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관객이 춘향과 이도령이 되는 법, 춘향전쟁 [공연]

실체가 없는 폴리아티스트의 실체를 만든 무대
글 입력 2019.06.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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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시작되는 ASMR



춘향전쟁의 홍보물을 볼 때, 눈으로 보는 ASMR이라는 말을 꽤 흥미롭게 봤는데 극이 시작됨과 동시에 한 배우가 마이크를 앞에 대고 온갖 사물을 부딪치고 비비며 소리를 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의 직업은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 쉽게 말하면 음향 작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폴리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처음 들었는데, 영화보다는 기이한 현상에 더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폴터가이스트라는 단어와 혼동할 정도였다. 참고로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는 집 안이 흔들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정령의 일종이다. 폴리아티스트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할 때 나는 소리, 모래 자갈을 밟을 때 나는 소리, 주먹질할 때 나는 소리,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낸다고 생각했던 소리가 사실은 무대 뒤에 폴리아티스트가 타이밍을 맞춰 인위적으로 재생성한 소리였다. 어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흘려보낼지 고민하는 것 등 폴리아티스트는 단순히 소리만 만지는 사람이 아니라, 극 중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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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춘향과 이 도령으로 만드는 방법은?!



<춘향전쟁>은 1960년대 두 개의 춘향 영화, ‘성춘향’과 ‘춘향전’이 거의 동시에 개봉했을 당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배우 김지미 대 최은희, 홍 감독의 성춘향 대 신 감독의 춘향전, 이 아슬아슬한 대결에서 무대의 주인공은 신 감독과 춘향전의 폴리아티스트 세형의 이야기다. (춘향전쟁은 물론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다)


춘향전의 주인공 최은희보다 예쁜 김지미가 성춘향에서 버선을 벗어 던져 맨발을 보여주기까지 하는 파격적인 씬, 그리고 암행어사 출두 때의 어마어마한 클라이맥스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진 신 감독과 세형은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개봉 하루 전 갈등한다. 신 감독과 세형은 어떻게 야릇하면서 비밀스러운 춘향의 첫날밤을 소리로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암행어사 장면이 어떻게 관객들을 휩쓸어버릴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효과음? 그딴 거 들으러 표 사서 극장 오는 거 아니야. 관객들은 춘향이랑 이 도령 보러 오는 거라고.”


“아니. 관객을 춘향으로, 이 도령으로 만들어줘야지.”



그 유명한 춘향이 그네를 타는 장면에서는, 그네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밧줄을 배배 꼬며 소리를 내고, 사람들이 잔디를 밟는 소리를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분들이 내었고, 참새가 짹짹거리는 소리 등, 유명한 노래를 삽입하는 대신 관객이 실제로 춘향이 되어 그네를 타는 것만 같은 배경음악이 된다.


어쩐지 나의 부모님 세대보다 연세가 많으신 듯한 50대와 그 이상의 연세로 보이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춘향전과 성춘향이 개봉했을 당시의 여파를 모르지만, 그들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지 영화의 장면이 무대 뒤 스크린으로 비칠 때마다 박수를 치고 웃거나 큰 호응을 보이셨다. 우리 엄마가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여고 시절을 회상하셨던 것처럼 그분들도 잠깐이나마 어린 시절을 떠올리셨을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내가 다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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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를 담아



<춘향전쟁>에서 다루는 것은 영화 뒤편의 소리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다. 그 시대는 1960년대 통행금지가 있던 군사독재 시기였다. 처음에 극은 굉장히 흥이 넘치지만, 마지막 결론 부분에 가서는 두 사람이 술이 없는 술잔을 가슴으로 들이키며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한다.



“왜 다들 춘향일 못해서 안달이야.”


“하필, 동시에 춘향이냐고!

왜 춘향이한테 꽂혀서!”



암행어사 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도록 관객의 소리를 넣은 “암행어사 출두요!”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신 감독은 세형은 이 시대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고 관객들에게 “암행어사 출두요!”를 반복해서 시키면서 틀에 갇혀있던 우리를 밖으로 꺼낸다. 춘향전에서 암행어사가 등장해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그 장면이, 군사독재 시기에 시민들이 모두 나와서 운동을 하던 목소리와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사실 이 장면은 젊은 층에서는 공감을 못 불러일으킬지는 몰라도,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시대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인 면으로나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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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찾는 행위, 제작진의 인터뷰에 따르면 폴리아티스트를 무대 위로 내세운 무대는 여태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소리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무대에 올려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그만큼 시도하기 어려운 주제였을 것이다. 매번 전통적인 주제를 현대에 새로운 해석을 추가하여 보여주는 그림(the林)이 앞으로 보여줄 무대는 무엇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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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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