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아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생각해본 음성인식 인공지능에 대한 고찰 [문화 전반]

여전히 불통,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전환점이 필요하다.
글 입력 2019.06.2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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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인공지능 스피커가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에 도래했다. 그렇지만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인공지능 인터렉션 분야는 적은 지원과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아직 개발이 탄력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나마 삼성이나 네이버, 카카오 이 세 기업이 주축이 되어 많은 투자나 개발 중이고 그 이외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착수 중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앞서 언급한 이유로 여전히 우리는 기가지니를 부르며 답답해하고, 헤이카카오를 외치지만, 이들과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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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의 AI 스피커



계속 듣고 싶은 라디오



나는 최근 혼자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 늘면서 라디오를 챙겨 듣게 되었는데, 끝나는 게 아쉬워 밤새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시각적인 자극 없이도 담담히 귀를 집중하게 하고, 말소리가 들려서 외로움을 덜어주기도 하니 고요를 채우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문득 똑같이 음성으로만 진행되는데도, 라디오는 계속 듣게 되는 데 비해 보이스 인터렉션 기반의 음성인식 스피커는 그렇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적어도 이들이 사용자가 계속 대화하고 싶게 만들지 생각해봤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라디오를 음성인식 인공지능과 비교하는 것이 아예 유형 자체가 다르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디오 역시 듣는 이와 ‘인터렉션’이 된다. 즉, 듣는 이들의 사연을 읽어주고, 고민상담 같은 것도 해주기에, 분명 소통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두 가지를 비교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구성된 다양한 콘텐츠



곧 끝나서 친한 친구를 잃은 듯 너무나도 아쉬운, <존박의 뮤직하이>는 날짜별로 다른 콘텐츠로 청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테면 월요일에는 청자들이 보낸 문자를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화요일엔 ‘그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주제로, 청자들이 보낸 사연 속 사람들의 행동을 심리학 전문가와 함께 풀어낸다.


또, 수요일에는 뮤직하트시그널로, 청자들의 연애 고민을 게스트들과 해결해준다. 목요일엔 청자들이 답답해하거나 욕하고 싶은 사연을 존박이 같이 공감하고 욕해주는 목욕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일요일엔 영화 전문가와 함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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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 <존박의 뮤직하이>



요일별로 다 다른 콘텐츠로 청자와 소통하다 보니 듣는 입장에서 지루하지 않고,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음성인식 서비스는 여전히 사용자의 요청에 일 처리를 하는 식이다. 정확히 인풋과 아웃풋으로만 작동되는 게 너무 확연히 보여서 여전히 소통에 재미를 느끼긴 어렵다. 그래서 차라리 컨셉별로 구체적인 역할을 해준다거나, 어떤 컨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영화박사 인공지능은 영화를 너무 잘 알아서 사용자와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다. 또, 위로를 잘하는 인공지능은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이 탑재되어 사용자의 가치관과 가장 적합한 철학자의 사상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고민 해결을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보이스 인공지능은 너무 많은 것을 사용자에게 의존해 대답한다. 사용자가 하는 얘기만 기반으로 대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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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탑재된 인공지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감미로운 목소리



평소의 존박 목소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라디오를 하는 존박의 목소리는 참 좋아서 듣는 이를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의 보이스는 마치 내가 기계라고 외치는 듯 자신의 정체성을 마구 드러낸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듯 아무리 좋은 기능을 할지라도, 그 외형(이 경우엔 음성)에서 설득력이 없다면 요즘같은 경우엔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삼성 빅스비의 경우엔 성우 서유리씨의 목소리로 이뤄져 있지만, 여전히 개인 비서 같은 형태로 말을 한다. 우리는 회사 직원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렵지 않은가? 분명 목소리 역시 기존의 틀을 깨고,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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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서유리씨의 목소리도 좋다



정체성이 담겨있는가?



그리고 라디오는 사실 진행자의 역량이 상당히 크다. 존박의 뮤직하이 같은 경우엔, 존박의 정체성이 많이 담겨있어, 듣는 입장에서도 존박의 성격을 아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시니컬하고 블랙코미디를 좋아하지만 때때로 청자의 사연에 제대로 공감해줘서 생각만큼 무뚝뚝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감성이 느껴져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계속 듣게 한다.


물론, AI가 어떤 개성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가는 서비스는 역시 모두에게 적정선 이상은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게임 캐릭터도 바꿀 수 있는 세상이니, 개성을 담아낸다면 더욱 찰진 대화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간 대화다운 대화를 기대해본다



이 외에도 무궁무진한 라디오의 매력에 빗대어 본다면 현재의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들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음성인식의 인공지능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나 정체성을 보유한다면 분명 언젠간 이들과의 대화가 진정 흥미로워지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 이글은 라디오 <존박의 뮤직하이>가 19년 7월 7일로 끝나서 진심으로 아쉬워 쓰게 되었습니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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