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베르나르 뷔페, 그는 어떤 광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전시]

20세기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 베르나르 뷔페
글 입력 2019.06.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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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나는 광대다 천재의 캔버스



그에 대한 내 첫인상은 꽤 강력했다. 처음 들어보는 화가의 이름을 단번에 기억할 정도로.


한 사람의 이름을 알아간다는 것은 소통을 시작하는 첫 단계이자 그 사람에 대한 잠재된 호기심을 표출하는 일이다. 베르나르 뷔페라는 그의 이름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똑같은 이름이라는 점에서 내 이목을 사로잡았고, 평소 음식을 사랑하는 내게 뷔페라는 이름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진 몰랐던 한 화가에 대해서 내 마음은 또다시 소통을 시작하기 위한 문을 열었고, 그 문틈 사이로 호기심의 전파를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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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지성과 감성의 문인 프랑수아주 사강 등과 함께 뉴욕 타임즈의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젊은 재능 5인”으로 선정된 유능한 화가이다. 또한 ‘꼬네상스 데자르 매거진(Connaissance des Arts magazine)’에서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2번이나 수여 받은 프랑스의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구상회화라는 미술사적 용어는 내게 상당히 생소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추상의 반대개념으로 사용되는 용어로서, 자연이나 현실을 묘사하지 않는 추상예술에 대항해 종래의 재현적 표현을 총괄하기 위해 시작된 구상회화.


하지만 여전히 구상과 추상예술의 명확한 경계를 찾진 못했다. 사실적이기보단 추상적 표현기법으로 탄생한 구상예술과 추상적 소재를 사실적 묘사로 표현한 추상예술을 정확히 구분 짓긴 아직 어려운 것 같다.


피카소, 뭉크,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 저명한 화가들이 활동했던 그 당시,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갔던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들 몇 점을 미리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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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와인 한 잔 그리고 여인, 1955, huile sur toile, 130x97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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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Travesti, 1953, huile sur toile, 81x6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와인 한 잔 그리고 여인, 여장남자를 보고 든 생각은 다소 사실적이지 않은 인물화라는 점과 그림 속 인물들이 아주 우울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각형의 변두리 선들이 뾰족한 각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듯 인물들의 얼굴형을 표현한 선이 아주 날카롭고 딱딱했다. 또한, 그가 이 작품들에 사용한 색채들은 대부분 짙고 채도가 낮은 느낌의 색이었다. 인물들의 수심 가득한 표정과 그를 둘러싼 색의 조화는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베르나르 뷔페는 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경험한 화가로서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며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이제야 그림 속 인물들의 슬픈 표정의 근원지를 찾은 것 같았다.


전쟁이 남긴 폐허와 하루하루 공포를 삼키며 살아야 했을 당시의 베르나르 뷔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공허함과 황량함으로 가득 찬 무의 세상 속에서 이전의 세상이 그랬듯 생명력으로 반짝이는 유를 갈망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예술을 놓지 않고, 그의 손끝에서만큼은 여전히 역동적이었던 그 예술로 희망을 그려냈던 베르나르 뷔페. 그의 작품들이 많은 이들의 외롭고 지친 감성을 대변해 공감을 자아냈다는 점이 더 이상은 놀랍지 않았다. 그의 작품들엔 이러한 감성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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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나는 광대다_ 베르나르 뷔페 展: 천재의 캔버스>는 20세기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 회고전으로, 이번 전시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의 회고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4-5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을 포함한 총 92점의 유화작품들이 함께 소개된다. 시대별 그의 주요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에선 정물화, 인물화를 비롯한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의 대표작과 뷔페가 죽기 전까지 작업했던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슬픈 그림만을 그렸을 듯한 그가 서커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창조했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모르겠어요... 아마도 광대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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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Les clowns musiciens, la cantatrice, 1991, huile sur toile, 230x430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광대나 서커스가 상징하는 것, 바로 인간의 본질적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이 그와는 어떤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가 이처럼 이중적인 사람인 것을 뜻하는 것인지 혹은 내면과 외면의 괴리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라는 당시의 시대상을 주입해 봤을 때 아마도 그는 이러한 이중성을 누구보다도 염원했던 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겉은 즐거우나 속에는 저마다의 슬픔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광대가 아닌, 슬픔이 뿌리내린 겉모습 속에 희망이 싹트고 있는 내면으로 매일을 버텨낼 수 있었던 광대. 슬프지만 희망이 있기에 언젠가 웃게 될 광대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이라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조만간 전시회를 찾아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들 하나하나를 마주하며,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파헤쳐 볼 것이다.



"I'll see you soon, Bernard Buffet"






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일자 : 2019.06.08 ~ 2019.09.15

시간
11:00 ~20:00
(19:0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조선일보사
Fonds de Dotation Bernard Buffet
㈜한솔비비케이

후원
주한프랑스문화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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