들 집 모두를 깜짝 방문하리라 집을 나선다. 기차를 타고 뉴욕에 간 프랭크는 아들 데이비드의 집을 찾지만 데이비드가 나타나지 않자, 집 앞에 기다리다가 대문 밑으로 봉투만 밀어넣고 발걸음을 돌린다.


다음으로 찾은 것은 딸 에이미, 하지만 손자와 사위 사이의 긴장 관계만 확인한 채, 바쁜 커리어우먼인 딸을 뒤로 하고 고속버스에 오른다. 덴버에 도착한 프랭크는 아들 로버트를 찾는데,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알고 있는 로버트는 사실 타악기 연주자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불과 몇시간 만에 다시 버스를 탄 프랭크는 마지막으로 딸 로지를 방문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내용. 사실 영화의 내용은 정말 저게 다고, 그리고 나의 글은 늘 그렇듯 영화 내용 자체를 말하는 것보다 (사실 내용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다른 내용이 더 많기에.(라는 나만의 합리화?)



[꾸미기]MV5BMTI2MDEzODQ0NV5BMl5BanBnXkFtZTcwMDU1OTg5Mg@@._V1_SY1000_CR0,0,1493,1000_AL_.jpg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가득 차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로버트 드니로. 드류 베리모어. 그리고 출연하는 다른 좋은 배우들, 굳이 엄청 어렵게 만들어진 내용이 아니지만, 생각이 많이 드는 영화. 나는 어렵고 생각을 많이 하는 영화도 사랑하지만, 꼭 어려운 영화가 더 훌륭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어려운 영화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볼 때는 생각이 많이 들지 않더라도., 문득 생각나는 영화. 그게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97_감각-놀라운_메커니즘_032-033-1_사람눈.jpg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극 중 아버지는 자기가 그동안 알았던 자식들이 사실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본다. 보는 내내 어쩌면 나의 삶이 딱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은 그동안 늘 밖으로 보여 지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미는 명함만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진짜 나를 보여 지는 것을 싫어하고 늘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그러니까 예쁘고 잘나고 싶고 이런 모습들. 그런 모습으로만 인형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극 중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물어본다. are you happy? 자식들은 모두 말한다. yeah. I am happy. 정말 행복할까?


 

[꾸미기]MV5BMTQ2NTgxMDc4MF5BMl5BanBnXkFtZTcwMjU1OTg5Mg@@._V1_SY1000_CR0,0,1494,1000_AL_.jpg
 

 

그들은 속사정은 happy한 상태가 아니지만 겉으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아니 어쩌면 행복하다고 할 수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happy하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상태. 행복하냐라는 질문에 자식들은 모두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그 모습에 내가 보였다.


 

삶의고뇌.png



누군가 나의 모습을 보면서 왜 네가 행복하지 않니?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늘 밝고 웃으면서, 어찌보면, 명랑한 아이, 긍정적인 아이, 늘 힘이 넘치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 우울하니? 라는 말으 들어 본 적도 많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에게 네가 철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네가 철이 없어서 우울 한 거야. 라고. 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을 보라고.

     

어떻게 보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나는 아픈 곳도 없고 돈 걱정을 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사회적 기준에서 너무 못생겨서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은 적도 사실 없다. 아니 어쩌면 예쁘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을 수도 있다. 엄청 예쁘다 이 소리는 못 들어도. 그렇다고 성격적으로도 내 개인적으로 예민한 것 빼고는 평판이 나빠서 왕따를 당하거나 한 적도 없다. 어찌보면 밝고 쾌할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성격인 듯하다. 객관적 지수에서 나를 판단하자면. 하지만, 나에게 행복하냐.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정말 행복하다.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까?


 

[꾸미기]181031-depression-mn-1030_b9a9760c62bf89faaf1ca3f488b41c00.fit-2000w.jpg
 
 

아니, 사실 나는 행복한 적이 없다. 행복하지 않다. 라고 말할 사건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행복하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행복한 조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꾸미기]MV5BMTYwMjA4MzY1MF5BMl5BanBnXkFtZTcwOTU1OTg5Mg@@._V1_SY1000_CR0,0,1494,1000_AL_.jpg
 


영화 속에서 자식들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아빠에게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들의 삶을 꾸며낸다. 자신들의 좋은 점만 말해가면서, 사실은 본인들도 본인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굳이 나의 나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나의 좋은 점만 굳이 꺼내서 나를 꾸며내곤 했던, 나의 모습. 내가 원하는. 남들이 나를 봐주기를 바라는 나의 모습으로. 나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면, 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기에는 너무 힘이 들고 우울해지니까.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를 내가 원하고 바라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봐주기를. 간절히 바래왔다.


남들이 나를 행복하게 볼 때, 한편으로는 안도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났던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던 듯하다. 나를 불행한 사람으로 보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데, 내가 행복하다. 라고 보는 것은 남들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하면서 세상에 홀로 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영화 속의 사람들이 자신을 행복하다. 라고 하는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남들에게 말할 때는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고싶어하는. 남들이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게끔 보이게 하는 나의 모습. 실제 모습을 보이기는 죽기보다 싫은 그런 상태. 행복함이 무엇이길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무엇이길래.



[꾸미기]zf3bv4qn-1330299206.jpg



그런데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꼭 행복 해야 하나? 나는 왜 늘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영화 속에서 자식들은 모두 아버지가 너무나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고.

나도 나 스스로 나에게 ‘기대’ 그리고 ‘강요’를 해서 이렇게 지쳐버렸는지도 모른다.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것은, 아버지를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면 나도, 나 스스로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나 스스로 실망하게 되니까. 그래서 그래서였던 것 같다.

행복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을 지도 모른다.



495e5fcf478fe8418716a4fe1f7b3f4e_j59Ztwe52qzaABTi5jQ7roF4jz7.jpg
 

 

영화 속에서 아버지가 묻는다. 그럼 내가 너희를 어떻게 대해야겠니. 자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내가 바라는 것도 그 것 인 것같다. 나를 특별 취급, 우울한 사람 말고 그저 보통 사람처럼 나를 대했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도. 그리고 나를 보는 사람들도. 우울한 사람도, 행복한 사람도 아니라 그냥 나의 모습. 가끔은 우울해도, 행복해도 되는 그런 나로.


영화 속의 아버지는 마지막 즈음에는 자식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 아버지가 바라고, 아버지가 기대하는 것이 아닌, 자식들의 모습자체로. 나도 나를 그렇게 봐야하는데, 나는 왜 그동안 are you happy?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까? 꼭 행복해야할까? 왜 나는 늘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마지막에가서 아버지는 죽은 아내를 향해 말한다. everybody's fine. 해결된 것이 없어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꼭 happy 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이 영화의 제목이 everybody's fine. 인 것도 그 이유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everybody's happy여야 할까? 그냥 fine 하면 안될까.


이제 나에게 하는 질문을 바꿔본다. are you fine? 그렇다면 나도 말할 수 있다. i am fine.

 

 

[꾸미기]woman-570883_960_720.jpg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송희야. 너는 나약할 수도 있고 너가 생각할 때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어. 라고. 그리고 꼭 특별하게 무엇이 되지 않아도 사랑받아도 된다고. 그리고 내가 저 말을 진정으로 나에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고, 좋은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재밌고, 그리 어렵게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라 주말에 보는 영화로 추천하고싶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말하고싶다. how are you? I am happy가 아니여도 괜찮아.




최송희.jpg
 

[최송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