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패션으로 보는 심리 상담, 나는 나를 입는다 [도서]

패션 스타일링으로 옷에 담긴 불안감과 트라우마 극복하기
글 입력 2019.06.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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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입는다> 이 책은 퍼스널 스타일리스트 오한나 씨가 쓴 스타일링 비법에 관한 책이다. 많은 패션 관련 서적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는가에 초점을 맞출 줄 알았다. 당연히 패션이란 건, 외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누군가 알지 못하는 제삼자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내 생각이 짧았다. 내 예상과는 반대로 <나는 나를 입는다>가 말하는 바는 내면의 자신감이 결국은 외면을 만든다는 거였다.


오한나 씨는 1대 1로 고객의 패션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패션 강좌를 열어 수업하는 등 패션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오한나 씨만의 특별한 인생철학을 만날 수 있다.



“돌이켜보니 어느 순간부터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행위가 즐겁지 않았다. 나의 감정보다 나를 바라볼 사람들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한 생각은 쇼핑할 때에 ‘더 스타일리스트처럼 보여야 해’라는 강박으로 이어졌다.”



오한나 씨는 옷을 잘 입는 비결이 진정 나답게 입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답게 입는 법이란 무엇인가? <나는 나를 입는다>에서 오한나 씨는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길에 대해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깨달은 일들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이야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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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많다.



오한나 씨의 고객 스타일링 경험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더 많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거였다. 옷을 잘 입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자신의 신체에 단점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입는다거나 아예 옷에 관심이 없거나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과거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이들은 자기를 올바르게 직시하지 못한다. 긍정적인 이미지, 장점을 말해보라고 해도 부정적인 면만 말하며 자신 없어 하기 일쑤다.


그런 고객들에게 오한나 씨는 주변인들이 말하는 그 사람만의 이미지를 찾고, 그에 어울리는 옷을 직접 쇼핑을 해주며 “어, 나에게도 이런 옷이 어울리네.”하는 경험을 함께해준다.



“의학박사 티머시 R. 제닝스는 그의 저서 [뇌, 하나님 설계의 비밀]에서 뇌가 상처를 받게 되면 대뇌변연계의 지나친 활동으로 두려움,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진실과 사랑밖에 없다고 말하며 과거에 반복적인 이유나 말로 학대를 받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속에 심어진 거짓된 생각과 왜곡된 말을 진실로 대체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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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를 입는다>에서는 고객의 스타일링 비법을 토대로 우리 삶에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페이지가 있다. 나의 이목구비는 진한 편인가? 나는 화려한 것이 어울리는가? 등 곰곰이 자신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도 한때는 패션에 관심이 무척 많아서 옷을 많이 모으고, 입고 다녔는데 특히 호피나 가죽같이 강렬하고 특이한 아이템을 좋아했다. 자취방에서 밥버거를 사 먹으러 갈 때도 호피 무늬 레깅스를 빼놓지 않아서 종종 친구들에게 들키곤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그에게 들은 말이 내 패션 세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그는 내가 그렇게 강렬한 옷은 어울리지 않고, 연한 핑크색과 베이지색의 코트나 셔츠, 테니스 스커트나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늘하늘한 치마 같은 옷이 잘 어울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귀걸이도 얼굴의 절반만큼 오는 걸 좋아하고, 반지도 너무 커서 늘 누군가의 손을 다치게 하곤 했던 나에게 그런 말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같이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도 내가 고르는 옷에 다 반대를 하고, 밋밋하고 클래식한 옷을 추천해주었기 때문에 패션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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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알지 못한 채 선호하는 스타일만 입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스타일을 바꾸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내면의 트라우마와 불안감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꼭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지 못하는 게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바지 전체가 호피 무늬로 범벅된 옷을 입기보다는 하나의 포인트로 작게 주는 것도 나의 선호도는 유지하면서 옷을 잘 입는 비결이 될 거라는 사실도 이해했다.


