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유머를 담아내는 음악의 순간,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 : HUMORESQUES

글 입력 2019.06.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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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가운데, 이 더운 여름을 잠시 잊게 해줄 만큼 흥미로운 공연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7월 11일 목요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릴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리사이틀이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리사이틀을 갖는 케빈 케너의 연주를 이번에는 실제로 꼭 들어보고 싶었다. 작년에는 소식을 보았지만 일정이 되지 않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번 놓친 무대라 그런지, 올해 공연은 더욱 놓치면 안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음악적 동반자이며 함께 명반 <아름다운 저녁>을 남긴 바 있는 케빈 케너는 이번 공연의 테마를 유머로 잡았다. 유모레스크라는 부제를 단 그의 리사이틀은 프로그램만 보아도 흥미로웠다. 작년 리사이틀에는 쇼팽과 파데레프스키의 작품으로 무대를 꾸몄는데 이번에는 쇼팽과 파데레프스키에 더하여 하이든과 슈만의 작품까지도 다룬다.




Programs

Haydn - Sonata in C major, Hob.XVI:48

Schumann - Davidsbundlertanze, Op. 6

Chopin - 5 Mazurkas
Op. 7, No. 2a in aminor
Op. 7, No. 1 in B-flat major
Op. 6, No. 2 in c-sharp minor
B. 31 in D major
Op. 6 No. 5 in C major

Chopin - Scherzo No. 4 in E major, Op. 54

Paderewski - 6 Humoresques, Op. 14
Book I (à l’Antique)
No. 1: Menuet
No. 2: Sarabande
No. 3: Caprice (genre Scarlatti)
Book II (moderne)
No. 4: Burlesque
No. 5: Intermezzo polacco
No. 6: Cracovienne fanta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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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보면 하이든, 슈만, 쇼팽, 파데레프스키의 작품 순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 첫 곡인 하이든의 소나타는 듣자마자 고전적인 소나타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케빈 케너는 이 속에서 갑작스러운 기분의 변화, 구절의 중단, 과장 혹은 아이러니한 수사적 장치들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케너의 부연을 기억하며 이 곡을 들어보니 그가 이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하이든의 유머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뒤이은 곡은 슈만의 작품이다. 그런데 케빈 케너는 여기서 유모레스크를 선곡하지 않고 다비드동맹무곡집을 선곡했다. 슈만의 이름이 있는 걸 보고 당연히 유모레스크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다비드동맹무곡집은 이번 케빈 케너의 선곡으로 처음 본 작품이었다. 찾아보니 '다비드 동맹'은 슈만이 만들었던 단체였다고 한다. 속물적인 예술가들에 대항하여 진보를 지향하는 이 가상의 단체는 슈만 본인을 외향적인 가상인물과 내향적인 가상인물로 나눠 소속시키고 있었다. 그 가상의 인물들로부터 음악을 그려낸 것이 바로 다비드동맹무곡집이라 한다.

총 18개의 짤막한 무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슈만의 외향적인 모습(플로레스탄)과 내향적인 모습(에우제비우스)을 아울러 가히 그의 청년기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변화무쌍한 와중에도 이 작품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슈만이 클라라에 대한 애정을 담아 작곡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격렬하기도 하고 때로는 생기발랄하기도 하면서 수많은 표현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정말 낭만주의 작품들이 왜 많이 사랑받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인 것 같았다. 현장에서 들으면 더욱 더 아름다울 것 같아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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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케빈 케너는 쇼팽의 작품을 연주한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것은 마주르카 5곡과 스케르초 4번이다. 사실 쇼팽의 작품에서 유머를 느낀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 것 같아서 어떻게 이렇게 작품을 선곡한 것인지 약간은 의아했다. 스케르초야 이름을 보면 이해가 간다지만 마주르카에서 어떤 유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일까. 물론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로 콩쿠르를 마감했던 그의 쇼팽을 들을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케빈 케너는 이번 무대에서 선곡한 쇼팽 작품들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유머러스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쇼팽 본인이 매우 재치 있는 사람이었고 많은 상황에서 유머러스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모습들이 특히 초기 작품들에 많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쇼팽의 초기 작품인 마주르카 속에 담긴 유머를 조금은 미리 되짚어보고 무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쇼팽은 마냥 밝은 삶을 살지만은 않았다. 병으로 삶이 고단해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고통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케빈 케너는 초기작의 유머가 후기 작품인 스케르초에서 이어졌다는 것을 함께 보여주며, 삶이 고통스러웠던 순간에도 기쁨을 잃지 않고 담아낸 쇼팽을 보여줄 예정이다.


*


한편 이번 무대의 마지막은 파데레프스키의 유모레스크로 예정되어 있다. 19세기 후반 살롱에서 연주되기에 딱 좋을 느낌의 여섯 개의 춤곡들은 아주 아름답다. 특히 파데레프스키의 유모레스크에서 5번째 곡은 마주르카, 6번째 곡은 크라코비악 춤에 따른 것인데 쇼팽도 이 두 가지 춤을 곧잘 사용했다. 그래서 그 느낌을 대조해볼 수 있게 이번에 쇼팽 작품 중 마주르카를 선곡한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한 아름다움과 이를 넘나드는 익살스러움이 녹아있는 파데레프스키의 작품은 고전적인 춤곡의 느낌에서 점차 현대적인 무언가로 발전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홀에서 케빈 케너가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더욱 압도될 것이 분명해서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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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케빈 케너 리사이틀의 부제가 유머레스크인 것을 보고, 찰리 채플린의 말이 생각났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바로 그 명언 말이다. 삶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눈물과 웃음이 공존하는 게 결국 인생이기 때문에, 결국 그 슬픔과 기쁨이 어우러지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숭고한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7월 11일 무대에서 케빈 케너의 손끝을 통해 그 인생의 정수를 한껏 느껴보고 싶다.





2019년 7월 11일 (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R 70,000  S 50,000, A 30,000


약 100분 (인터미션 20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주)뮤직앤아트컴퍼니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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