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듣는 인간의 진화: 1) 체험에서 소유의 음악으로 [음악]

미디어의 시선으로 보는 음악의 변화
글 입력 2019.07.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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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Paul Bradbury



1. 음악이 우리 곁에 가까이 오기까지

우리의 삶에서 음악은 얼마나 일상적일까? 많은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 또한, 카페에서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심지어 길거리의 매장들은 스피커와 음악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은 우리에 일상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음악을 듣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음악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유튜브를 통해 공연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스트리밍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을 볼 수 있고, 때에 따라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까지 가능한 환경이 되었다.

오늘날의 음악 감상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편해지고 일상적으로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과 달리, 음악 감상이 오늘날처럼 쉬워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는 그 변화 과정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혹시, 음악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억하는가?

'음악의 역사'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음악 장르의 발전을 두고 이야기한다. 서양 음악사는 고대 음악에서 시작해 중세시대를 지나 고전음악과 같은 클래식으로 발전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대중음악사는 블루스로부터 재즈를 거쳐 발전하는 팝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음악은 장르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음악을 담는 기술인 LP, CD, 카세트와 같은 미디어의 변화가 음악의 영향을 주며, 음악의 변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의 변화는 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표현방식의 변화'와 '듣는 방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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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방식의 변화, CREDIT: The Crazy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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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방식의 변화, CREDIT: VectorStock
 

표현 방식의 변화는 미적 표현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위 그림과 같이 특정 장르가 다른 장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과정, 음악 자체가 바뀌고 변주되는 과정이 표현방식의 변화다. 예를 들어, 1960년대 브라질과 미국에서 발생한 보사노바는 부유층의 삼바와 미국의 쿨 재즈가 결합하여 탄생한 장르였다. 그래서 표현방식의 변화는 미적 표현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반면, 듣는 방식의 변화는 우리가 음악을 어떻게 소비하고 어떤 음악을 선택하는지 결정한다. 현대 음악에서 듣는 방식의 변화는 CD와 LP에서 MP3와 스트리밍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사야 하는 물건, 음악을 들을 장소, 음악을 듣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을 결정했다. 그래서 듣는 방식의 변화는 음악의 표현, 유통, 소비까지 음악 활동의 모든 과정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듣는 방식의 변화는 음악 감상의 장소, 시간, 개인과 공동의 감상, 비용에 따른 감상의 대중화 등등 미적 취향이 아닌 많은 부분들을 결정한다.

따라서 '음악이 어떻게 이토록 일상적으로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음악의 듣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추적하는 과정이며 이 글에서는 듣는 방식이 어떻게 음악 감상을 변화시켰는지 간략히 알아볼 것이다.



2. 미디어로서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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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ert Marshall McLuhan


사실, 위에서 말한 '듣는 방식의 변화'는 미디어 결정론적 관점을 단편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듣는 방식의 변화는 음악을 담는 그릇의 변화로 볼 수 있으며, 음악을 담는 그릇은 다시 말해 미디어다. 그래서 '듣는 방식의 변화'가 음악 감상 방법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미디어의 변화가 음악 감상 방법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미디어 결정론은 캐나다의 미디어학자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이 펼쳤던 이론이다. 맥루한은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가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했는데,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로 그의 미디어 결정론을 설명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니? 그는 같은 메시지일지라도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서 그 성질이 달라지며 사용자에게 다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했다.

생각해보자. 같은 음악일지라도 운동을 하면서 들을 때,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을 때, 그리고 집에서 쉬면서 들을 때의 경험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브에서 연주한 곡과 스마트폰의 음원의 리듬이나 음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음악 감상에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달라진 경험에 영향을 준 건 음악을 듣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이것이 미디어 결정론적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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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Organic Media Lab