오한나 씨의 책에도 그렇게 과한 패션만을 입었던 사람이 나오는데, 그런 부류가 제일 고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보며 조금 가슴이 찔렸다. 어떤 사물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 확실하므로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해줘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일상생활에서도 고집이나 고정관념 같은 틀에 박힌 생각이 강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참지 않는다. 정말 신기하게도 외면적인 부분은 내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오한나 씨에게 패션 스타일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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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옷의 기장이나 디테일, 사이즈를 선택하게 되면 옷의 가격과 나의 철학과 상관없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많은 사람은 키, 몸무게, 어깨너비, 높낮이, 다리 길이, 힙의 위치, 팔 길이, 골반의 넓이 등이 다르다. 아마 획일화되어 있는 시중의 기성복을 살 때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오한나 씨의 스타일링 팁 중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체형에 따른 스타일 팁 부분이었다. 맨 왼쪽이 허리 아랫부분부터 커지는 일명 하체비만 체형, 두 번째가 통짜 허리 체형, 세 번째가 아마 가장 이상적인 체형이 아닐까? 허리는 들어가고 골반도 적당히 나온 체형, 네 번째는 복부비만 체형, 마지막은 어깨는 넓고 골반은 좁은 역삼각형 체형이다. 자기가 원하는 체형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만이 전부였던 사람들에게 오한나 씨는 적절한 스타일링 비법으로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최소화시켜 겉모습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가장 왼쪽에 속하는 하체 비만 체형이라 평생을 다리가 날씬해지기를 간절하게 바랐지만, 그 정도로 날씬한 다리는 하루에 달걀 4개, 고구마 2개 정도만 먹어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니 그건 내 다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S 사이즈면 어떻고 M 사이즈는 어떤지, 고작 사이즈 하나 차이 나는 것에 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나를 원망하는 데 썼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적절하고, S라인에 가슴은 크면서 또 골반을 넓고, 그러면서도 S사이즈를 입는 세계란 얼마나 획일화되고 비정한 곳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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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리는 도구로서의 패션




“나는 패션은 도구라고 정의한다. 패션은 수단이고 방법이다. 반대로 말하면 패션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패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가 종사하는 직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서 도구라고 정의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인생의 목적으로, 안정적인 돈벌이를 하기 위한 최종의 목표로 생각하지 단순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한나 씨는 그 외에도 옷을 잘 입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 예를 들면 한 달에 한번 옷장을 비우고 새로운 아이템을 사서 넣는 방법이라던가, 50%는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나머지 50%는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채우는 것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옷을 잘 입는 비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는 시간에 패션을 좋아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들, 패션 잡지 등을 팔로우하고 훑어보며 트렌드를 공부한다는 자기만의 팁도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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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먼 패션이라는 세계



오한나 씨도 한때는 명품을 모으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것들이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했었다고.


이번에 판교로 회사에 다니면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명품을 걸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다들 정말 잘나가는 회사원들이었다. 옷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내 눈을 빼앗는 것은 빳빳한 재킷 정장에 슬랙스를 입고, 힐을 신고, 명품 가방을 든 직장인이었다. 대체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평생 받지 못한 상처를 조금은 받았다. 여자친구에게 머리끈을 사줄 거라는 상사의 말에 다이소에 가서 사라고 했더니 ‘그런 싸구려를 왜 사느냐’고 하며 무인양품에 가서 6천원 짜리 머리끈을 사는 모습에서 상처를 받았다. 상사에게 자연스럽게 내 티셔츠 목덜미가 늘어났으니 월급 좀 얼른 올려주라고 하는 회사 직원의 말이 나에게 상처로 다가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내 티셔츠는 거의 다 목이 늘어나 있었고, 남자친구도 늘 나에게 새 옷 좀 사 입으라고 말을 하곤 했던 게 떠올랐다. 내 티셔츠는 시내를 돌아다닐 때도 입고, 운동할 때도 입는 만능 티셔츠였다. 그래서 목덜미가 모조리 늘어나 있다고 그 특유의 합리화를 해도, 운동복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니 결국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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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을 본 뒤로 찝찝하고 짜증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기생충을 본 뒤로 지하철을 타는 게 너무나 싫었다. 부자들에게는 나지 않을 ‘지하철’ 냄새가 나에게도 날 것만 같았다. 옷을 입기 전에는 무조건 냄새부터 맡아보게 되었고, 어딜 나가면 옷에서 냄새가 날 것만 같아서 신경 쓰였다. 물론 그것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하층민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거라는 사실이다.


옷을 못 입어서가 아니라, 잘 입고 싶어도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못 입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너무나도 나의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게 해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옷 입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사람들, 그리고 더 나은 외적 이미지를 갖고 자신감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책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와 여자, 성별을 불문하고 내적인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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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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