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유니크한 감성이 가득한 301호의 음악 Part 2

글 입력 2019.07.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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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의 피아니스트, 나은의 이야기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지난 Part 1에 이어 301호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301호의 미공개곡 <꾸역꾸역> Live



Q. 오래 기다리셨어요. 이제 나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나은님이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간략히 얘기해 준다면.


A. 김나은 : 저도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어요.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다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억지로 숙제를 하거나 싫어했던 기억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엄청 재밌게 다녔어요. 그래서 다들 재밌게 다니는 줄 알았어요. 피아노 학원을 가는 날이 제일 기대되는 날이었고 동네 대회를 나가면서 상을 받았던 기억도 있어요. 7살 때부터 2, 3년 정도 배웠는데 이사를 가면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제가 부산에 살았었는데 경기도로 멀리 이사를 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 학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즈음에 다니다 말은 게 너무 아쉬워서 취미로 계속 치고 있다가 다시 피아노 학원을 다녀도 되는지 부모님께 물어봤어요. 당연히 안 된다고 하셨어요. 보통 그때는 수학이나 영어학원 다니기 바쁘니까, 저도 그때는 막 간절하게 다니고 싶었던 게 아니라서 안되나 보는구나, 하고 넘어갔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가 실용음악으로 피아노 입시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제 생각에 피아노라는 건 클래식피아노가 전부였는데 재즈피아노에 대해서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고 신기했어요. 그래서 학원 구경을 따라서 갔는데 재밌어 보이고 나도 배우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진지하게 내 장래로 생각해서 피아노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느낌이었어요. 다만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웠고 그 친구도 몇 달 만에 어렵고 힘들어서 관뒀다고 해서 잊고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1년 정도가 지나서 그 친구가 다시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때 고2이기도 했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문, 이과를 결정하는 시기이다보니 피아노로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고 지금 좋아하는 걸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걸로 대학을 가고 일을 하면 행복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몇 달간 부모님을 설득해서 학원을 다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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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입시를 준비했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재즈피아노가 생각보다 제가 생각한 거랑 다른 세계였어요. 그동안 재즈를 들어왔던 것도 아니고 어려웠는데 이미 시작을 해버렸고 대학은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런데 내가 피아노는 좋아하니까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오기와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했던 것 같아요. 열정보다는 그랬었어요. 가고자 했던 대학들은 떨어졌고 부모님이 재수는 절대 안 된다고 강력하게 얘기하셔서 붙었던 다른 학교를 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한 일인 게 거기서 많은 걸 배웠어요. 음악 하는 또래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음악을 하면서 놀게 되고 거기서 재미가 붙었어요. 같이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하나씩 알아갈수록 열정과 흥미가 생겼죠. 욕심이 생기니까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다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력을 다지는 걸 우선으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쉬고 계속 레슨을 받으면서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준비를 해서 서울예대를 가게 되었어요.


추계예대에서 1년을 보내고 그 뒤에 실력을 다지기위해 연습을 시작했을 때, 그때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게 아니었어요. 놀 거 다 놀고 연애도 했었고. 한창 술도 먹을 때였고 할 거 다하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는 강박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당연히 많이 늘지 않았고 결과가 좋지 않았죠. 다시 입시를 본 결과 예대에는 붙지 못했고 부모님께서는 삼수는 안 되고 이제는 졸업을 하라고 하셔서 새로운 학교를 다시 열심히 다녔고 졸업을 했어요. 그 학교에서 연습을 계속하면서 다시 자신감을 얻었고 계속 연습하면서 성장한 것들을 학교에서 보여주니까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또 계속 있어서 제가 과대평가 되어서 들통이 날 것 같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엄청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졸업하고 그 해에 바로 다시 시험을 봐서 서울예대를 입학했어요. 제 실력이나 열정이나 그 해에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또 예대를 와보니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전에는 내 실력을 쌓는 것에만 목적을 뒀다면 음악적으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다들 잘하고 실력이 좋은 친구들인데 그 안에서 분야 별로 특출난 부분들이 다르잖아요. 여기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어떤 쪽으로 더 공부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미희가 같이 팀을 하자고 해서 그러면 내 음악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시도를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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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마포FM에서 ‘301호의 똑똑똑’이라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들어봤는데 두 분 모두 얘기도 잘하시고 재밌더라고요. 라디오를 진행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A. 김나은 : 제작을 도와주신 송재혁 대표님이 제안해주셨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인디뮤지션들이 1시간 동안 알아서 준비를 해서 진행을 하며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하셔서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면서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준비하려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준비할 것도 많아서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막상 하면서 재밌고 편하게 생각하니까 막 어렵지는 않았어요. 음악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라서 감사하게 하고 있어요.