미디어 이론을 아주 조금 더 설명하자면, 미디어는 그 내용인 콘텐츠, 콘텐츠를 담는 컨테이너,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환경인 컨텍스트로 구성된다. 이를 토대로 음악을 하나의 미디어로 바라보면, 콘텐츠는 개별적인 노래, 컨테이너는 음악을 담는 LP, CD, 디지털 음원 등의 형식이며 컨텍스트는 유행과 같이 음악을 감상하는 사용자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작곡된 클래식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고 있다는 것은 같은 콘텐츠를 두고 컨테이너가 오케스트라 라이브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콘서트 홀에서 단체로 감상했던 컨텍스트에서 개인적 감상의 컨텍스트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어쨌든, 계속하고 싶었던 말인 '음악의 변화'를 생각해보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이제 미디어의 변화가 어떻게 음악 감상에 영향을 주었는지 우리가 경험했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생각해보자.



3. 듣는 인간의 짧은 역사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법을 되돌아보면 아마 LP, CD와 같은 물리적 형태에서 그 기억이 시작될 것이다. 집에는 부모님이 오래전 음악을 듣기 위해서 사두었던 CD나 카세트테이프가 있었고, 어렸을 적 동요를 듣기 위해서는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음악을 재생했다. 하지만 우리가 음악 감상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지점은 의외로 음악 미디어의 역사에서 꽤 과거가 되어버렸다. 음악 미디어의 급격한 변화는 거의 20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우리가 기억하는 매체들은 과거의 기술이 되어버렸다. 마치 삐삐세대의 어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처럼 말이다.

미디어로서 음악의 역사는 활자와 사진 등 다른 미디어에 비해 그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 이유는 복제와 전달이 가능한 컨테이너의 등장이 늦었기 때문인데, 문자 미디어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구텐베르크 활자가 1440년대에 만들어진 반면, 소리의 녹음과 복제가 가능해진 축음기는 에디슨에 의해 1877년이 되어야 등장한다.

축음기의 등장 이전까지, 음악은 원래 무형의 현상이었다. 소리는 한번 발생하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어서 한번 지나가면 다시 찾아오지 않고, 기억하기도 어려운 신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누군가 연주해야만 했고,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가가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이 시대의 음악가는 음악을 담는 컨테이너였지만 반복적인 재현만 가능해 복제와 배포는 불가능했다. 반대로, 악보는 인쇄를 통해 복제와 배포가 가능했지만 소리의 복제가 아닌 연주 방법의 복제였기 때문에 소리를 콘텐츠로 담는 컨테이너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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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간이 지나 1877년 축음기가 탄생과 함께, 인류는 소리를 기록하고 복제 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소리를 녹음한 후 물리적 컨테이너에 담았는데, 이를 통해 음악이 담긴 물리적 형태의 '음반'이 등장하게 되었다. 음반이라고 불린 물리적 물건은 음악 감상 방법에 큰 변화를 주었다.

기존의 라이브를 통한 음악 감상 방법은 사용자가 구매한 음반을 통한 감상으로 변화했다. 물건으로서 음악을 소비하는 것은 음악의 컨텍스트를 바꿨는데, 이때부터 음악 감상은 라이브를 통한 체험의 컨텍스트에서 음반이라는 물건을 소유하는 컨텍스트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음악의 가치를 물리적인 음반에 부여했으며, 라이브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단체 감상이 아닌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감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물리적 형태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엄청난 숫자로 복제되는 음반들은 자연스럽게 음반 시장을 형성하고 대중음악을 형성했다. LP가 대량생산 된 시기부터 음악은 산업의 규모를 형성하며 발전했고 음악을 감상하는 인구수가 늘어나 다양한 레이블들 그리고 스타들이 탄생했다. 이후 카세트와 CD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컨테이너에 따라 새로운 컨텍스트들이 발생했다. 특히 휴대용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야외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용이라는 컨테이너로 인해 감상 시간이 늘어나는 컨텍스트가 발생하고, 이는 일상 속에서 음악 감상 시간이 더 늘어나는 현상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디지털 음원의 등장 전까지, 음악 감상은 물리적 컨테이너로 인해 '소유'라는 컨텍스트가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질서는 디지털음원이라는 파괴적인 변화에 의해 완전히 뒤집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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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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