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꺼이 광대가 되었던 베르나르 뷔페

글 입력 2019.07.0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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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교양 수업을 들었던 조금 낡은 기억을 비추어 보며, 전시를 찬찬히 감상하는 동안 그가 어떤 사람이었을지를 짐작해 보았다.


구상회화에서 입체주의, 추상회화 등 다양한 사조의 흐름이 동시다발적으로 뻗어나가고 섞이기가 빈번했던 시대에 자신의 그림을 꾸준히 그려간 사람, 그리고자 하는 것이 늘 분명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자신이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물질적인 대상보다도, 스스로의 심상을 들여다보며 본인의 역할과 신념을 작품으로써 지켜간 화가, 뷔페. 그의 작품을 시대적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았다가, 뷔페라는 화가와 함께 놓고 보았다가 마지막엔 작품만을 놓고 감상하는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고 어딘지 모르게 슬프기도 했다.

 


 

아나벨의 편지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아나벨 뷔페라는 이름을 보고, 그녀가 뷔페의 아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사랑이 담뿍 담긴 문체와 베르나르에 대한 존경이 많은 시간과 거리를 건너 전시장 곳곳의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 그녀는 이름 있는 문장가였으며 뷔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었기에 그의 모든 작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전달력 있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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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가로 태어난 것 같다. 당신은 우리에게 당신의 외로움, 믿음, 사랑,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물질적, 도덕적 참담함에 마주했을 때의 비탄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선택했다.


당신은 우리가 종교에 빠질 때처럼 그림에 빠졌다.


당신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신의 작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 아나벨 뷔페 (Annabel Buffet)


  

물론 아내이자 동반자로서 뷔페의 작품들을 설명하고 의미를 말함에 있어 주관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겠으나,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다각적인 감상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좁혀주어 그림에 대한 이해와 몰입력이 높아지는 느낌이 있었다. 또, 한 사람의 입장에서 전시 전반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컨셉도 마음에 들었다.

 


 

독특한 오브제와 초상



뷔페가 그린 정물과 초상화에서는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뷔페 작품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뚜렷한 윤곽선과 세로로 길게 그려진 오브제 때문이었는지, 차분하고 시니컬한 느낌이 모든 그림에 담겨 있었다.


이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무래도 초기 작품들이다. 낮은 채도와 저명도 위주의 컬러, 혼자이거나 가지 수가 적은 음식 등은 시대적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주며 그마저도 때로는 슬픔을 지닌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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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뷔페의 화풍에서 벗어나 있는 작품은 아나벨의 초상이 거의 유일했다. 밝은 컬러가 어둡게 느껴지지 않고, 거친 선이나 창백한 분위기가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아나벨이 캔버스에 그려진 것을 보았을 때는 뷔페의 작품이 맞나 싶기도 했다. 이렇게 인물이나 오브제에 따라 투영된 감정이 달랐기 때문에, 그려진 대상에 대한 뷔페의 당시 생각과 감성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광대였던 화가



전시장의 수많은 작품들을 뷔페의 삶의 궤적에 비추어 감상했지만,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광대> 시리즈에 머물러 있다.

 


베르나르는 때로는 고통을 주었지만, 그가 그려낸 작품들은 우리 인간들이 마주하는 모든 기쁘고 슬픈 감정과 현실 그리고 그 너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초상이었다. 그림 속 무성의 디바들이 안식처에 갇힌 것인지 혹은 우리가 적당히 알고 있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닮았는지 우리는 모른다. 이 수다쟁이 추녀들이 어떤 노래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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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를 그렸다고 해서 모두가 스마일 증후군, 현실에 대해 풍자하는 화자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뷔페의 <광대> 시리즈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클리셰적으로 광대를 그려내지 않고 어떠한 인간들의 군상이 투영된 모습으로 캔버스에 담기자 그들은 더 이상 광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과 생각,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그림이 우리가 평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광대를 그려낸 작품이니, 어찌보면 역설적인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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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광대는 작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뷔페는 자신 또한 광대라 말했다. 인간의 감정을 액션이 아닌 캔버스에 담고, 그 작품을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그는 아마도 타인들이 자신을 광대처럼 바라보고, 스스로도 광대처럼 살아가길 원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화가이자, 광대로서의 사명에도 충실했던 뷔페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일자 : 2019.06.08 ~ 2019.09.15

시간
11:00 ~20:00
(19:0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조선일보사
Fonds de Dotation Bernard Buffet
㈜한솔비비케이

후원
주한프랑스문화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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