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노동 이야기를 알려 줄게 -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도서]

270만 년의 인간의 노동 이야기를 요약한 재밌는 책
글 입력 2019.07.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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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를 다룬 책은 처음이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책 말이다. 그것도 재밌게! 인류의 역사를 담은 책을 보면 신석기 시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산업혁명까지 나름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 이야기를 순서대로 담은 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류사라는 것이 나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명 발달에 가려진 한 인간의 생존 보고서’라는 책의 부제를 보며 이 책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고 특히 과거, 현재, 미래의 직종을 가진 사람의 하루를 볼 수 있는 구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기대를 하고 책을 받았고, 읽으면서 그 기대심이 충족되었다.


재밌게 읽었던 몇 개의 직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작가가 직업을 설명하면서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재치 있게 적었기에 한 장 한 장 다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업의 배경과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 책을 옆에 두고 인터넷 검색을 했던 경우가 있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어떠한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전체적인 인류사의 흐름과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삶을 간략하게 맛보는 정도에서 책을 대하면 좋을 것이다.




여행을 보내드립니다.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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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늘어진 책의 답 사이로 나는 갇혀 있다. 아니, 어쩌면 열려있다. 책 속에서 과거와 현재, 가보지 않은 미래까지 오갈 수 있으니 모든 곳의 ‘여행 티켓’을 가지고 있던 셈이다. 글자는 인류의 가장 큰 업적이고 책은 그 위대한 사물이며, 이 공간은 경이롭다고 할 만하다. 나는 이곳에 들르는 모든 이에게 ‘영혼의 여행 티켓’을 빌려주는 관리자다. 이곳에서 책을 빌려간 이들의 눈동자를 보면, 그들의 영혼이 맑고 풍요로워짐을 느끼곤 한다. 우리는 모두 영혼을 살찌게 할 권리가 있다.


- P.61



사서라는 직업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할 일이 끝나면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며 그의 영혼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실패 없는 여행을 추천해주며 그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얼마나 뿌듯한 직업인가? 이 책의 작가가 청년 시절부터 철학, 인문, 역사, 소설, 경제에 이르기까지 3천여 권이 넘는 책을 읽은 다독가라는 말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책 읽기를 여행이라고 표현하며 누군가 평생 축적한 지식과 여정을 책으로 만들었다면 책을 읽는 동안 그의 머릿속을 빌릴 수 있고 그의 영혼으로 살 수 있다는 말에 나도 책을 읽고 있지만,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더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이생망.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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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빌어먹을 아침이다.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말도 안 된다. 분명 1초 남짓 눈을 감았다 떴는데 시계는 벌써 일곱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지하철은 늘 우글우글하다. 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급하고, 피곤한 얼굴이다. 인생은 바쁠 것이 없다는데 우리는 왜 이리 바쁜 것인가? 그래도 어디론가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쯤 되면 출퇴근하는 로봇이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면 텅 빈 방이 나를 반긴다.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누가 나 좀 일으켜줬으면 좋겠다.


- P.193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는 줄임말. 이 직장인 챕터를 보고 너무 현실 직장인이 쓴 일기 같아서 쓴웃음이 났다. 회사원이 된 지 1년이 넘은 친언니의 일기를 훔쳐본 것 같았다. 나 또한 서울로 통학하면서 아침마다 지옥철을 타는 데 이어폰을 끼고 항상 전자기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바쁜 사람들을 본다. 나도 그중 한 명이긴 하지만 이생망이라고 말하는 직장인들의 워라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워라밸이 지켜지는 삶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캠페인들이 이어지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은 모두가 이생망이라 말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현재에 사는 남자, 직장인도 말이다. 워라밸은 어디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친언니의 워라밸이 이뤄지는 그 순간은 언제 올지, 옆에서 지켜봐야겠다.




돈이 사람을 만든다.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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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숫자는 한 사람의 삶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우리는 숫자를 지배하기도, 숫자에 지배되기도 한다. 희로애락이 섞여 있는 돈의 세계가 내 눈 앞에 펼쳐진다. 돈은 곧 자유이자 힘이다. 하지만 때때로 자유가 우리를 망친다. 자유를 얻기 위해 목적에 희생된 가치들이 얼마나 크던가.


- P.198



내 고등학교 시절 꿈은 회계사. 금융전문가였다. 그래서 지금도 관련 학과에서 열심히 숫자를 다루며 경제와 금융을 공부하고 있다. 내가 이 꿈을 가지게 된 이유가 딱 이것이었다. ‘돈이 사람을 만든다.’ 돈 때문에 망가지고 힘들어하고 또 기뻐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런 사람들을 너무나 곁에서 많이 봤기에 그들이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나는 나의 숫자를 정리한다. 바른 숫자가 쌓여 갈 수 있도록, 한 사람이 누군가를 돕고 정당한 숫자를 얻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훌륭한 목적의식을 가진 기업이 더 오래 존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숫자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가 돈에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게 된다면, 이 사명으로 일을 할 것 같다. 내가 꿈을 키우게 된 첫 번째 이유와 목적이 이것이었으니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모든 직업을 해본 것처럼 느껴진다. 전문 직업인의 노련함과 그가 가지고 있는 사명, 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된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이 인간을 도우려는 마음이다.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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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나날이 지속되면 삶은 추락한다. 하염없이 아래로, 끝없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누군가 나를 손잡아 일으켜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마침내 이곳을 두드린다.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도우려는 마음이다. 그것이 진정 별 볼일 없는 나를 좋은 인간으로 성숙하게 한다.


- P.239



문명이 발달하고 날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발전하는 가운데 우리는 마음의 병을 더 심하게 앓고 있다. 정신적인 힐링이 필요한 현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담사에 대한 챕터였다.


요즘 사람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글을 읽으며 마음의 상처를 앓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이를 극복하는 것에 아무것도 아닌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시기였다. 그런 상태에서 이 상담사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니 이 상담사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꼭 존재해야 하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직업임을 느꼈다.


미래로 가는 남자 편에서는 이 상담사가 발전된 개념인 기억세탁사, 라이프가이드 등이 등장한다. 신기술을 융합해 상담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인류사의 미래로 가는 남자 편을 읽어보며 과학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많음을 느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롭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하나 아쉬운 점은 남자라고 먼저 말을 박아 둔 것? 270만 년의 역사에서 여성의 삶을 몇십 개의 아침으로도 나눌 수 있고 딱히 그렇게 크게 여자, 남자라는 말로 단정 짓지 않아도 될 텐데 이 책에서는 남자만 다루며 사진도 죄다 남자로만 구성해 이에 초점을 맞춘 점이 아쉽기도 하다.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사람’이라고 하면 안 되나? 오래전부터 남성의 직업 수가 훨씬 많고 그들의 사회가 더 컸다는 것은 알지만 충분히 여성들도 이 책에 나온 직업들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남자’로 표현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여성들이 한 노동의 가치도 어마어마한데.


그래도 재밌게 읽은 인간의 생존 보고서라 기억에 남는다. 인간이 어떻게 생존을 해왔는지, 그들이 쌓은 노동의 가치를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나도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을 할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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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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