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글 입력 2019.06.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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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꾸준히 행복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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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고 싶었던 세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두 번째는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으면 한다는 것. 세 번째는 결국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행복’, 흔하고 좋은 이야기다. 행복해서 아프고 괴로운 일은 없기 때문에, 행복한 이야기는 닳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르지 않는 주제가 사랑이라면, 개인만의 주제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저마다 각기 다른 수만가지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행복.


아직까지도 ‘소확행’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어려운 젊은 세대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나를 쥐고 싶어한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소확행 1위로 ‘혼술’이 꼽혔다고 한다. 혼자서 즐기는 맥주 한 캔의 여유로 지친 하루를 달래고 오늘을 마무리하는 사람들. 사소한 것 같지만 온전히 내 것인 행복.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라는 제목을 보면 책이 삶에 대한 고찰을 주로 다룰 것 같은데 내용은 굉장히 일상적이다. 제목은 작가의 말의 ‘좋은 사람’과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더 이상 기억할 모습들을 쌓을 수 없게 되니까. 어떻게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남겨두려는 마음에 슬픈 것들도 같이 오는 모양이다. (…) 더욱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더욱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슬픔을 불러오는 건 아닐까.”

 

“죽음에 대하여 기억에 대하여 슬픔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당신들 곁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인데,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장례식장은 무겁다. 하루에 ‘얼마나 애통하십니까’란 말이 수도 없이 지나가는 데도 입에도 귀에도 잘 안 붙는다. 검은 옷과 굳은 표정, 장례식장의 곡소리, 아름답지 않은 화환, 그리고 입관을 마친 가족들의 오열.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서, 더는 볼 수가 없어서 그 마지막의 마지막은 아프고 슬프다.

 

장례식 취재문화가 지금같지 않았던 때, 한 연예인의 장례식이 모두 취재진에 의해 공개된 적이 있다. 비보를 듣고 제일 먼저 찾아와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킨 동료 연예인의 오열하는 모습까지 공개되었다. 그당시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장례식에 와서 저렇게 하는 친구가 있으면 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살면서 그렇게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지금, 나를 슬프게 할 사람. 있다.




“저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들은 다 행복하기 위해 한다고 믿고 있고,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 행복만 가득하라고 바라주었던 적이 있다. 바람대로 행복만 가득했으면 정말로 좋겠지만, 살아가며 느끼게 된 건 행복만 가득한 삶에선 그 행복이 무엇인지 진실되게 깨닫기 힘들다는 점이다. 불행과 불행 사이에 끼어 있는 행복들을 마주할 때야말로 우리는 그것이 더욱더 반갑고 크게 다가올 것이니까.”



행복만 가득한 삶을 살아보질 않아서 작가의 행복론이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이왕이면 매일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지, 불행 사이에 끼어있을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서글프다. '불행을 참고 견디면 행복의 날은 반드시 오리니'라고 하면 힘이 날텐데 매일 행복한 삶은 진정한 행복을 모르게 한다니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행복은 뭐고 진정한 행복은 또 뭘까. 행복은 다다익선이 아닌걸까.

 

어렸을 때 건빵이나 과자 뽀빠이에 들어있는 별사탕을 좋아했다. 작고 예쁘고 달아서 맛있기까지 하는데 부모님의 충치 걱정에 별사탕만 따로 먹을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젠 별사탕을 쌓아놓고 먹을 수 있다. 어릴 때도 그런 일은 없었고, 지금도 별사탕을 먹기 위해 내 돈주고 건빵을 사먹는 일은 없다. 내가 원하는 별사탕만 선택하면 된다.

 

지난 겨울, 교토에서 별사탕을 샀다. 알록달록 예쁘게 생긴 별사탕은 색깔마다 맛이 달랐다. 그 별사탕처럼 나는 매일 다른 형태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저자 : 김상현

출판사 : 필름(Feelm)

분야
에세이

규격
111*184*12mm

쪽 수 : 198쪽

발행일
2019년 5월 27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8469-32-1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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