Q. 지난 앨범의 <거울>은 가사의 소재와 내용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 곡에 대해서 나은님이 소개해 주세요.


A. 김나은 : 멜로디와 코드를 미희가 먼저 썼어요. 그리고 저에게 들려줬는데 가사가 없는 상태였어요. 기존에 하려고 했던 느낌과는 다른 곡이었는데 미희가 생각해 놓은 가사의 내용이 있다고 해서 피아노 하나로 담백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피아노로 편곡을 했어요. 길지 않은 곡이라 인트로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죠. 박자를 메트로놈으로 맞추어 놓으면 뭔가 이상하고 느낌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보컬과 같이 호흡하면서 녹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녹음하고 그 위에 보컬이 나중에 녹음하는 방식이 아니라 같이 들어가서 프리템포로 동시에 녹음을 했어요. 한 명만 틀려도 다시 해야 해서 어렵긴 했는데 결과물은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301호의 <거울>



Q. 이번 신곡 <때때로>에서는 나은님도 작곡에 참여하셨어요. 그리고 기존 앨범들과는 다르게 필름아일랜드님과 같은 다른 편곡자 분들이 참여하셨고요. 그래서인지 기존 앨범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이번 곡의 의도와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김나은 : 일단 편곡이 전에 했던 앨범과는 다른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다른 느낌이 난 것 같아요. 기존에는 저희가 잡아 놓은 것대로 편곡에 관한 각을 잡아놓고 필요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같이 해나가는 방식으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편곡 자체를 제가 피아노로 큰 분위기를 잡아놓고 다른 분들이 입혀나가는 방식으로 해서 다른 느낌이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떠오르는 추억이나 기억에 대한 내용이에요. 누구나 계절이 바뀌면서 떠오르는 기억은 하나쯤 있잖아요.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과 분위기의 느낌이에요.


하미희 : 원래는 작년 가을쯤에 곡을 써서 ‘선선한 바람’이라는 가사를 썼는데 그게 그대로 나왔어요.


김나은 : 여름에 나오게 되면서 ‘시원한 바람’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어감이 이상한 것 같아서 결국 원래의 ‘선선한 바람’으로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어울리고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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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음악을 하는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A. 하미희 : 도수치료요.(웃음)


김나은 : 아니야.(웃음) 저도 똑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취미가 없다는 것에 공감한 게 보통은 일이 딱 명확하게 있고 나머지가 남는 시간으로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데 저희 같이 프리랜서인 사람들은 창작이나 연습 등 뭔가 해야 하는 일이 항상 있다 보니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아요. 쉬고 싶을 때는 진짜 자거나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요. 가만히 있는 거. 그래서 딱히 취미생활을 한다는 생각을 안 한 것 같아요. (잠깐 생각) 아, 저 보드 타는 거 좋아해요. 겨울에는 꼭 보드를 타러 가요. 생각해보니 취미생활을 하네요.(웃음) 그게 유일한 취미생활이에요. 그 외에 평소에 영화나 TV를 보는 일도 안하는 것 같아요.



Q.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A. 김나은 : 재즈피아노를 하면서 좀 다르다고 생각한 게 입시를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정말 재즈를 공부하거든요. 그리고 대학을 오면 가요나 팝을 많이 다루면서 너무 달라지니까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거든요. 공부를 하던 것과 너무 달라져서 난관이 생기는 거죠. 저도 그랬고요. 재즈를 들으면서 공부를 할 때는 에디 히긴스나 빌 에반스, 허비 행콕을 많이 듣고 영향을 받았어요. 특히 에디 히긴스를 많이 들었는데 다른 아티스트들을 난해하고 어렵게 들릴 수 있는데 에디 히긴스는 대중들이 듣기에도 거부감 없게 아기자기하게 연주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많이 찾아 들었어요. 대학을 온 뒤에 내가 어떤 장르의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할 때는 재즈를 듣진 않았고 대중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관심이 조금씩 옮겨갔어요. 특히 워너비는 제이래빗이에요.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시면서 아기자기하게, 듣기 좋게 연주하시거든요. 저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단순하게 들리지 않는 걸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좋아하고요.


하미희 : 특히 제이래빗은 정말 저희가 가고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본받고 싶은 뮤지션이에요.



Q. 아티스트로서의 김나은이라는 사람이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있었으면 하나요?


A. 김나은 : 제이래빗처럼 모두가 아는 뮤지션이면서 음악성이 좋은 아티스트로 기억이 되고 싶어요. 대중적이면서 음악성을 갖춘...(웃음) 그렇게 입지가 다져 있는 상태였으면 해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펼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정도로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해있었으면 해요.



301호의 <팔자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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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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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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