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토이 스토리 4', 삶은 무한한 공간 저 너머에 [영화]

장난감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다
글 입력 2019.06.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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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토이스토리



"안녕, 나의 파트너." 가슴 먹먹한 엔딩을 남기고 떠난 '토이 스토리'가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앤디와 작별을 고하는 우디의 모습을 보며 슬픔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단절되는 기분에 후유증을 느끼긴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토이 스토리 3'의 엔딩이 멋진 작별 인사를 건넸기에, 4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줄거리가 걱정 되었다. 보니에게 떠난 우디에게 또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픽사는 픽사였다. 자신의 삶을 주인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우디가 변화하는 과정은 다른 방식으로뭉클한 감동을 준다. 더 이상 우디는 강제로 이별을 당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고할줄 아는 장난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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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의 새로운 장난감이 되었던 우디. 그러나 보니는 더 이상 우디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벽장 안에 갖혀 찬밥 신세가 된 우디는, 잘나갔던 과거에 비해 매우 초라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한편, 보니의 유치원 예비소집일이 다가온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보니는 유치원에서 훌쩍거리며 뜻밖의 장난감을 만들어 낸다. 쓰레기 통에 있던 포크에 색칠 도구와 재료들을 붙여, 장난감 '포키'가 탄생시킨다. '포키'는 낯선 환경 속에 있는 보니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 하지만, 본래 쓰레기였던 '포키'는 장난감의 숙명을 자꾸 거부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결국 "난 장난감이 아니야, 자유다!"라고 외치며 보니로부터 벗어난다.


'토이 스토리 4'는 자신을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장난감 포키가 떠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으로 시작된다. 보니에게 소중한 장난감이 된 포키를 찾으려 우디는 그를 찾고 설득한다. 주인 곁을 지키는 것이 장난감의 임무라고 여긴 우디는, 보니에게 돌아가던 중 어느 상점에 우연히 보핍의 흔적을 느낀다.


잠시 들린 골동품 상점에는 소리상자만 고치면 주인을 만날거라는 무서운 소녀 개비개비를 만난다. 포키를 개비개비에게 빼앗긴 우디는 보핍의 도움으로 포키를 되찾지만, 그 과정에서 중대한 물음들에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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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핍, "주인이 왜 필요해?"



'토이 스토리1'에 잠시 나왔던 보핍이 재등장했다. 분홍색 보자, 레이스 달린 분홍색 드레스, 우아한 몸짓을 뽐내던 그녀가 활동성을 강조한 푸른 바지, 털털한 몸짓,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채 나타났다. 거친 생활에 팔이 부러지면 담담하게 테이프로 팔을 붙인다.


긴 지팡이가 그녀의 우아한 몸짓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젠 자신을 물리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무기로 쓰인다. 그녀는 더 이상 우디 옆에서 그를 격려만 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포키를 구하는 데 선두에 선다. 그녀는 영리하게 작전을 짜고 과감히 몸을 던진다.


그녀가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 없는 인형이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디가 끈질기게 포키를 구하고 싶어하는 것도, 보니라는 자신의 주인의 안위를 지키고 싶어서였다. 주인이 곧 나의 정체성이라는 우디의 신념엔, 주인 없는 장난감의 삶이란 상상할 수 없는 선택지다. 무수히 많은 위험을 뚫고 포키를 구하면, 나의 또 다른 자아가 행복할 거란 생각에서 거의 포키를 집착적으로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핍은 원래 어린 아이들은 장난감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지나면 서로 작별하는 게 순리이며, 주인은 오직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디가 "주인을 잃은 장난감은 이해 못하겠지"라고 쏘아 붙이면, 보핍은 "나는 주인을 잃은 것이 아니야"라고 답한다. 주인이 없어도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보핍의 모습은 우디에게 꽤 충격적이었으리라.


틀을 깨고 나온 보핍의 모습은, 주인이 없어 괴로워 하는 장난감에게, 주인의 사랑을 잃을까 불안해 하는 장난감에게, 주인을 떠나도 될까 고민하는 장난감에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우디는 보핍과 함께 다니면서 보니에게 받았던 상처를 능동적으로 치유하며, 또 한 번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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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nfinity And Beyond



'토이 스토리 4'를 보기 전엔, 3의 엔딩이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장난감에게 인격이 부여된 이상 굉장히 오만하고 무례한 처사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있어야만 행복한 장난감의 모습만을 보았다. 소유물로서의 장난감이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게 인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조금 끔찍한 태도가 아닐까. 그래서 픽사는 버즈의 입을 빌려 말한다. "To Infinity And Beyond" 우리의 삶은 무한히 열려 있고, 저 너머에 있다. 우디와의 이별이 설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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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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