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담B : 적응이라는 폭력에 대하여 [영화]

Mrs.B. A North Korean Woman, 2016
글 입력 2019.07.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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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B'는 생계를 위해 중국으로 월경한 북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브로커에게 속았고 가난한 중국 농부 ‘진씨’에게 팔려가고 만다. 그렇게 흐른 10여년. ‘마담 B'는 월경 전에도 남편이 있었지만 어째선지 지금 생활이 더 행복한 듯하다.


‘진씨’는 북한의 가족들을 빼내기 위해 브로커가 된 그녀를 이해하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사랑하는 배필이 되어 버렸다. ‘마담 B'는 기어코 가족들을 탈북 시키는 데 성공하고, 가족들을 따라 얼마간의 한국행을 택한다.


언젠가, 가족들을 설득시켜 ‘진씨’와 진짜 부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녀 ‘마담 B'. 과연 그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마담B는 ‘진씨’와 결혼을 원한다. 그러려면 우선 마담B 그녀가 국적을 가져야만 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인정받고 여권을 취득하여야 한다. 그 후에 결혼을 하는 것이 그녀의 작은 소망이었다. 그리하여 남한에 내려온 그녀는 소망과는 점점 멀어지는 삶을 겪는다. 한국에서 강요하는 적응은 그녀에게 폭력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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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이란 무엇인가



적응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됨.’


도대체 조건과 환경에 맞추어 ‘알맞게’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을 때 그것을 알맞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적응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덜어내고, 깎아내고, 늘이고, 채우기를 반복한다. 혹자는 적응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수적이며, 개인이 조건에 맞추어 자신을 변형시키는 것을, 또는 개인의 요구에 따라 외부 조건을 변형시키는 것을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적응을 ‘성장’이라는 하나의 기능으로 설명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적응이 가진 ‘퇴보’의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적응의 폭력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대학교에 진학했을 무렵이었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경상남도에서 지냈다.


학교를 위해 상경했을 때, 나의 고향에서 표준어로 여겨지던 것이 서울에서는 사투리로 불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 무렵 경상남도에는 서울 말투를 배우는 학원이 생겨났고, 나는 교수님께 말투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고치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언제나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어느덧 서울 표준어라 일컬어지는 억양을 내가 가지게 되었을 때, 기준에 알맞은 사람이 되었다는 기쁨과 나의 무언가를 잘라낸듯한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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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마담 B에게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마담 B가 있는가. 심지어 본인 스스로가 마담 B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은가. 남한 공동체에서 그들을 규정하는 방식과 그 고정관념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적응이 폭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대게 권력을 가진 자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 범주를 당연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탈북민, 고려인, 여성, 동성애자, 사투리. 이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정상이라는 기준에 속한 사람들이 먼저 폭력성을 인지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적응이라는 공동체는 삶을 지탱해주기도 하지만 억압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 받고 있는 폭력에 대해 영화 마담 B를 통해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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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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