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도 미술품 컬렉터가 될 수 있을까? [시각예술]

각종 미술품 마켓부터 중저가 아트페어까지
글 입력 2019.07.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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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구매’, ‘작품 컬렉터’ 등의 단어를 보면 고소득 계층의 미술품 투자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도 미술관은 우리에게 어딘가 교양 있고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 마당에 그런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작품을 직접 소장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미술계는 계속해서 이러한 장벽들을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프린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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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베이커리 하남점



실제 작품을 구매하는 데에 가격 혹은 관리 차원에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디지털 프린트된 작품이 제격이다.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프린트 베이커리'는 미술품의 대중화를 위해 유명 작가들의 디지털 판화 에디션들을 판매한다. 다른 곳과는 달리 판화 하나하나에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가고 에디션 넘버링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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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홈페이지

작품 포스터 주문 과정



이 밖에도 대중화에 기여하는 더 직접적인 해외 사례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을 들 수 있다. 이곳은 60만 건이 넘는 작품들의 공식 이미지를 웹사이트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 모든 작품들을 포스터로 판매한다. 온라인상으로 간단히 주문할 수 있으며 가격대도 15유로에서 58유로 사이로 저렴하다. ‘공공의 문화예술 향유’를 목표로 하는 국립미술관의 비전에 딱 들어맞는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해외 기관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온라인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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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락갤러리 홈페이지 작품 상세검색



디지털 프린트가 아닌 실제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온라인마켓이 가장 다가가기 쉬운 방법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미술품 구매’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검색된다. 그중에서도 에코락갤러리는 서울시 논현동에 위치한 화랑이지만 온라인 시장 규모가 큰 편이다. 2019년 7월 1일 기준으로 1,287명의 국내 작가들의 작품 16,559점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60개월 할부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한결 더 가격 부담을 덜어준다.




중저가 아트페어



그리고 오프라인 시장으로는 아트페어가 가장 대중적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페어는 기존의 경매나 화랑 판매와는 차별점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 또한 주류 미술계의 인정을 받는 고가의 작품들을 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또 다시 위화감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저가 아트페어’가 2010년대 들어서면서 물밀듯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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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유니온아트페어



먼저 유니온아트페어다. 문래동 소재의 신생공간 스페이스 엑스엑스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작가들에게 30%의 판매 수수료만을 청구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작품들의 가격대는 10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작년 2018년도에 3회를 맞이한 유니온아트페어는 점차 규모를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2회 당시에는 무려 작품의 60%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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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브리즈아트페어



다음으로 2014년에 첫발을 내딛은 브리즈 아트페어는 공모를 통해 직접 선발한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한다. 또한 아트페어로서는 드물게 10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해 구매 장벽을 낮추었다. 그리고 유니온아트페어와 브리즈아트페어는 대부분의 아트페어와는 달리 1차 시장의 성격을 지닌다. 바로 화랑 단위가 아닌 작가 개인 단위로 작품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미술품 시장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존재한다. 바로 많은 중저가 아트페어들이 판매고를 면치 못하고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브리즈 아트페어에서의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나는 올해에도 개최되기만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런던에 본사를 둔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작년부터, 그리고 2006년부터 꾸준히 열렸던 서울오픈아트페어는 재작년부터 개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앞서 설명했듯이 중저가 아트페어의 경우 작가 개인 단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2017년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는 작가 직거래 장터 출신 작가들의 화랑 영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작가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해 화랑의 역할을 무의미하게 여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가격대를 낮췄음에도 작품들이 잘 팔리지 않는 까닭은 단편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경기불황이나 사람들의 인식, 행사의 과잉 공급 등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일어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직거래 장터의 활성화가 화랑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인식은 작은 노력으로도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1차시장 역할을 하는 아트페어의 경우, ‘아직 화랑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라는 조건을 명확히 내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특정 화랑에 소속된 작가가 타 행사에서 작품을 스스로 판매하는 것은 화랑과 작가 직거래 장터의 취지를 모두 교란시킬 수 있다. 그리고 화랑 측에서 작가 직거래 장터 ‘출신’ 작가를 기피하는 것 또한 약간은 폐쇄적인 자세라고 느껴진다. 전속작가들의 판매 경로를 전유하는 것, 작품 활동과 전시 등의 전속작가 지원에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할 듯싶다.


*


어디에도 ‘완벽한 방안’은 없다. 그렇지만 ‘완벽해지기 위한 방안’들은 얼마든지 마련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술품 판매 시장의 상황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너무나 이른 단계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지켜보면서 균형이 잡히기까지의 과정을 그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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