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앞표지.jpg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란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의 행로로 옯겨보고자 하는 격월간 잡지다. 활발히 활동중인 5명의 현역 영화 평론가가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며, 매호 다양한 해외, 초대 필진이 함께 동시대 영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


영화 잡지를 받아보기로 한 것은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번화가에 들어서면 높은 건물 꼭대기 층에 어김없이 보이는 것이 영화관인데 어떤 영화는 그렇게나 접하기 쉬우면서도 또 어떤 것은 그러지 못하다.


나는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고, 잘 알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통신사 할인으로 한 두 달에 한 번, 관이 가장 많은, 그때그때 흥행하고 있는 영화를 보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므로 접하기 쉬운 영화만 몇 편 보았지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영화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몇 주 전 간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만났는데 작년 가을인지 여름인지 영화제에 다녀왔다고 했다. 부산이라고 했던가. 영화 서너편을 연달아 보고 숙소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기회가 된다면 너도 꼭 가보라고 그렇게 말했다.



3.jpg
 


그 친구 생각도 나고, 순간의 변덕으로 신청한 잡지가 집에 도착했을 때 목차를 보고 조금 아연한 기분이 되었다. 아는 제목은 <왕좌의 게임>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안다는 게 제대로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유럽 중세의, 캐릭터들이 무진 죽어나가는, 그리고 용이 나오는 드라마 시리즈 정도로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찬찬히 읽어 본 결과 140여 쪽에 달하는 페이지 내에 아는 제목이라곤 앞서 말한 <왕좌의 게임>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관해 다룬 글에 등장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전부였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보는 수밖에.


*


어둠 속에서 퍼런 눈빛을 뿜는 나이트 킹과 백귀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신지와 미카가 함께 바라봤다는 화분을 상상해보고, 아사코와 료헤이가 함께 바라보는 강의 흐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사방 구석구석 밀어 넣어져 어둠을 몰아내는 낮은 빛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장 상상력을 자극한 대목은 “꽥꽥과 잉여인간”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다.



어느 날, 벌판 한가운데서 마그마 같기도 하고 진흙 같기도 하며 검은 핏덩이 같기도 한 미지의 액체가 발견된다. 문제는 그 일부가 밤마다 반딧불처럼 빛은 내며 날아다니다가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긴 또다른 존재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 짧은 문장만으로 얼마나 많은 유쾌하거나 심각하거나 오묘한 일들이 떠오르는지, 잡지 내에서 언급된 영화 중 보고 싶은 것 한편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꼽고 싶다.



6-1.jpg
 


그러나 어쨌든 이 잡지를 읽은 뒤 찾아본 영화는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라스트미션>이었다. 굳이 긴 후기를 늘어놓지는 않겠다. 얼이 메리를 만나러 가는 장면을 포함하여 변화한 세상의 저편에 남겨졌지만, 어찌보면 소박하게 한편으론 결정적으로 변해가는 얼의 모습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필로를 읽지 않았더라면 가질 수 없었을 기억이기에, 라스트 미션을 떠올릴 때면 필로의 글도 함께 떠오르지 않을까.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