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를 모르는 그대에게 – 시 읽는 법 [도서]

시가 있는 일상은 뜻밖의 여행이 된다
글 입력 2019.06.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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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때는 시가 정말 싫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는 어려웠고, 시어가 뜻하는 의미를 외우고, 주제와 제재를 그렇게 외워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험을 보기 위해선 그 의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 후유증으로 시를 감상하는 것보다는 그 의미를 찾고, 정해진 ‘답’이 있을거라는 강박에 시달렸다.

겉으로는 시를 싫어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시를 동경하고 있었다. 가사나 글을 읽으면서 ‘시적인’ 표현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멋진 문장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를 읽으려고 해봤지만, 도저히 혼자 시를 읽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시와 가까워질 수 없냐며 한탄하던 중, 우연히 학교에서 시 수업을 듣게 될 기회가 생겼다.

들을 만한 강의가 없는 데다가 왠지 이 강의를 들으면 시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묘한 기대감에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신청을 했다가 한 학기 내내 고생했다. 강의에서도 비유법, 운율, 의미 등 이론적인 내용에다 어려운 시들만 분석하는 수업에 실망했고, 다른 사람들의 분석하 능력, 작시하는 능력에 괜히 열등감만 생겼다. 일주일에 3시간의 수업을 들으면서 시라는 것에 신물이 났다. 그 이후론 내 삶에서 시를 지워버렸다. 시를 읽지도, 시를 감상하려는 의지조차 상실해버렸다.

그 이후 나는 시를 잊은 사람이 되었다. ‘시 없이도 잘 살아’를 마치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소설을 마구잡이로 읽어 멋진 문장을 수집했고, 멋진 문장을 쓰려고 글을 열 번 이상 고치는 노력을 했다. 이렇게 한다면 시를 읽지 않아도 시처럼 감각적인 문장을 쓸 수 있다고 느꼈지만, 매번 한계가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만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고,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열등감이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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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접니다


그러던 중 포트폴리오 제작 수업에서 또다시 시에 대한 마음이 생기게 된 계기가 있다. 교수님께선 디자이너는 그림뿐만이 아니라 글(카피)도 잘 써야 한다고. 그리고 글(카피)을 잘 쓰려면 시집을 한 100권씩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덧붙여 추상적인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시라고 하신 것이다. 그 말에 시집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매우 속물적인(?) 이유로 다시 놓았던 시를 꺼내 들었다. 이전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무작정 시집만 읽고 싶지 않아서 시 입문서를 먼저 꺼내 들었다. 그 책이 바로 <시 읽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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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바탕에 도형으로 디자인된 책 표지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책 표지는 도형이 주를 이루는데, 빨간색 마름모가 네모난 도형 안에 흩뿌려져 있다. 다섯 개의 줄 안에도 마름모가 뿌려져 있는데, 오선 위에 있으니 음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밑에는 ‘시와 처음 벗하려는 당신에게’라는 글귀가 써져 있는데, 시 입문자가 이 글귀를 보고 시를 잘 알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시란 무엇인가요?




“잠시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보고 다른 세상을 느끼면 여유가 생기고 힘이 나지요. 시가 그런 거 같아요. 인생이 늘 시적인 건 아니지만 그 별 볼 일 없는 삶에도 시적인 순간은 있고, 그걸 붙잡을 때 우리는 시인이 되고 우리 인생도 시가 된다고.”

(p.33)


맨 처음 만난 장에서는 ‘시란 무엇인지’ 추상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한다. 여러 시인들의 각자의 해석을 들면서 시란 무엇인지, 정의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의 시의 정의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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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리뷰 中 , 출처 : 유유 출판사 홈페이지


작가 개인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시를 통해 위로받았던 경험, 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시의 역사를 통해서 시를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한다. 강요보다는, 독자에게 작가가 느낀 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선택지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시라는 형식이 내용을 더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산문으로는 큰 감흥이 없던 문장을 시 형식으로 써 놓으면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형식적 특징을 생각하면서 시를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생깁니다.”

(p.51)


다음 장에선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한다. 작가는 이에 특징을 살려 읽으라고 한다. 시의 내용과 함께 형식을 파악하며 시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살려서 읽는다면 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시의 특징은 음악성, 호흡, 비유, 함축, 생략 등이 있다. 그밖에도 시를 주제로 한 영화에 관한 이야기, 시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 등, 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시를 싫어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



산뜻한 표지처럼, 책의 내용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시 입문자의 입장에서 궁금할 만한 질문 (시란 무엇인가,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시를 어떻게 읽을 건지)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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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시를 읽고 싶은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거나,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잘 모르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래서 너무 원론적이거나, 딱딱하지 않다. 저자의 말하는 듯한 말투와 이모티콘으로 독자들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이 책의 특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자신 있게 젤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독자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오지영.jpg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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